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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 이청용 공백 실감했던 첼시전 패배

 

'블루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의 빈 자리가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펼치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이청용의 대안이었던 호드리고 모레노는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볼턴은 이청용이 아시안컵에서 빨리 돌아오길 바라겠지만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그리 보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 입니다. 볼턴의 내년 1월 행보가 불안합니다.

볼턴은 30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첼시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후반 15분 플로랑 말루다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획득에 실패했죠. 하프라인 부근에서 엘만더-홀든이 마이클 에시엔의 단독 돌파를 저지하지 못했고, 에시엔의 스루패스가 디디에 드록바의 대각선 패스에 이은 말루다의 왼발 밀어넣기 골이 됐습니다. 볼턴의 오른쪽 풀백 샘 리케츠가 뒷쪽에 자리잡지 않았다면 드록바가 에시엔의 패스를 받은 상황이 오프사이드가 될 수 있었던 아쉬운 실점 장면 이었습니다.

그런 볼턴은 경기 전까지 첼시(10승4무5패, 승점 34)와의 승점 차이가 단 1점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이겼다면 5위로 도약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청용 공백을 실감하며 승점 확보에 실패하면서 리그 6위(7승8무5패, 승점 29)를 지키는데 만족했습니다. 반면 첼시는 최근 리그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의 수렁에서 탈출하면서 5위에서 4위에 진입했습니다.

애슐리 콜의 소극적인 오버래핑, 볼턴이 그 약점을 노렸어야

볼턴은 지난 18일 선덜랜드전에서 이청용 결장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0-1로 패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이청용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차원이었지만 기존의 볼턴 선수들이 그 공백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테일러-페트로프로 짜인 좌우 윙어 조합이 상대 수비에 꽁꽁 막혔고, 미드필더진에서 세밀하고 창의적인 패스 연결이 나오지 못하면서 90분 내내 무기력한 공격에 시달렸죠. 이청용처럼 빌드업을 전개하거나 날카로운 크로스를 띄우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가 현 스쿼드에 없었죠.

문제는 첼시전에서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됐습니다. 오른쪽 윙어에 모레노가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선덜랜드전과 다를 바 없었죠. 미드필더진의 패스가 첼시 중원 뒷 공간을 겨냥하기에는 데이비스-엘만더 투톱과 간격이 벌어졌기 때문에 날카로움 및 정확성이 떨어지는 볼 배급이 반복되었죠. 데이비스-엘만더 중에 누군가 2선에 내려가면서 미드필더진의 패스 줄기를 확보하는 트라이앵글을 형성했으면 간결한 공격을 유도할 수 있었지만 그 움직임이 지속적이지 못했습니다.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침투패스를 연결하여 골을 유도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지만 볼 배급이 부정확했거나 테리에 의해 차단 당하고 말았습니다.

볼턴의 첼시전 패배가 아쉬웠던 이유는 상대팀 경기력이 안좋았기 때문입니다. 첼시는 1-0 승리 속에서도 경기 내용이 부진했습니다. 슈팅 16-10(유효 슈팅 7-3, 개) 점유율 58-42(%)의 우세를 점했지만 파울에서 12-26(개)를 기록할 정도로 볼턴의 거친 몸싸움에 시달렸습니다. 공격을 펼칠 때마다 볼턴의 견고한 압박을 뚫지 못하면서 침투 활로를 찾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전반전에는 슈팅이 2개에 불과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죠. 말루다-아넬카가 2선에 적극 가담하여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드록바와의 연계 플레이가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는 드록바의 부정확한 슈팅이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후반전에 미드필더진의 킬패스에 의해 공격의 숨통을 틔우면서 말루다 결승골을 비롯한 슈팅 14개를 유도했죠.

특히 첼시는 애슐리 콜-보싱와로 짜인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자제했습니다. 두 선수가 볼턴 진영을 넘어서 볼을 터치했던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첼시의 지공 상태라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볼턴의 역습에 흔들릴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팀 공격력이 불안한 상황에서 풀백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다가 상대 수비에 커팅당하면 그 이후 역습을 당하는 것이 축구의 일반적 흐름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애슐리 콜의 공격력이 지난 시즌보다 파괴력이 떨어진 것입니다. 애슐리 콜이 상대 수비 뒷 공간까지 파고들어 논스톱 패스를 띄우거나 직접 골을 시도했던 장면은 지난 시즌 첼시의 주요 전술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기게 드물었죠.

볼턴 입장에서 이청용 공백이 아쉬웠던 이유는 애슐리 콜의 약점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덜랜드가 지난달 15일 첼시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었던 원인 중 하나는 리차드슨이 애슐리 콜과의 적극적인 경합 끝에 첼시의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덜랜드 특유의 빠른 역습이 적중했죠. 하지만 모레노는 주로 오른쪽 측면 끝쪽에서 자리를 잡는 위치선정 불안을 나타냈습니다. 무암바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다른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효율적인 볼 배급을 유도할 수 있는 흐름을 얻지 못하면서 느리거나 부정확한 볼 처리를 일관했죠. 오른쪽 윙어로서 애슐리 콜과 정면으로 경합했다면 볼턴이 더 많은 침투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모레노의 움직임은 다소 소극적 이었습니다.

만약 이청용이 첼시전에 출전했다면 오른쪽 측면에서 어떻게든 공격 기회를 되살렸을 것입니다. 볼턴의 침투 패스가 테리의 커팅에 막혔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흐르는 볼을 볼턴의 공격 기회로 되살릴 수 있는 존재가 이청용 입니다. 공격수쪽으로 빠르게 킬패스를 연결하거나 얼리 크로스를 띄웠다면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엮을 수 있었습니다. 첼시의 수비진이 최근 경기 집중력 저하에 시달리며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음을 상기하면 볼턴의 공격 임펙트가 떨어졌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노령화에 따른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볼턴이 좀 더 끈기있는 공격을 펼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레노는 방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볼턴의 역습 과정에서도 이청용 공백이 눈에 띄게 보였습니다. 코일 감독이 이청용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는 이유는 하프라인에서의 빠른 빌드업 전개를 위해서 였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이 볼턴 진영 앞쪽으로 넘나들면서 공격이 차단당하면 그 이후에는 이청용이 전방쪽으로 순식간에 볼을 배급하며 볼턴이 공세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첼시전에서는 이러한 전술적 움직임이 약했습니다. 시도한 장면은 있었지만 패스 줄기의 세기가 약했습니다. 첼시 미드필더가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킬패스를 이어줄 수 있는 플레이가 드물었기 때문이죠. 볼턴 미드필더들 중에서 이청용 같은 유연한 공격 센스 및 창의적인 패싱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없는 약점이 노출됐습니다.

이러한 이청용 공백은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이 첼시 수비진에게 발이 묶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데이비스가 높이 및 포스트플레이에서 첼시 수비수들과 어느 정도 경합을 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후방과의 지속적인 연계 플레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든 공격을 펼쳤죠. 볼턴의 득점에서 데이비스-엘만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상기하면 이청용의 아시안컵 출전 여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선덜랜드전 0-1 패배까지 포함하면,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부진은 이청용이 없는 동안 계속 될 수 있습니다. 이청용 결장으로 18인이 아닌 17인 엔트리로 첼시전에 나섰던 볼턴의 현 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