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시즌 6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79분 동안 경기 내용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으며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청용이 속한 볼턴은 27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0분 메튜 테일러, 후반 40분 요한 엘만더가 골을 터뜨리며 볼턴의 6위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전반 40분 박스 정면에서 상대 수비진 사이를 파고들어 골키퍼를 농락했다가, 후방에서 침투했던 테일러에게 가볍게 패스를 밀어줬던 것이 골로 연결되어 시즌 6번째 도움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환상적인 움직임(An excellent performance)"이라는 평가와 함께 테일러-로빈슨-홀든(이상 볼턴)-초이(웨스트 브롬)와 더불어 평점 8점을 기록했습니다. 8점은 양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시즌 2호골을 기록했던 지난달 21일 뉴캐슬전 이후 평점 8점을 올렸으며, 웨스트 브롬전을 끝으로 2010년 볼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조광래호에 합류하여 아시안컵에 출전합니다.
이청용이 절정의 공격력으로 볼턴의 공격 분위기를 휘어잡은 것은 지난달 21일 뉴캐슬전 이후 5주만 입니다. 당시 뉴캐슬전에서는 골을 넣으며 볼턴의 5-1 대승을 이끌었죠. 그 이후 지난달 28일 블랙풀과 12일 블랙번전에서는 공격 기여도가 부족하면서 후반 15분 이전에 교체 됐습니다. 그나마 지난 5일 맨시티전에서 오른쪽 측면을 활기차게 누비며 팀 패배 속에서 선전했지만 혼자서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동료 선수들의 역량이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18일 선덜랜드전에는 결장했죠. 볼턴에서 수비적인 비중이 커졌던 것이 최근의 행보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무뎠습니다.
그래서 웨스트 브롬전은 이청용에게 '공격력 회복'의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아시안컵에 합류하여 한국의 공격을 짊어지기 때문에 감각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으며, 리그 7위로 추락한 볼턴의 6위 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감이 절실했습니다. 여기에 선덜랜드전을 쉬면서 체력적 부담이 가벼웠습니다. 또한 웨스트 브롬은 얇은 선수층 때문에 거의 매 경기마다 주전 선수들을 풀 가동 했습니다. 볼턴의 상황도 다를 바 없지만(주전 선수들의 실력은 볼턴이 우세하지만) 지난 12일 블랙번전 이후 보름만에 출전한 이청용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 주어졌습니다.
그런 볼턴은 경기 초반부터 허리에서 웨스트 브롬의 공세를 차단하며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웨스트 브롬이 경기 흐름을 이끌다가 한 순간에 볼턴의 반격이 시작되는 상황이 되풀이됐죠. 웨스트 브롬 선수들의 체력 저하를 유도하여 그 약점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볼턴의 전략 입니다. 이청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포백과의 간격을 좁힌 뒤, 초이-오뎀윈지-모리슨-브런트 같은 웨스트 브롬 공격 옵션들을 집중 견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도란스-물룬부로 짜인 상대 더블 볼란치가 앞쪽으로 전진하는 성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4명의 공격 옵션을 수적 우세로 막아낼 틈이 생겼죠. 그 수비 작전이 적중하면서 이청용 발끝에서 역습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전반 15-17-19분에 2분 연속으로 볼턴의 역습에 관여하며 경기 분위기를 볼턴쪽으로 가져왔습니다. 전반 15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무암바에게 횡패스를 받은 뒤 홀든에게 오픈패스를 띄웠고, 17분에는 하프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왼쪽 측면에 있던 무암바에게 긴 스루패스를 연결하여 역습 기회를 엮어냈습니다. 19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초이가 소유한 볼을 직접 빼낸 뒤 케빈 데이비스와의 2대1 패스를 엮으며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그 이후 문전쪽으로 향하는 크로스가 부정확했지만 상대 왼쪽 뒷 공간의 약점을 파고든데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반 36분에는 하프라인에서 홀든에게 횡패스를 받은 뒤, 상대 수비진이 견제 모션을 취하자 왼쪽에 있던 무암바에게 횡패스를 강하게 연결하여 위기를 넘겼습니다. 30초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볼턴의 패스 플레이에 참여하는 적극성을 발휘했죠. 전반 40분 테일러의 골을 엮어내는 도움을 기록한 장면도 좋았지만, 그 이전에 날카롭고 예측 불가능한 볼 배급으로 볼턴 공격의 창의성을 키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습니다. 선덜랜드전에서 무기력한 공격에 시달렸던 볼턴 전술에 활력을 띄우는 장면들 이었습니다. 패스의 방점을 찍어주면서 섬세하게 연결하는 이청용 존재감은 볼턴에서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청용의 뒷 공간을 커버했던 스테인손이 후반 18분에 교체 됐습니다. 코일 감독이 초이 봉쇄에 실패한 책임을 물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리케츠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리케츠가 투입되면서 이청용의 공격력이 무뎌졌고 그 흐름은 볼턴의 경기 템포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볼턴 미드필더진의 패스 줄기가 약해졌죠. 그 사이에 웨스트 브롬이 점유율을 늘리면서 볼턴의 공격력이 위축됐습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후반 30분 무암바를 빼고 마크 데이비스를 교체 투입하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못했습니다. 4분 뒤에 이청용을 교체한 것은 '체력이 떨어졌다'는 코일 감독의 판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청용은 웨스트 브롬전에서 특유의 번뜩이는 공격력을 되찾았습니다. 여기에 시즌 6번째 도움을 기록하면서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또한 조광래호 입장에서도 이청용의 시즌 6번째 도움을 반갑게 여길 것입니다. 박주영이 무릎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하면서 박지성-김보경-염기훈-손흥민-이청용 같은 윙어 자원들의 공격 비중이 대표팀의 성적을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중앙 공격수 자원인 유병수-김신욱-지동원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윙어의 능력이 중요해졌으며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이청용 입니다. 체력이 관건이지만, 웨스트 브롬전에서 폼을 끌어올린 이청용이라면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믿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