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오언 코일, EPL 빅 클럽 감독으로 거듭날까?

 

우리들에게 '이청용의 스승'으로 알려진 오언 코일 볼턴 감독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평준화를 주도했던 지도자입니다. 지난 시즌 14위의 성적으로 마감했던 볼턴을 한때 4위까지 끌어올리며 6위를 기록중이기 때문이죠. 지난 1월 감독 부임 당시 볼턴의 성적이 19위 강등권이었음을 상기하면, 코일 감독을 영입한 볼턴의 선택은 '대성공' 이었습니다. 만년 약체팀이라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던 볼턴이 리그 4위를 노리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는 점은 코일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코일 감독의 승승장구가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 감독 부임 확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08/09시즌 승격팀 번리의 사령탑을 맡아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을 달렸고(코일 감독이 떠난 뒤 번리는 강등), 지난 1월 볼턴으로 이적하여 강등권에 있었던 팀을 지금은 중상위권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빅 클럽 입장에서도 코일 감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빅 클럽에서 지휘봉을 잡는 현 감독들은 나이가 많거나 입지 및 진로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언젠가' 코일 감독이 그들을 대신할지 모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지난 5일 "코일 감독이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이 물러났을 때 새로운 감독 후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올해 나이가 69세이며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맨유 사령탑을 맡기로 했고, 호지슨 감독은 리버풀의 성적 부진 책임으로 경질 위기에 몰렸습니다.(호지슨 감독도 63세 고령입니다.) 두 감독이 언제까지 팀을 맡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44세' 코일 감독이 맨유와 리버풀의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볼턴은 맨체스터-리버풀과 거리가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에 맨유-리버풀이 코일 감독을 주목하기 쉽습니다.

물론 코일 감독이 맨유로 옮기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인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거론되었던 지도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루머에 그쳤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몇년 동안 현지 언론의 맨유 사령탑 교체설에도 불구하고 팀을 계속 이끌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또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아무리 지도력이 출중한 지도자라도 위기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면 맨유 감독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 감독 경험이 적은 코일 감독에게는 퍼거슨 감독의 대체자로 거론되기에는 이른감이 있습니다.

다만, 코일 감독은 리버풀 차기 사령탑으로 무게감이 실립니다. 전임 사령탑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현 인터 밀란)의 유산이었던 패스 축구를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이 실리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의 현 스쿼드는 호지슨 감독이 선호하는 롱볼 축구와 어울리지 않으며, 현대 축구의 변화된 흐름 속에서 롱볼 축구의 가치는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리버풀이 총체적 부진에서 벗어나 매 시즌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려면 '혁신'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구시대 스타일의 호지슨 감독보다는 좀 더 젊고, 야망이 넘치고, 전략가로서 검증된 지도자가 리버풀에 어울립니다. 코일 감독도 가능성이 없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이 현 시점에서 리버풀로 이동할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1월 볼턴과 2년 6개월 계약을 맺으면서 2012년 6월까지 팀에 잔류해야 합니다. 번리에서 볼턴으로 옮긴지 거의 1년이 되었기 때문에, 볼턴이 다른 팀에 쉽게 내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리버풀이 단기간에 코일 감독을 데려오려면 볼턴에게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볼턴도 코일 감독을 영입하면서 성적 향상을 원했던 만큼 코일 감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죠. 더욱이 코일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에 번리를 떠나 볼턴으로 이적했던 시선이 번리팬들에게 좋지 못했습니다. 만약 코일 감독이 그런 흐름을 의식하면 볼턴과의 계약 기간을 완전히 지킬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코일 감독의 빅 클럽 이동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6월까지 볼턴에서 더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또는 볼턴에서 진정한 지도력을 평가받는 검증의 시간이 있습니다. 아무리 볼턴이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몇 위로 시즌을 마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빅 클럽 입장에서는 코일 감독 영입 보다는 예의주시쪽에 무게감을 둘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코일 감독은 볼턴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룰 것임에 분명하며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할 명장으로 거듭날 잠재력이 있습니다. 관건은 그 능력이 꾸준한 성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교롭게도 2012년 6월은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이 바뀔 가능성이 다분한 시기입니다. 잉글랜드가 유로 2012 본선에 참가할 경우 파비오 카펠로 대표팀 감독이 잉글랜드 사령탑을 맡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입니다. 그때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밝혔기 때문에 차기 감독을 물색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해리 래드냅 토트넘 감독이 물망에 올라있습니다. 래드냅 감독 본인이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죠. 잉글랜드 입장에서도 2002-2006-2010년 월드컵에서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겼기 때문에 자국 출신 감독에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맡기고 싶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래드냅 감독의 대표팀 입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토트넘은 차기 감독 영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그때는 코일 감독이 볼턴에서 무언가의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토트넘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그때는 토트넘을 비롯한 다른 빅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때 즈음이면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나이가 71세이며,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 나이는 63세입니다. 첼시는 그동안 감독 교체가 잦았기 때문에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롱런을 장담할 수 없으며, '부자 클럽' 맨체스터 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리버풀의 호지슨 감독도 그때까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결국, 코일 감독의 빅 클럽 이동은 지금보다는 미래에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때는 자신의 몸값 및 감독으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볼턴에서의 성적 향상 및 자신이 선호하는 기술적인 공격 축구의 퀄리티 강화를 원할 것입니다. 볼턴이 빅 클럽으로 성장하기에는 구단 규모가 작은 단점 때문에 코일 감독이 훌륭한 업적을 거두기에는 그릇이 작습니다. 코일 감독은 엄연히 프로로서 언젠가 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볼턴의 계속된 오름세는 코일 감독이 빅 클럽 사령탑으로 거듭나는 확률을 조금씩 높여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