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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르사 승리가 당연했던 레알전 5-0 완승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을 상대로 5골을 퍼붓는 일방적인 경기 끝에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레알의 수비 실수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철천지 원수에게 대량 실점을 안겨주는 굴욕을 선사했죠. 그야말로 바르사의 환상적인 경기였습니다.

바르사는 30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열린 2010/1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레알전에서 5-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0분 사비 이니에스타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8분 뒤에는 페드로 로드리게스 레데스마가 추가골을 기록하며 레알을 기선 제압했습니다. 후반 11분과 13분에는 다비드 비야가 레알 골문을 두드리며 바르사의 승리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46분에는 조커로 투입된 헤프란 수아레스가 바르사의 5-0 승리를 굳히는 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로써, 바르사는 레알을 제치고 프리메라리가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으며 최근 레알전 5연승 달성의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반면, 조세 무리뉴 감독은 레알 사령탑 부임 후 첫 패배를 당하는 쓴잔을 마셨습니다.

바르사vs레알, BEST 11

바르사는 레알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아비달-피케-푸욜-알베스가 포백, 부스케츠가 수비형 미드필더, 사비-이니에스타가 공격형 미드필더, 비야-메시-페드로가 스리톱에 포진했습니다. 마스체라노 대신에 부스케츠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중원에서의 깔끔한 빌드업에 힘입어 점유율 축구를 강화하고 매끄럽게 골을 노리는 바르사의 전략을 의미합니다.

원정팀 레알은 4-2-3-1로 홈팀 바르사를 맞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페페-카르발류-라모스가 포백, 사비-케디라가 더블 볼란치, 디 마리아-외질-호날두가 2선 미드필더, 벤제마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바르사전 선발 출전이 불투명했던 케디라가 선발로 나섰으며, 허리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과인은 후보 명단에 있었습니다.


바르사의 전반전 2골, 레알 수비가 문제였다

경기 초반 공격적인 축구를 펼친 팀은 바르사 였습니다. 전반 6분까지 레알과의 슈팅 숫자에서 3-0(개)로 앞섰기 때문이죠. 특히 5분 메시가 박스 오른쪽에서 왼발로 크로스성 슈팅을 날렸던 것이 골대 바깥을 간신히 스치면서 레알 수비에 위협을 가했습니다. 공중으로 띄운 볼이 조금만 더 안쪽으로 감겼더라면 골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빈 공간에서 슈팅을 시도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레알 수비의 라인 컨트롤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레알 미드필더들이 호날두의 오른쪽 침투를 기반으로 바르사 진영을 공략했고 더블 볼란치-포백이 윗쪽으로 올라서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바르사에게 쉽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수비수들이 위치 혼동을 겪고 말았습니다. 바르사가 볼을 잡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며 가운데쪽으로 움직임이 쏠렸습니다.

이러한 레알의 수비 불안은 바르사가 경기 초반에 2골을 넣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바르사는 전반 10분 사비의 선제골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이니에스타가 박스 왼쪽 부근에서 문전쪽에 있던 사비쪽으로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사비는 문전 쇄도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그대로 뚫고 골키퍼 카시야스를 상대로 오른발 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18분에는 페드로가 추가골을 작렬했습니다. 비야가 레알 왼쪽 진영에서 라모스와 1대1 경합을 벌이면서 상대 수비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했고 페드로가 문전쪽으로 달려드는 즉시에 오른발 논스톱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에 페드로는 마르셀루의 마크를 뿌리치고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바르사의 2골은 레알 수비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노렸던 결과입니다. 레알 수비가 전반 5분 메시에게 슈팅을 허용했을 때 라인 컨트롤에 실패했던 것을 알아채면서 그 약점을 파고들었죠. 경기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뜻입니다. 미드필더진과 윙 포워드가 빠른 볼 터치에 의한 2대1 패스, 대각선 패스, 스루패스, 논스톱 패스를 자유자재로 시도하고 선수 사이의 간격을 좁히면서 레알 중원 및 수비진을 한꺼번에 뚫었습니다. 몸이 덜 풀렸던 레알 수비진은 바르사의 파상 공격에 대처하지 못해 갈팡질팡했고, 그 특징을 알아챈 사비-페드로는 각각 10분과 18분에 문전으로 과감히 침투하여 골을 엮었습니다. 바르사는 '골을 넣는 법'을 잘 알고 있었고 레알은 예상외로 고전했습니다.

