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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무릎을 생각하며, 은퇴를 존중하자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은 최근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는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지난 14일 아스날전 결승골로 국민적인 열광을 받았지만 최근 아시안컵 차출을 놓고 여론의 논란이 팽팽하게 가열됐습니다. 아시안컵 차출 찬성 및 반대 의견이 서로 맞물리는 상황이죠. 물론 박지성 본인은 오래전부터 아시안컵 참가를 열망했고 조광래호가 자신의 존재감을 원하지만 '박지성은 맨유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오는 27일 조광래호에 합류하여 아시안컵에 참가합니다. 이번 아시안컵이 대표팀 은퇴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고, 1960년 이후 반세기 만에 아시아를 제패하는 상징성, 그리고 한국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하지만 아시안컵이 유럽 축구 시즌 중인 내년 1월에 열리기 때문에, 박지성을 비롯한 유럽파들은 잠시 소속팀에서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체력 및 컨디션, 아시안컵 이후 팀 내 입지 등이 민감한 부분이죠. 특히 박지성은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의 차출을 우려하는 축구팬들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 본인은 아시안컵 참가를 열망했습니다. 2년 전 부터 아시안컵에서 뛰기를 희망했고, 그 대회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타르행 비행기에 탑승하기를 원했습니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커리어는 '아시아의 축구 영웅' 박지성이라면 충분히 욕심을 낼 수 있습니다. 대회 차출 논란을 떠나, 엄연히 선수 본인의 의사이기 때문에 그것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축구, 박지성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로 되돌아가면, 어느 모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을 베이징 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하고 싶은 의사를 표현하면서 여론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해 6월에는 박지성이 성인 대표팀 훈련 도중 무릎 이상이 생기면서 와일드카드 차출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맨유측이 박지성의 무릎 상태를 우려하며 휴식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출을 막았죠. 박지성의 맨유 입지 또한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무릎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무릎입니다. 축구 선수에게 무릎은 제2의 심장으로 통하며, 하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무릎을 잘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지금까지 세 번의 무릎 수술을 받았으며, 대표팀에 차출되면 무릎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지난 10월에는 A매치 일본전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무릎 부상에 직면하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2007년 4월 오른쪽 무릎 재생 수술을 받았던 부위에 고통이 찾아오면서 물까지 찼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많은 경기를 치렀고 장거리 비행까지 감수했기 때문에 무릎이 정상적이지 못했죠.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무릎 부상은 언제든지 재발합니다. 박지성은 3년전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그 후유증이 관절염 증세로 이어지면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사례가 총 3차례(2008년 6월, 2009년 10월, 2010년 10월)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하면 무릎이 더 악화되어 부상 또는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컨디션 저하에 시달리는 안좋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다음달인 내년이면 만 30세 입니다.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고비점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국과 잉글랜드를 오가며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병행하기에는 박지성의 무릎이 혹사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피로 누적까지 포함하면 온 몸이 지치게 되죠. 대표팀 차출 이후 맨유에서 폼이 떨어졌던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박지성은 맨유 선수 입니다. 맨유로부터 일정한 계약 기간 동안(2012년 6월까지, 계약 연장 될 수 있음)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지성의 국적은 한국이며, 엄연히 한국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으며 후배 선수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을 영입한 것은 맨유의 선택이었고, 맨유로부터 주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 본인은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는 것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에 전념하기 위해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려는 것이죠. 일시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것입니다. 박지성의 맨유 롱런을 바라는 한국 축구라면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부 축구인들은 언론을 통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를 반대했습니다.(대표팀 선수 반응은 논외)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뛸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요지죠. 물론 그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2014년이면 33세이고, 아직 대표팀에서의 영향력이 높기 때문에 4년 더 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한 생각이 아쉬운 이유는,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무릎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언제 무릎 부상으로 몇개월 동안 결장할지 불안한 현 시점에서 2014년까지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계속 병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박지성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축구 선수는 경기력 못지않게 부상 예방도 중요하며, 그 책임은 박지성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은퇴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뜻은 무산 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합니다. 대한축구협회(KFA)와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운영규정 제13조(선수의 의무) 2항에 보면 '(대표 선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훈련 및 소집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즉, 박지성은 대한축구협회가 원하면 일정 기간 동안 대표팀의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박지성의 잦은 무릎 부상을 특별한 사유로 판단하면 대표팀 은퇴는 받아들여 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은 세계적인 선수입니다. 그의 축구 실력은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가 모를 리 없죠.

만약 대한축구협회가 박지성의 은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는 2011년 아시안컵 이후에도 대표팀에 소집되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뛰어야 할지 모릅니다. 조광래 감독이 박지성의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가 그뜻을 수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또는 대한축구협회가 박지성의 의사를 받아들여 '아름다운 이별'을 택할 수 있죠.

그렇다고 대한축구협회를 안좋게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박지성이 그동안 한국 축구를 위해 몸을 바쳐 공헌했던 것을 생각하여 올바르게 판단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언급했습니다. 박지성에게 계속 의지하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베이징 올림픽 사례까지 포함하면, 한국 축구는 박지성에게 너무 의지했습니다. 그 부담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박지성의 몸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지성의 무릎을 생각해서라도, 선수 본인의 은퇴 의사가 존중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