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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손흥민이 합작했던 한국의 승리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1 아시안컵을 앞두고 진행된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했습니다. 상대 밀집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아쉬움을 후반전에 만회하며 2010년 마지막 A매치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한국은 30일 저녁 6시 50분(이하 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니야스 풋볼 클럽 스타디움에서 시리아를 1-0으로 제압했습니다. 지동원이 후반 37분 박스 오른쪽에서 유병수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시리아 골망을 가르면서 한국에게 승전보를 전해줬습니다. 그런 지동원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경사를 누렸습니다. 특히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하면서 과감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상대 밀집 수비에 힘겨워했던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두 선수의 아시안컵 맹활약 여부가 기대됩니다.

이로써, 조광래호는 지난 8월 출범 이후 A매치에서 4전 2승1무1패를 기록했습니다. 내년 1월 4일 UAE 클럽 알 자지라와 평가전을 치른 뒤 1월 10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합니다.

한국, 시리아 밀집 수비에 막혀 공격력 부진

한국은 시리아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이영표-조용형-이정수-최효진이 포백, 이용래-기성용이 더블 볼란치, 김보경-박지성-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김신욱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그런 한국은 전반 5분 점유율에서 69-31(%)의 우세를 점하여 경기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서로의 간격을 좁힌 상태에서 쉴새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보경과 박지성이 스위칭을 하거나, 이청용이 중앙에서 볼을 터치하면서 공간을 활발히 움직였습니다.

특히 한국이 시리아와 평가전을 하는 이유는 아시안컵에서 겪게 될 밀집 수비를 적응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한국과 상대하는 팀들이 밀집 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다분하며,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전례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시리아전 공격은 경기 초반에 순탄치 못했습니다. 시리아의 밀집 수비를 받으면서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빠른 볼 터치에 의한 패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시리아 선수들의 적극적인 압박에 밀렸죠.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의 패스 연결이 잘 되었지만, 2선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패스 길목 및 슈팅 기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반 11분에는 패스 미스에 의한 역습을 허용당하는 불안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시리아 수비 공간을 파고드는데 실패하면서 상대의 종패스에 의해 미드필더 뒷 공간이 뚫렸죠. 다행히 수비 라인이 시리아 공격을 차단했지만 아시안컵 본선 이었다면 실점 위기 상황과 직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시리아 진영에서 패스 미스를 범하면 그 즉시 2선이 볼 쪽에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시리아에게 역습 기회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재차 차단하면서 다시 공격 기회를 노리겠다는 것이 한국의 의도였죠. 그러나 시리아의 또 다른 수비벽을 맞이하면서 공격의 세기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김신욱이 둔한 몸놀림으로 일관하며 최전방에 고립되면서 2선에서만 볼 연결이 활발했을 뿐입니다.

특히 박지성이 이스마일-압둘라자크 같은 시리아 미드필더들의 끈질긴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한국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김보경-이청용이 박지성과 거리를 좁히면서 패스 줄기를 살렸다면 시리아 밀집 수비에 대응할 힘을 길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2선이 서로 자기 위치를 지키면서 공격 템포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백패스와 횡패스가 잦아지면서 시리아의 견제 타이밍을 키웠고, 패스의 세밀함 부족 및 부정확한 침투 패스가 속출하면서 공격이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전반 31분에는 박지성이 시리아 선수의 거친 파울에 의해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왼쪽 대퇴부에 통증을 느끼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지만 다행히 경기에 임했습니다

한국이 첫번째 유효 슈팅을 날렸던 시간은 전반 36분 이었습니다. 이청용이 아크 왼쪽에서 박지성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오른발 인프런트 킥을 날렸죠. 그때까지 총 7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 슈팅은 1개에 불과했습니다. 42분에는 기성용의 중거리슛이 시리아 골키퍼 발후스 정면으로 향하면서 두 번째 유효 슈팅을 기록했지만, 많은 공격 기회 속에서 유효 슈팅이 적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시리아 밀집 수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전반전에 총 8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결코 많은 수치는 아닙니다.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뚫거나 패스를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슈팅 시도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경기를 이기는 본능에 부족함이 있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전반전에는 김보경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최근 대표팀 훈련에서 조광래 감독의 신뢰를 얻은 끝에 시리아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실전에서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잦은 패스 미스 및 불안한 볼 트래핑, 좁은 시야, 불안한 위치선정 등 여러가지에 걸친 단점들이 노출됐습니다. 팀원들과 공존하는데 실패하면서, 박지성-김신욱 고립과 맞물려 한국 공격이 오른쪽에 몰릴 수 밖에 없었죠. 그나마 이용래는 선전했습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 답지 않게 정확한 패싱력 및 유연한 경기 완급 조절을 앞세워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주도했죠. 특히 기성용과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이러한 폼이라면 구자철-윤빛가람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려날 이유가 없습니다.

