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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아시안컵 불참, 위기이자 기회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무릎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합니다. 지난 23일 FC 소쇼전 종료 후 무릎을 절뚝거렸던 것이 부상으로 이어졌죠. 당초, 박주영은 25일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홍명보 자선축구 참가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부상 때문에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았습니다. 부상 여파는 아시안컵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 운용에 적잖은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박주영 부상은 대표팀에게 '위기이자 기회' 입니다. 우선, 박주영 부상은 조광래호 전력 약화를 의미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8월 나이지리아전, 9월 이란전, 10월 일본전에서 박주영을 원톱으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무득점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아시안컵에서는 그를 쉐도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최근 대표팀이 4-4-2 훈련을 통해 포메이션 변화를 추진한 것도 박주영의 공격 전개를 최대화 시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유병수-김신욱이 전형적인 타겟맨이고 지동원까지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함을 상기하면, 조광래호의 아시안컵 우승 전략은 박주영 쉐도우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아시안컵 불참은 조광래호에게 위기가 됐습니다. 그동안의 전력 구상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병수-김신욱-지동원이 박주영을 대신해서 중앙 공격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문제는 세 선수의 A매치 통합 출전이 3경기에 불과합니다. 김신욱이 2경기, 유병수가 1경기, 지동원은 아직 성인 대표팀 출전 경험이 없습니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명실상부한 메이져 대회이기 때문에 경험많은 선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허정무호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안정환을 데려간 것도 그런 맥락이죠. 이제는 박주영의 부상으로 아시안컵에서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골 생산 하나만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박주영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측면 윙어보다는 중앙 공격수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적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손흥민은 조광래 감독에게 세밀한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쉐도우에게는 능숙한 공격 전개 능력이 필수지만 손흥민은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죠. 소속팀 함부르크에서도 쉐도우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최근 2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골을 넣었던 2경기(3골)는 모두 윙어로 출전했습니다. 조광래호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서도 손흥민은 미드필더 명단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조광래 감독은 투톱 카드를 버리고 다시 원톱으로 회귀할지 모릅니다. 8월 나이지리아전-9월 이란전에서 3-4-2-1, 10월 일본전에서 4-1-4-1 포메이션(포어 리베로 활용)을 구사했기 때문에 원톱이 투톱보다 익숙하죠. 박지성-염기훈-김보경-이청용-손흥민 같은 측면 자원들의 득점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최근 맨유에서 물 오른 득점포를 과시했기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그 특징을 대표팀 전술로 끄집어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박주영이 빠진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센터백 홍정호를 채운 것은 3-4-2-1 또는 조용형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과 밀접합니다. 결국, 윙어들의 득점력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반면, 박주영 부상은 기존 공격수들에게 '기회'로 작용합니다. 유병수-김신욱-지동원의 활용 폭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세 명 모두 그동안 성인 대표팀에서 줄곧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시안컵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입니다. 만약 세 명 중에 누군가가 아시안컵에서 눈부신 득점력을 발휘하거나 후방 공격 옵션들의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이타적인 역할에서 빛을 발하면 박주영 공백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대표팀 경험 부족이 약점이지만 오히려 아시안컵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마음껏 내뿜을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는 점에서 충분한 동기 부여로 작용합니다.

특히 유병수는 2010 K리그 28경기에서 22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골잡이입니다. 그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없다는 여론의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K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었기 때문에 대표팀 승선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황선홍 이후로 뚜렷히 내세울 킬러가 없었다는 점, 그동안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뛰었던 박주영의 골 생산 기복이 높았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유병수입니다. 무엇보다 아시안컵은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공격수의 골 여부가 팀의 승리 여부와 직결됩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거나 특유의 몰아치기 내공은 대표팀 내 다른 공격수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김신욱은 196cm의 장신 공격수입니다. 뛰어난 포스트플레이 및 몸싸움을 자랑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에게 충분한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몇몇 아시아팀과 A매치를 치르면 상대 밀집 수비에 취약한 고질적 단점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밀집 수비를 견뎌내야 하는 입장입니다. 김신욱은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후방 공격 옵션들에게 침투 공간을 벌려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조광래 감독의 믿음을 얻었습니다. 최근 대표팀 훈련에서는 조광래 감독에게 기량이 늘었다는 긍정적 평가까지 얻었습니다. 또한 홍정호가 조광래호에 가세하면서 김신욱의 센터백 전환 가능성은 극히 적어졌습니다.

지동원은 지난달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통해 조광래 감독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공격수임에도 정확한 패싱력과 유연한 기교를 자랑하기 때문에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기술 축구에 적합한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대표팀 훈련에서는 타겟맨으로 활용되면서 조광래 감독이 '쉐도우' 박주영과 함께 호홉할 공격수로 염두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혹사가 아시안컵 경기력의 변수로 작용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신뢰를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박주영 부상 공백을 반드시 이겨내야 합니다. 최상의 스쿼드를 가동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의 어려움을 해쳐가야 합니다. 비록 박주영이 빠졌지만 유병수-김신욱-지동원의 공격력 및 대표팀에서의 성공적 행보를 위한 동기부여라면 아시안컵 우승을 믿을 수 있습니다. 박주영의 아시안컵 불참은 위기지만 반드시 기회가 되어 우승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