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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분전 속에서 아쉬웠던 볼턴의 패배

 

'블루 드래곤' 이청용(22)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원정에서 82분 동안 공수 양면에 걸쳐 분전했지만 볼턴의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살림꾼 역할을 담당했던 스튜어트 홀든의 허벅지 부상 공백이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볼턴은 5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맨시티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4분 카를로스 테베스에게 실점했으며 그 이후 반격을 노렸지만 케빈 데이비스(K. 데이비스)-요한 엘만더 투톱이 맨시티 수비수들에게 발이 묶이면서 끝내 맨시티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5승8무3패(승점 23)로 리그 6위를 지켰지만 4위 맨시티(8승5무3패, 승점 29)와의 승점 격차가 6점으로 늘었습니다.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Lively(활기 넘쳤다)'는 짧은 평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볼턴의 취약점이 드러난 맨시티전, 홀든 공백이 컸다

우선, 맨시티 입장에서 볼턴전은 최상의 경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슈팅 21-13(유효 슈팅 7-1, 개) 점유율 59-41(%)의 우세를 점했고, 상대 허리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압도하면서, 전반 4분에는 테베스의 골을 통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1-0이라는 스코어는 허전했습니다. 수많은 골 기회와 공격 지향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볼턴 골문을 두들겼지만 골 결정력 저하로 1골에 그친 것이 옥에 티였죠. 볼턴 골키퍼 야스켈라이넨의 눈부신 선방 때문에(볼턴 패배 속에서도 스카이스포츠 평점 9점)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골문 안으로 날카롭게 이어진 슈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맨시티는 볼턴전에서 4-2-3-1을 구사했는데 발로텔리가 공격형 미드필더, 야야 투레가 오른쪽 윙어에 배치됐습니다. 두 선수의 원 포지션은 각각 공격수,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볼턴전에서는 팀의 4-2-3-1에서 공존하기 위해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했죠. 평소에는 좌우 윙어들의 수비 가담을 늘렸지만 볼턴전에서는 실바-발로텔리-야야 투레로 짜인 2선 미드필더진이 전방쪽으로 라인이 올라갔고, 콜라로프-사발레타 같은 좌우 풀백들이 활동 폭을 넓혀 윙어들의 수비 부담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발로텔리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옷이 맞지 않은 어색한 활약을 펼쳤고, 골 결정력 부족까지 더해지면서 테베스의 선제골 이후 더 이상의 추가골이 없었습니다.

그런 맨시티의 전술적 특징을 먼저 언급한 이유는 볼턴이 상대 전술의 약점을 충분히 노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드필더진을 평소보다 밑선으로 내리고 이청용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면서 반격을 노리는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맨시티 선수들이 앞선으로 올라왔던 틈을 역습을 통해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면 원정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번 경기 이전까지 리그에서 맨시티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했기 때문에(볼턴 28골, 맨시티 20골), 맨시티 원정에서 적어도 1골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볼턴이 무득점에 그친 이유는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습니다. 후방이 상대 공격에 뚫리다보니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볼턴 진영쪽으로 쏠렸고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흐름이 경기 내내 반복됐죠. 실바-야야 투레의 거침없는 돌파에 의해 좌우 풀백과 센터백 사이의 옆 공간이 여러차례 뚫리면서 수비 밸런스가 비틀거리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로빈슨-리케츠로 짜인 좌우 풀백이 자신의 앞 공간까지 커버하는데 실패하면서 실바-야야 투레 봉쇄에 실패했죠. 특히 전반 4분 테베스에게 골을 허용했을 때는 나이트가 야야 투레의 돌파를 저지하지 못했고, 케이힐이 야야 투레의 전진패스 방향을 읽지 못해 테베스의 문전 쇄도를 허용했던 위치선정 불안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볼턴 미드필더들은 '전략상' 수비 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강팀과 상대하면 어김없이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펼쳤기 때문에 그 흐름이 맨시티전에서도 이어질 것은 분명했죠. 하지만 90분 내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수는 없는 일입니다. 맨시티의 공격 지향적인 전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미드필더의 효율적인 볼 배급과 문전 침투에 의한 역습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볼턴 포백이 맨시티 공격에 흔들리면서 어쩔 수 없이 수비 부담이 가중되었던 원인도 있지만, 상대 공격을 제어해야 할 중원의 수비력이 허약했습니다. 마크 데이비스(M.데이비스)-무암바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더들이 맨시티 중앙 공격에 의해 수없이 뒷 공간을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맨시티전에서는 홀든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홀든이 맨시티전에 출전했다면 특유의 넓은 움직임과 투쟁력을 앞세워 맨시티 공격을 찰거머리처럼 끊었을지 모릅니다. 리그에서 많은 태클을 시도하기로 손꼽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맨시티가 볼턴과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욱이 무암바는 홀든이 중심을 잡아줘야 경기력이 살아나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두 선수의 시너지 효과를 맨시티전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홀든의 부상 공백을 메웠던 M.데이비스는 경기 내내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M.데이비스-무암바 조합은 침투패스 연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K.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다채로운 패싱력을 자랑하는 홀든의 공백이 또 한 번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이청용은 볼턴 미드필더 중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했습니다. 자신을 전담 마크했던 콜라로프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공간을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개인기까지 섞으며 상대 수비에 위축되지 않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콜라로프-콤파니의 파울을 얻으며 볼턴의 프리킥 기회를 엮어냈죠. 또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콜라로프의 오버래핑을 통한 볼 배급을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볼턴의 수비 불안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체력 저하 때문헤 후반 37분에 교체되었지만 공수 양면에서 맨시티의 왼쪽을 괴롭혔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청용이 분전하더라도 동료 선수들이 도와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 없습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볼턴이 맨시티 공격을 끊은 뒤에 이청용의 빌드업을 앞세워 빠른 역습을 노렸다면 좋았지만, M.데이비스-무암바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이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옆쪽으로 빠지는 패스 시도에 소극적이거나 부정확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던 페트로프는 폼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했고 볼 컨트롤이 불안했습니다. 그리고 팀 전체가 홀든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저하되고 말았습니다. 지난달 28일 블랙풀전에서 홀든 결장을 실감하며 2-2로 비겼던 볼턴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은 현실입니다. 한때 리그 4위에 올랐으나 지금은 6위에 위치한 볼턴의 정체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