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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아스날 킬러 DNA가 넘쳐 흘렀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역시 아스날에 강했습니다. 지금까지 아스날을 상대로 4골을 기록했는데 모두 맨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번 아스날전에서는 맨유가 승리하는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아스날 킬러'의 DNA가 넘쳐흐르는 맹활약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14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아스날전에서 맨유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41분 루이스 나니가 오른쪽 크로스를 올릴 때, 볼이 가엘 클리시 몸에 맞고 골문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포물선으로 향하는 공중볼을 헤딩슈팅으로 받아내 아스날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박지성의 골에 힘입어 아스날전에서 승리했고 프리미어리그 1위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 골(6골)을 기록하는 영광의 순간을 연출했습니다. 이대로의 흐름이라면 시즌 10골 달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박지성은 아스날전 통산 4골을 기록하여 '아스날 킬러'의 저력을 떨쳤습니다. 2006년 4월 10일(맨유 2-0 승), 2009년 5월 5일(맨유 3-1승), 2010년 2월 1일(맨유 3-1 승) 아스날전에서 골을 넣었는데 공교롭게도 맨유가 모두 승리했습니다.

박지성, 아스날 상대로 선제골 작렬...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돋보였다

맨유는 아스날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캐릭-안데르손-플래처가 미드필더, 박지성-루니-나니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아스날전 5경기에서 4-3-3을 구사하며 4승1무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것을 참고했죠. 아스날은 맨유전에서 4-2-3-1로 맞섰습니다. 스체스니가 골키퍼, 클리시-코시엘니-스킬라치-사냐가 수비수, 윌셔-송 빌롱이 더블 볼란치, 아르샤빈-로시츠키-나스리가 2선 미드필더, 샤막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4-4-2로 변형했지만 샤막-판 페르시 투톱 공존이 실패로 끝나면서 포메이션 변화가 불가피했습니다. 기존의 4-3-3에서 더블 볼란치를 밑으로 내리는 4-2-3-1을 구사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맨유의 페이스였지만 아스날의 수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스날 미드필더들이 포백과의 간격을 좁히고 압박 형태의 경기를 펼치면서 맨유 공격을 막아내는데 주력했습니다. 전반 14분까지 파울에서 6-2(개)로 앞서면서 수비 안정에 주력했죠. 그동안 아스날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박지성은 사냐-나스리의 협력 수비를 받았고, 루니가 상대 수비벽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흐름이 전개됐습니다. 전반 4분에는 박지성이 맨유 진영에서 송 빌롱이 소유한 볼을 빼앗아 종패스로 역습을 시도하는 인상깊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한 아스날의 기민한 전술 변화를 박지성이 잘 읽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7분에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아스날의 패스 줄기를 끊으며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8분 루니가 아크 중앙에서 날렸던 슈팅이 아스날 골키퍼 스체스니의 몸을 맞고 앞쪽으로 흐르자 문전으로 쇄도하여 리바운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16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직접 공을 따내면서 과감히 전방쪽으로 쇄도했죠. 비록 사냐에게 볼을 빼앗겼지만 아스날 박스쪽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를 위협했습니다. 아스날이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고질적으로 수비에 취약하기 때문에, 맨유의 스리톱이 라인을 윗쪽으로 끌어올려 아스날 미드필더-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데르손이 직선적인 패턴으로 연계 플레이를 엮어내면서 아스날 중원을 흔드는 작업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골 생산 작업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전반 25분까지 4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그 중에 3개가 박스 바깥에서의 중장거리 슈팅 이었습니다. 그나마 나니가 21분 박스 안에서 발리슛을 시도했지만 볼이 안쪽으로 감기지 못하면서 슈팅이 골문 바깥으로 스쳤습니다. 박지성-안데르손을 위주로 아스날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작업을 여러차례 펼쳤지만 중장거리 슈팅을 시도하면서 골 확률이 낮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스날의 불안 요소가 스체스니의 불안한 실전 경험임을 상기하면 그 약점을 노리며 박스 가까이로 접근하여 슈팅을 노렸어야 했습니다. 25분까지 점유율은 60-40(%)의 우세를 점했지만 결과적으로 공격이 매끄럽게 풀리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스날의 전술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공격 축구라는 컨셉이 두드러졌지만 맨유전에서는 수비 축구를 펼쳤습니다. 최근 맨유전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 및 맨유를 상대로 역습에 취약한 단점을 나타냈기 때문에 수비 강화가 불가피 했습니다. 점유율을 늘리면서 수비 부담을 줄이는 전술도 염두할 수 있었으나, 맨유의 중원이 두꺼운데다 박지성의 수비 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수비 위주의 전술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맨유 선수들의 전방 침투를 막으며 공간을 촘촘하게 좁히는데 주력하고, 빠른 공수 전환에 의해 회심의 반격을 노리는 것이 아스날의 의도였습니다. 즉, 아스날의 수비 축구는 다분히 전략적인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탄탄한 수비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스날 킬러' 박지성의 움직임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전반 41분 나니가 박스 오른쪽에서 왼발 크로스를 날린 것이 클리시의 몸에 맞고 골문쪽으로 향했고, 박지성이 헤딩을 시도하여 볼의 궤적을 골문 안쪽으로 틀면서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나니의 크로스 낙하 지점을 정확히 예상했기 때문에 골 냄새를 확실하게 맡으면서 멋진 골 장면을 연출했죠. 박지성 가까이에 있었던 스킬라치가 헤딩슛을 예상하지 못하고 멀뚱히 바라봤던 것이 맨유가 1-0으로 전반전을 마치는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이 됐습니다. 전반전에 가장 맹활약을 펼쳤던 선수는 단연 박지성 이었습니다.

