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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아스날-첼시전 맹활약 기대하라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게 중요한 경기들이 곧 찾아옵니다. 맨유가 오는 14일 아스날전, 20일 첼시전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강팀킬러'의 이름으로 강팀에 강한 면모를 비롯 골 까지 넣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기에 두 경기 활약상이 주목됩니다. 최근 맨유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개인 한 시즌 최다 골 타이(5골)를 이루었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맨유는 지난달 28일 블랙번전 7-1 대승에 힘입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위(8승7무, 승점 31)에 진입했으나 지난 5일 블랙풀 원정이 한파로 취소되는 바람에 아스날에게 리그 선두를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아스날(10승2무4패, 승점 32)에게 승점 1점 차이로 밀려 2위를 기록중이며, 3위 첼시(9승3무4패, 승점 30)보다 승점 1점 앞서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위 진입 및 그 명성을 떨치기 위해서는 아스날-첼시전을 모두 이겨야 합니다. 올 시즌 맨유 공격의 주요 옵션으로 떠오른 박지성의 역할이 막중해진 이유입니다.

박지성, 맨유의 아스날-첼시전 승리 이끌까?

맨유는 오는 14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날과 맞붙습니다. 2006년 9월 17일 아스날전 0-1 패배 이후(아데바요르 결승골) 5경기 연속 홈에서 무패(4승1무)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아스날 원정까지 포함하면 최근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의 성적을 자랑합니다. 아스날 젊은 선수들의 경험 및 상대팀 역습 상황 대처 부족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것이 최근 맞대결에서 우세를 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5경기 중에 유일하게 비겼던 지난해 5월 16일 경기에서는 거의 우승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FC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겨냥하여 수비 축구를 연마하는데 의미를 더했습니다.

특히 아스날이 상대팀 역습에 약한 단점은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웨스트 브롬위치-토트넘전 패배가 그 예 입니다. 오랫동안 공격 축구로 일변화된 전술을 펼쳤던 것이 오히려 상대 두꺼운 수비와 직면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고, 선수들의 위치를 앞쪽으로 끌어올리며 공세를 노렸지만 상대 수비에 차단당하면 그 즉시 역습을 허용하여 실점 위기에 직면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9일 파르티잔전에서는 3-1로 승리했지만 실점 과정 또한 역습 이었습니다. 아스날이 공격을 주도하는 흐름 속에서 사냐-송 빌롱이 상대 공격 옵션들의 빠른 볼 터치에 의한 패스를 느슨하게 대응했던 것이 클레오의 동점골 빌미로 작용했습니다.

맨유가 최근 아스날전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던 원동력은 '역습의 성공' 이었습니다. 특히 2009년 5월 5일, 지난 2월 1일 아스날 원정에서는 박지성의 맹활약에 힘입어 맨유가 각각 3-1, 3-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박지성은 전방 돌파 및 종패스 위주의 공격 전개를 앞세워 아스날 측면을 힘껏 두드리며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후방에서 볼을 받을 지점에 미리 위치하여 상대 수비 진영을 가르는 침투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스날 수비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호날두(2009년) 루니(2010년) 같은 선수들이 역습 상황에서 골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두 경기에서는 쇄도 과정에서 골을 기록했던 짜릿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스날전은 박지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점도 있지만, 긱스가 부상 복귀 이후 폼을 회복하지 못한 것, 나니가 시즌 초반보다 폼이 무뎌지면서 기복이 심해진 것, 순발력이 약한 베르바토프(최근 아스날전 5경기 연속 선발 출전 실패)의 특징을 감안하면 박지성의 선발 출전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지난 8일 발렌시아전에 풀타임 출전했지만 아스날전까지 6일 간격이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이 없으며, 지난 한 달 동안 맨유의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꾸준한 폼을 보여줬던 특징이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역습 능력을 믿고 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만, 아스날이 파르티잔전에서 4-4-2로 전환한 것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특히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나스리는 아스날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월등한 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나스리를 봉쇄를 위해 에브라가 밀착 견제하면서 박지성의 수비 가담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박지성이 나스리를 막으면서 '수비형 윙어' 모드로 전환할 수 있고, 역습까지 전개하는 팔방미인 같은 활동량이 필요합니다. 아스날 입장에서도 박지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나스리가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는 이타적인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박지성이 그 약점을 파고든다면 아스날전에서 맹활약 펼칠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문제는 첼시전 입니다. 맨유는 20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 원정을 치릅니다. 하지만 맨유는 2002년 이후 8번의 첼시 원정에서 3무5패의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고 지난해 11월 8일 0-1로 패했습니다. 당시 첼시 미드필더진의 다이아몬드 시스템을 공략하기 위해 발라크(현 레버쿠젠)을 집중 견제하는데 성공했지만, 루니를 제외한 나머지 공격 옵션들이 좀처럼 첼시 진영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끝내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던 박지성의 존재감이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첼시는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극심한 침체에 빠졌지만 적어도 홈에서는 명불허전의 경기력을 과시했습니다. 지난달 15일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이 흠이지만, 올 시즌 리그 홈 경기에서 6승1무1패에 4실점을 허용하는 좋은 기록을 올렸습니다. 그 중에 3실점이 선덜랜드전이었지만 홈에서 쉽게 골을 내주지 않는 끈끈한 팀 컬러를 자랑했습니다. 특히 맨유전 같은 경우에는 첼시 입장에서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자'는 승리욕이 발동할 수 있습니다. 오는 13일 토트넘 원정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알 수 없지만, 맨유와의 홈 경기라면 첼시쪽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첼시 원정에 대한 희망의 돌파구가 있습니다. 박지성이 첼시 오른쪽 풀백 보싱와에 강한 면모를 내뿜었기 때문입니다. 2008/09시즌 두 번의 경기에서 보싱와를 밀착 견제하거나, 보싱와의 뒷 공간을 자유자재로 공략하며 첼시의 수비 부담을 키우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 11일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는 보싱와가 공수 양면에 걸쳐 박지성의 기세에 눌리면서 팀이 0-1로 밀렸던 후반 19분에 질책성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보싱와는 최근 무릎 부상에서 오랜만에 복귀하여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2008/09시즌 만큼의 왕성한 움직임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만약 보싱와가 폼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맨유전에 선발 출전하면 박지성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첼시는 맨유전에서 보싱와 대신에 이바노비치 또는 페레이라를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바노비치는 최근 센터백까지 소화하면서 컨셉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페레이라는 지난 8월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박지성의 전방 압박에 밀린끝에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팀의 1-3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박지성이 아스날전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그 기세를 몰아 첼시 원정에서 번뜩이는 움직임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욱이 2008년 9월 21일 첼시 원정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달콤한 경험이 있습니다. 박지성의 아스날-첼시전 맹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