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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2-1 승리, 하지만 측면이 불안했다

 

경기는 이겼지만 내용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웨인 루니의 부상 투혼에 박수를 보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측면이 불안했습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루이스 나니의 엉덩이 부상 복귀가 절실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더 호손스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분 루니가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로 뽑아냈지만 전반 14분 제임스 모리슨의 오른발 하프 발리슛에 의해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30분에는 루니의 왼쪽 코너킥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헤딩 결승골로 이어져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11승8무(승점 41, 골득실 23)로 2위 맨체스터 시티(12승5무4패, 승점 41, 골득실 17)를 제치고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습니다. 웨스트 브롬전 승리가 반가운 이유는 지금까지 리그 원정에서 1승7무에 그쳤던 분위기를 만회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리그 원정 2승의 결승골 주인공은 에르난데스 였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루니가 크리스 브런트의 태클에 의해 왼쪽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지만 통증을 참고 뛰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박지성-나니가 빠진 맨유의 측면, 이렇게 약해졌다

맨유는 웨스트 브롬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쿠쉬착이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네빌이 수비수, 오베르탕-안데르손-캐릭-플래쳐가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동안 맨유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판 데르 사르가 감기 기운 때문에 쿠쉬착이 모습을 내밀었고, 네빌이 하파엘의 체력 안배를 위한 대안으로 나섰습니다. 오베르탕은 박지성의 아시안컵 공백을 대신했으며 플래쳐가 오른쪽 윙어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 원정에서 루니-긱스가 4-3-3의 좌우 윙 포워드로 출전했지만 역부족을 절감하면서 기존의 4-4-2로 회귀했죠.

우선, 맨유의 세 가지 불안 요소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네빌의 부진 이었습니다. 순발력 저하 및 실전 감각 부족을 겪으며 경기 내내 토마스-도란스에게 여러차례 뒷 공간을 허용당하는 불안함을 일관했습니다. 공격에서도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하면서 플래쳐의 수비 부담을 안겨주는 단점을 노출했죠. 특히 전반 26분에는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도란스가 박스쪽으로 쇄도하는 상황에서 오른발로 백태클을 가했는데 주심은 정당한 수비로 인정했습니다. 실제로는 네빌의 반칙 이었습니다. 오른쪽 발이 도란스의 앞쪽을 가리는 진로방해 성격이 있었고 그 발이 높았습니다. 주심이 정확하게 판정했다면 페널티킥 이었으며 네빌이 경고 또는 퇴장을 당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안데르손-캐릭이 상대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측면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이 요구되었지만, 볼 키핑 부족으로 웨스트 브롬의 역습을 허용당하는 불안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라인 컨트롤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상대 종패스 및 문전 쇄도를 차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그리고 세번째는 베르바토프가 침묵에 빠졌습니다. 후반 17분 교체되기까지 패스가 16개에 그쳤으며(패스 성공 11개)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샤르나-이바네스로 짜인 웨스트 브롬 센터백들에게 봉쇄 당했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난 버밍엄전에 비하면 몸이 무거웠습니다. 맨유가 후반 17분까지 2개의 슈팅에 그쳤던 이유죠. 웨스트 브롬은 13개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측면 이었습니다. 웨스트 브롬전에서 좌우 윙어로 출전했던 오베르탕-플래쳐가 부진했기 때문이죠. 오베르탕은 자신의 빠른 스피드를 살리는 기동력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문제입니다. 상대 수비수를 제쳐야 하는데 개인기가 통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패스를 일관했습니다. 패스 타이밍의 강약 조절 또한 매끄럽지 못합니다. 동료 선수와 유기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연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반전에는 위축된 공격력을 일관했습니다. 경기 전 현지 인터뷰에서 "박지성 공백은 자신에게 기회"고 말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플래쳐는 전반 30분 이후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측면에서의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하지만 측면에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동료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에 의해 공간을 넓게 벌려주는 플레이에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네빌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비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수비를 펼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의 활동 모두가 지지부진 했습니다. 과거에 오른쪽 윙어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이제는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경기 감각이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포지션 전환이 무리수였다는 느낌입니다. 맨유가 안데르손-캐릭-플래쳐-오베르탕 조합으로 구성했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조합도 측면이 약하지만 적어도 중앙은 흔들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오베르탕-플래쳐의 침체를 실감하고 전반 30분 이후에 4-3-3으로 전환했습니다. 베르바토프를 최전방, 루니-오베르탕을 좌우 윙 포워드, 안데르손-플래쳐를 공격형 미드필더, 캐릭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놓는 역삼각형 형태의 공격을 취했습니다. 안데르손-플래쳐가 앞쪽으로 빠지면서 공격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스리 볼란치 전환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루니가 2선에서 왕성한 움직임을 상대 수비를 흔드는데 주력했지만 오베르탕이 공격의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베르바토프가 고립됐습니다. 맨유가 전반전에 슈팅 2-11(유효 슈팅 1-6, 개) 점유율 47-53(%)로 밀렸던 것도 측면 불안 여파가 컸습니다.

후반 17분에는 오베르탕-베르바토프를 빼고 깁슨-에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꺼냈습니다. 에르난데스가 8분 뒤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슈퍼 조커의 진가를 발휘했지만, 여전히 측면 불안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깁슨으로 짜인 좌우 윙어들이 이렇다할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경기 감각에 익숙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를 어떻게 교란하거나 빈 공간을 창출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캐릭-플래쳐까지 포함하면, 맨유의 허리를 맡은 4명의 공통점은 중앙 미드필더 였습니다. 윙어없이 남은 경기 시간을 보냈죠. 현 스쿼드로는 측면 불안의 해답을 풀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나니의 엉덩이 부상 복귀를 기대해야 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해 12월 3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나니가 오는 5일 스토크 시티전에 출전할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지만 언제 돌아올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초 버밍엄전에 돌아올 예정이었음을 상기하면 부상 회복 속도가 느립니다. 지난해 11월 부상 복귀 이후 실전 감각 부족으로 폼이 떨어졌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회복에 주력한다는 인상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1월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현 상황에서는 나니의 복귀 및 맹활약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의 빠른 복귀가 최상의 대안은 아닙니다.(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해야 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맨유는 웨스트 브롬전에서 승리 본능에 충실했습니다. 슈팅에서 6-21(개)로 밀렸지만 한 번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2-1로 승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강팀과 약팀의 차이 입니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결과 중심의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내용의 중요성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내용이 튼튼해야 언제든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이죠. 맨유가 리그 선두를 계속 지키기 위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