손흥민 교체 투입 성공, 지동원 결승골 값졌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김보경을 빼고 손흥민-지동원을 교체 투입 했습니다. 지동원을 원톱,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을 왼쪽 윙어로 활용하는 공격력 변화에 나섰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이 후반 들어 민첩한 몸놀림으로 시리아 수비 진영을 흔드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시리아전에서 승리해야 아시안컵 본선에 임하는 마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또한 이영표는 2선 깊숙한 곳까지 가담하면서 미드필더들의 패스 공간을 벌려주는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특히 손흥민의 적극적인 공격 자세가 인상 깊었습니다. 후반 7분 아크 오른쪽에서 과감히 슈팅을 시도했고 9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달면서 직접 돌파를 시도한 끝에 파울을 얻었습니다. 10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헤딩슛을 날리며 골을 노렸습니다. 11분에는 지동원 옆쪽에서 공격을 대기하거나, 2선으로 직접 내려가 패스를 날리며 한국의 공격 분위기를 키우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리아 중원 뒷 공간이 벌어지면서 한국의 손흥민 교체 투입 작전이 뚜렷한 효과를 봤습니다. 지동원은 후반 초반에는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없었지만 중반부터 2선과 최전방을 적극적으로 오가며 한국의 연계 플레이를 엮는 플레이가 적극적 이었습니다.

또한 손흥민은 후반 18분에 두 번씩이나 시리아 박스 안에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그 이전까지 선배 선수들이 박스 쪽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음을 상기하면 손흥민의 재치넘치는 활약이 대표팀의 공격 분위기를 좌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지동원이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올라가는 스위칭이 진행됐습니다. 23분에는 기성용을 빼고 구자철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중원에서의 킬패스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엮어내는 구자철의 장점을 조광래 감독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었죠. 3분 뒤에는 이청용을 벤치로 내리고 유병수를 조커로 활용하는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오른쪽 윙어로 전환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박지성의 후반 중반 활약이 조용했습니다. 손흥민에게 전술적인 초점이 모아졌기 때문에 박지성에 대한 비중이 떨어졌을지 모를 일이지만, 후반 초반에 왼쪽 측면을 힘껏 두드렸던 활약을 떠올리면 몸놀림이 약해졌습니다. 이청용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교체되었던 것 까지 포함하면, 지난 27일 선덜랜드전 출전에 따른 체력 저하에 직면했습니다. 전반 31분 왼쪽 대퇴부 통증 영향 또한 간과할 수 없죠. 유병수가 투입한 이후에는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지만, 후반 33분 아크 중앙에서 유병수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박지성의 무릎 상태를 감안하면 후반 중반에 교체 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런 한국은 후반 37분 지동원이 결승골을 넣으며 시리아를 1-0으로 앞섰습니다. 유병수와 구자철이 왼쪽 진영에서 2대1 패스로 상대 수비를 교란한 뒤, 지동원이 박스 오른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상대 왼쪽 골망을 흔들며 한국에게 골을 선사했습니다. 지동원의 골이 값진 이유는 한국의 승리 과정과 직결되면서 시리아의 자신감을 무너뜨리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35분까지 슈팅에서 12-7(개)로 우세를 점했지만 유효 슈팅에서는 3-5(개)로 밀렸습니다. 시리아보다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하는 불안함을 겪었죠. 지동원의 골이 없었다면 후반 막판에 실점 위기를 내줬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 이후 한국은 리드를 지킨 끝에 1-0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