아스날 전술적 실수를 이용했던 맨유의 역습, 그리고 1-0 승리

맨유는 후반전에도 아스날전 승리를 결정짓는 추가골을 넣기 위해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나니가 최전방, 박지성이 2선, 안데르손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무한 스위칭'을 통해 아스날 수비를 공략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후반 5분까지는 안데르손이 박지성 앞쪽에서 위치를 잡아 패스를 받으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특유의 직선적인 패턴을 앞세워 반격을 노리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사냐-아르샤빈이 앞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마크를 시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아스날이 반격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후반 초반에는 수비쪽에 힘을 실어줬죠. 8분에는 나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단독 드리블 돌파를 펼치며 아스날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특히 아스날의 후반전 전술이 달라졌습니다. 전반전에 36-64(%)의 점유율 열세를 나타낼 정도로 수비 축구를 펼쳤지만 '박지성 골에 의해' 0-1로 밀리면서 공격쪽으로 올라왔습니다. 미드필더진을 맨유 진영쪽으로 끌어올리고 좌우 풀백 클리시-사냐의 공격 가담까지 이어지면서 맨유 골망을 흔들기 위해 주력했죠. 후반 10분에는 샤막이 맨유 골키퍼 판 데르 사르가 나스리 슈팅을 걷어낸 것을 리바운드 골로 만회하려 했으나, 슈팅이 비디치 몸을 맞으면서 동점골 기회가 무산됐습니다. 특히 나스리는 후반전에 왼쪽까지 이동해서 공격을 펼칠 정도로 에브라 봉쇄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스스로 전술적 실수를 범했습니다. 미드필더가 앞쪽에 치우치면서 맨유의 역습에 의해 뒷쪽 공간이 뚫리는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아스날 공격이 맨유의 두꺼운 압박에 막혀 차단당하기 일쑤였고, 맨유가 그틈을 노려 역습을 펼치면서 아스날 수비를 두드렸습니다. 비록 아스날 수비수들의 걷어내기에 의해 추가골 기회가 무산되었지만 상대 전술의 약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에 아스날은 후반 18분 로시츠키-윌셔를 빼고 판 페르시-파브레가스를 교체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우며 4-4-2로 전환했습니다. 샤막-판 페르시가 투톱을 맡고, 아르샤빈-파브레가스-송 빌롱-나스리가 미드필더를 맡는 체제였죠. 공격 상황에서는 파브레가스를 윗쪽으로 올리는 반격을 취했습니다.

맨유는 아스날의 전술적 변화에 의해 공격력이 소강 상태에 빠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습니다. 그래서 역습보다는 지공 형태의 공격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죠. 그런데 후반 27분 나니가 클리시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으면서 절호의 추가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페널티킥 키커' 루니는 28분 슈팅 동작을 너무 크게 잡으면서 볼이 골포스트 윗쪽으로 향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아스날은 위기를 넘기면서 0-1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31분 아르샤빈을 빼고 월컷을 조커로 활용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맨유의 공격 템포가 느려졌기 때문에 동점골을 노릴 수 있었죠.

그런 맨유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루니의 부진 이었습니다. 전반전에 중앙쪽에서 아스날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에 주력하면서 맹활약을 예고했지만, 후반들어 활동 폭이 좁아지고 움직임이 점점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과거의 루니였다면 맨유전에서 몇 차례 동선이 겹쳤던 코시엘니-스킬라치의 옆쪽 공간을 노리며 골 기회를 노렸을지 모르겠지만, 몇개월 동안 깊은 침체에 시달리면서 정적인 움직임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코시엘니-스킬라치의 마크를 뚫지 못하고 2선으로 내려가 연계 플레이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박스 안에서 공격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포메이션이 사실상 4-6-0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움직임이 무뎌졌다는 것입니다. 맨유가 후반전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 때문 입니다.

또한 맨유의 아스날전 숨은 주역은 하파엘 이었습니다. 경기 내내 아르샤빈을 찰거머리처럼 봉쇄하며 아스날의 공격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맨유 진영에서 종방향의 공격을 펼칠 때 중앙-오른쪽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공격 단순화가 두드러지면서 맨유 수비가 아스날 공격을 손쉽게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서는 박지성의 수비가 인상 깊었습니다. 박지성은 후반전에는 수비쪽에 무게감을 두면서 사냐 오버래핑-송 빌롱의 종방향 움직임을 차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의 '미친 존재감'은 맨유가 아스날전에서 1-0으로 승리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특히 박지성의 골은 아스날전 결승골이 되면서 맨유의 핵심 선수로 거듭났음을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