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청용, 맨시티전에서 볼턴 4위 이끌까?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박지성(맨유)의 시즌 6호골 도전은 블룸필드로드(블랙풀vs맨유 경기 장소) 그라운드가 한파로 얼어붙으면서 연기됐습니다. 하지만 '블루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팀의 4위 진입을 이끄는 모습은 많은 축구팬들의 환호를 얻어낼 것임에 분명합니다. 맨시티가 리그 4위팀이기 때문에 볼턴 입장에서 이번 경기가 중요합니다.

이청용은 5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맨시티 원정에 나섭니다. 볼턴은 지난달 28일 블랙풀전 2-2 무승부로 5승8무2패(승점 23)를 기록하며 5위에서 6위로 추락했습니다. 맨시티는 7승5무3패(승점 26)으로 4위를 기록중이며 볼턴과 승점 3점 차이입니다. 만약 볼턴이 맨시티를 두 골 차이로 승리하면 5위 토트넘(7승4무4패, 승점 25)이 버밍엄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4위 진입이 가능합니다.(골득실 : 볼턴 6골, 맨시티 8골/득점 : 볼턴 28골, 맨시티 20골)

볼턴, 경기력 저하에 빠진 맨시티 제압할까?

우선, 볼턴은 맨시티 원정에서 3연패를 기록중입니다. 지난 2006년 12월 23일 맨시티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에 3경기에서 모두 패했죠. 홈 경기 전적까지 합하면 2008년 11월 2일 2-0 승리 이후 맨시티를 상대로 3연속 무승(1무2패)에 빠졌습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 2월 9일 맨시티 원정에서는 테베스-아데바요르에게 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습니다. 최근 맨시티에 약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맨시티 원정이 4위 진입과 맞물려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시티는 올 시즌 거의 매 라운드에서 리그 4위권을 사수했습니다. 지난달 21일 볼턴에게 잠시 4위 진입을 허용했으나 다음날 풀럼전에서 4-1 대승을 거두고 다시 4위를 되찾았는데, 그때를 제외하면 꾸준히 4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6일 뒤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 1-1 무승부에 그쳐 4위 수성이 위태롭게 됐습니다. 지난 10월 17일 블랙풀전까지 리그 8경기 5승2무1패를 기록했으나 그 이후 리그 7경기에서 2승3무2패에 머무르면서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졌습니다. 만치니 감독이 약팀을 상대로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전술을 일관할 정도로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적어도 공격력만을 놓고 보면 지난 시즌보다 파괴력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4-4-2를 구사하면서 좌우 윙어를 공격 옵션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특히 왼쪽 윙어 벨라미(현 카디프 시티 임대)의 번뜩이는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트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4-3-3으로 전환했는데 미드필더진이 '스리 볼란치(배리-야야 투레-데 용)'를 형성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공격 옵션이 1명 줄었습니다. 테베스의 골 폭풍은 여전하지만, 문제는 밀너-실바 같은 윙 포워드들이 테베스의 골을 몰아주는 이타적인 움직임이 뚜렷하며 수비에 무게감을 둡니다. 맨시티가 4위를 기록중임에도 볼턴보다 골 숫자가 적은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만약 맨시티가 볼턴전에서 기존의 수비 위주 전술을 그대로 밀고 나오면 코일 감독의 전략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볼턴이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면서 맨시티 선수들을 앞쪽으로 끌어올리고 반격 공간을 노리는 전술이 유력합니다. 선수층이 맨시티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상대의 두꺼운 허리를 공략하기에는 버거움이 있습니다. 중앙에서 볼턴 공격을 지휘할 마땅한 패스 메이커가 없기 때문에 점유율 전략이 오히려 상대 역습의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볼턴은 맨시티를 상대로 역습으로 맞서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청용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청용은 코일 감독 부임 이후 볼턴 역습 상황에서 빌드업을 담당했습니다. 볼턴 진영에서 상대 진영쪽으로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마땅한 적임자가 이청용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맨시티는 중원이 강하기 때문에 M.데이비스(마크 데이비스)-무암바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의 빌드업을 노리기에는 공간이 좁은 단점이 있습니다.(홀든은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 블랙풀전 결장) 하지만 이청용이 속한 측면은 중앙보다 공간이 넓고, 특히 이청용의 패싱력이 간결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볼턴의 역습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M.데이비스-무암바가 태클을 통해 맨시티 공격을 대응하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청용의 빌드업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볼턴의 공격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이청용 맹활약의 한 가지 관건은, 밀너 또는 실바의 전방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맨시티 윙 포워드들은 빅6 팀들의 측면 옵션들 중에서 가장 수비적 비중이 큽니다. 볼턴과 상대하는데 있어 이청용 견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윙 포워드에게 전방 압박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상대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달라붙기 이전에 공간을 넓게 이용하여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유연한 볼 키핑을 통해 끝까지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지켜내는 동작, 상대가 압박하기 이전에 동료 선수에게 재빨리 볼을 패스하며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섞으며 견제를 이겨냈습니다.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었기에 프리미어리그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지 않게 됐습니다.

물론 맨시티 입장에서는 K.데이비스(케빈 데이비스)-엘만더 투톱까지 봉쇄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K.데이비스-엘만더는 맨시티 포백을 비롯 스리 볼란치의 압박까지 견뎌야 하기 때문에 활동 공간을 넓히는데 제약이 따릅니다. 그래서 후방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청용과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이청용이 빌드업의 원활함에 힘입어 전방쪽으로 킬패스 또는 얼리 크로스를 띄우면 K.데이비스-엘만더가 상대 진영에서 한 번에 결정적인 골을 노릴 기회가 생깁니다. 특히 이청용의 얼리 크로스는 지난 시즌보다 날카로워지면서 상대 수비의 높이 부담을 키웠습니다. K.데이비스-엘만더의 골 감각은 올 시즌에 무르익었기 때문에 이청용과의 콤비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또한 맨시티전에서는 시즌 3호골에 도전합니다. K.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의 공격력이 더 이상 원활하지 않으면 이청용의 위치를 앞쪽으로 끌어올려 공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볼턴 입장에서 맨시티전은 4위 진입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골을 노려야 합니다. K.데이비스-엘만더의 득점포에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득점 감각이 좋은 이청용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은 맨시티를 비롯한 빅6 클럽을 상대로 아직 골을 기록한 경험이 없습니다. 자신의 네임벨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맨시티전 득점포를 통해 공격력 향상의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연 이청용이 맨시티전에서 볼턴의 승리와 함께 리그 4위 진입을 이끌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