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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적설' 박지성, 맨유 재계약 확신하는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최근 세비야 이적설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속한 세비야가 박지성 영입을 희망한다는 현지 언론의 루머가 국내에서 전해졌습니다. 그 루머에는 박지성이 맨유와의 재계약에 실패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지난 여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을 비롯 그동안 여러 차례 이적 루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중인 스타들은 온갖 이적설에 시달렸으며 그 중에는 사실이 아닌 루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지성 세비야 이적설을 맹목적으로 믿을 수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박지성의 세비야 이적은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맨유의 측면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선수 본인이 프리메라리가를 선호하지 않으며(8개월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언급),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액에 해당되는 7만 파운드(약 1억 2500만원)의 돈이 세비야에게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맨유에 전념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오히려 세비야 이적 보다는 맨유에서의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현지 언론이 전하는 박지성의 세비야 이적설은 맨유 재계약 가능성을 낮게 바라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박지성은 맨유와의 계약 기간이 2012년 6월까지 이지만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또 다시 계약이 연장 될 명분이 작용합니다.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맨유 롱런의 기회로 작용할 듯

한때 일부 국내 여론에서 "박지성 이적해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는 맨유에서의 꾸준하지 못했던 선발 기용 때문입니다. 간헐적으로 선발 출전 했으나 결장 또는 교체 투입 빈도가 높았기 때문에 일부 여론이 실망한 눈치였죠. 맨유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사하거나 미드필더 중에 붙박이 주전이 없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지금은 박지성이 맨유 스쿼드의 주요 선수로 이름을 떨치면서 자신의 이적을 원하는 일부 여론의 목소리를 잠재웠습니다. 자신의 맨유 롱런을 바라는 여론의 지지가 높아진 요즘이죠. 앞으로의 관건은, 박지성의 맨유 롱런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여부라는 점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박지성이 2011년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면서 아시안컵을 은퇴 시기로 염두했죠. 아울러 남아공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추가 언급을 했습니다. 올해 5월에 발간된 자신의 자서전 <나를 버리다>에서는 아시안컵 은퇴가 확정된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표팀에 꾸준히 전념하기 힘듭니다.(대표팀 은퇴 후 번복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지만) 지금도 대표팀에 차출되어 맨유에 복귀하면 부상 혹은 컨디션 저하로 신음하며 고생했습니다. 내년이면 만 30세이기 때문에 체력 저하에 직면하거나 컨디션 회복이 늦어지는 시점에 직면하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대표팀 차출 후유증을 벗어난 이후부터 원기왕성한 맹활약을 펼칩니다. 대표팀에서 복귀하면 장시간 이동에 따른 컨디션 회복을 위해 충분히 휴식하면서 적정한 시점에 본래의 폼을 되찾죠. 최근 맨유에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팀의 보배같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대표팀의 11월 A매치가 없었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 및 경기 감각을 발휘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지난달 30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정한 사실이죠. 그 흐름은 앞으로 변함없을 것입니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면 맨유에 전념하게 되어 소속팀 전력에 꾸준히 공헌할 수 있는 명분이 작용하죠.

물론 박지성은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자 태극 전사들의 기둥입니다. 하지만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는 맨유에서의 롱런 여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뒤면 30대이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전같은 체력과 컨디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30대가 넘는 나이에 20대 시절처럼 대표팀과 맨유 일정을 치르기 위해 한국과 잉글랜드를 빈번하게 이동하는 스케줄을 2014년까지 이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입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선수 이전에 맨유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맨유 입장에서도 박지성이 잦은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원치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대표팀 차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것이 대표적 예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박지성을 맨유 전력에 계속 활용하겠다는 의중입니다.
 
분명한 것은, 박지성이 맨유 전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 졌습니다. 단순히 윙어라는 차원을 넘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센트럴 팍'이라는 잉글랜드 현지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지난 9월 26일 볼턴전에서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자신의 전술적인 쓰임새가 높아졌고, 지난달 7일 울버햄턴전에서는 전반 35분 투톱 공격수로 전환한 이후에 2골을 넣으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패턴도 진화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맨유의 철저한 조연으로서 동료 선수의 공격을 돕는데 집중했지만, 이제는 노련미가 붙은 경기 완급 조절을 통해 맨유 공격을 만들어가며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공존합니다.

맨유는 측면에서 뛸 수 있는 마땅한 자원이 부족합니다. 박지성-긱스-발렌시아-나니가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기본적인 윙어 골격을 형성하지만 긱스는 내년이면 38세 입니다. 체력적으로 많은 경기를 뛸 수 없지만,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영건이 마땅치 않습니다. 오베르탕-베베가 맨유 클래스에 걸맞지 않는 아쉬운 활약을 일관하고 있으며 특히 베베는 영입 실패작이라는 말까지 들리는 실정입니다. 클레버리가 내년 1월 위건에서 임대 복귀하지만 아직 영건일 뿐이며 위건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발렌시아는 장기간 부상으로 신음중이기 때문에 평소의 폼을 되찾을지 의문이며 나니는 여전히 기복이 심합니다. 대형 선수 영입으로 대신하기에는 맨유의 자금이 원활하지 못합니다. 박지성의 맨유 잔류가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맨유는 예전처럼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거나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구단의 재정난 악화로 빅 샤이닝 영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기존 선수를 키우거나 지켜내는데 주력하는 현실입니다. '공식적인' 적자 규모가 7억 5000만 파운드(약 1조 3473억원)로서 부채를 청산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막강한 재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부호라도 그 돈을 감당할지는 의문입니다. 첼시-맨시티-레알 마드리드 같은 선수 영입 및 방출이 빈번한 부자 구단과 격이 다르기 때문에 박지성 입지가 결코 위태롭지 않습니다. 박지성 같은 팀 플레이에 주력하면서 팀에서의 영향력이 부쩍 향상된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기에는 맨유 전력에 적잖은 마이너스가 돌아올 것임에 분명합니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맨유는 박지성을 필요로 합니다. 맨유는 엄청난 매출액을 통해 재정을 해결하기 때문에 여전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야 하며 앞으로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박지성 같은 아시아 출신 선수의 존재감이 필요한 이유죠.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 성공한 아시아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으며 맨유를 홍보하고 관련 물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맨유의 마케팅용 선수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구단의 마케팅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베컴-호날두-루니 같은 전현직 맨유 스타 플레이어들이 그런 예 였죠. 박지성이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면 맨유의 또 다른 이득(재정)을 안겨줄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만약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을 맺으면 그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며 1년 계약 연장 형태가 될 것입니다. 맨유는 30세가 넘는 선수에게 1년 계약 제시를 원칙으로 합니다. 노장 선수들이 분발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박지성이 맨유 롱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려면 팀에 더욱 전념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맨유에서 성실한 플레이를 통해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팀 입장에서 더욱 필요로 할 것입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전술 이해도가 밝은 선수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맨유 재계약을 확신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