물론 레알의 수비력 불안은 의외였을지 모릅니다. 엘 클라시코 더비 이전까지 리그 최소 실점(12경기 6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르사전 초반 2실점은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라인 컨트롤을 비롯 중원까지 흔들렸습니다. 레알 수비는 전반전에 메시 봉쇄에 성공했지만 사비-이니에스타 견제에 실패했던 것이 경기력 불안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신음했던 케디라의 선발 출전이 실패작 이었죠. 부상 후유증에 따른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경기 초반부터 바르사의 거침없는 공격 전개를 막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레알 수비진의 부담을 키웠습니다. 바르사의 순간적인 움직임 및 볼 배급을 막기에는 몸 놀림이 무거웠습니다. 바르사전 이전까지 케디라 공백을 확실히 메웠던 라스가 더 적절한 카드였으며 무리뉴 감독의 패착 이었습니다.

레알 포백도 불안했습니다. 특히 카르발류는 얼마전까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수비 뒷 공간을 계속 허용하는 불안한 수비 운영을 일관했습니다. 마르셀루는 바르사전에서 넓게 움직이지 못하고 공간에 제약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자신의 앞선에서 페드로의 전방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오버래핑에 실패했고, 수비시에는 바르사의 뒷 공간 침투를 허용하고 페드로 위치까지 놓치는 문제점을 초래했죠. 특히 페드로 골 상황에서는 상대 공격수의 문전 쇄도를 사전에 차단했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늦었고, 뒤늦게 마크를 시도했지만 실점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골키퍼 카시야스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던 수비수들을 다독이며 분발을 일깨웠는지 의심 되었습니다.

그런 레알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바르사가 2-0으로 앞선 이후 였습니다. 바르사는 2골을 먼저 넣은 뒤에 몸을 아끼면서 볼을 돌리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시간을 버는쪽에 주력했습니다. 전반 중반 점유율에서 75-25(%)로 앞설 정도로(전반전 점유율 61-39,%) 수없이 패스를 주고 받아 상대 수비를 볼 쪽으로 유도하면서 추격 의지를 누그려뜨렸죠. 레알 선수들의 에너지를 빼놓겠다는 바르사의 전략 이었습니다. 그래서 레알 공격 옵션들의 경기력은 점점 무기력해졌고 특히 호날두는 전반 30분 바르사 벤치쪽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몸을 손으로 치는 일촉즉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레알은 전반 막판에 이르러 점유율을 회복했으나 바르사의 빠른 압박을 막지 못한 끝에 0-2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바르사 경기력 우세가 돋보였던 후반전, 5-0 완승 확정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외질을 빼고 라스를 교체 투입 했습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외질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라스 카드를 통해 중원을 강화하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죠. 그래서 레알은 케디라-라스가 더블 볼란치, 호날두-알론소-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 벤제마가 원톱을 맡는 4-2-3-1을 구사했습니다. 바르사 공격을 저지하지 못했던 알론소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렸죠. 하지만 레알의 후반 초반 공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바르사의 빈틈없는 압박에 막혀 패스 미스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호날두-디 마리아-벤제마 같은 공격 옵션들이 바르사 선수들의 견제를 뚫지 못하고 전방 공간으로 질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바르사는 추가골 기회를 노리며 레알 수비진을 또 다시 몰아쳤습니다. 메시-사비가 후반 초반 레알 박스에서 골을 노리며 상대 수비에 위협을 가했던 장면이 신호탄이 되었죠. 레알 선수들은 추격골을 노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바르사 공격 옵션들의 영민한 경기 대응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결국, 바르사는 후반 11분과 13분에 걸쳐 '메시 도움-비야 골'이라는 작품을 두번 연출했습니다. 11분 상황에서는 메시가 레알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대각선 패스를 연결한 것을 비야가 문전 쇄도를 통해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2분 뒤에는 메시가 하프라인 앞쪽에서 레알 수비를 제끼고 왼쪽에 있던 비야에게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고, 이에 비야는 또 다시 문전쪽을 파고들어 레알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바르사는 4-0으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죠.

바르사가 경기 시작 58분 만에 4-0으로 앞섰던 원동력은 3선 간격을 좁히는 전술에 있었습니다.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 사이의 간격이 짧았다는 뜻입니다. 간격을 좁혀야 실수를 줄이면서 상대 공격 의지를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하는 장점이 있죠. 그 상황에서는 풀백이 윙 포워드 역할을 하고, 중앙 공격수였던 메시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는 포지션 파괴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마음껏 움직였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서로 일심동체가 되어 압박을 펼치고 패스를 전개하며 레알 선수들을 한쪽 진영으로 몰아붙이는 경기 운영을 유도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갔습니다. 특히 공격때는 특정 선수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쉴새없이 주고 받았는데 그 타이밍이 빨랐습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메시의 포지션 변화가 승리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메시는 전반전처럼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뛰었지만, 바르사가 2선에서 빌드업을 전개할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으면서 볼 배급 역할에 주력했죠. 비야에게 두 번의 골 장면을 연출한 것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오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했죠. 그 이유는 레알의 후반전 작전이 바르사 작전 변화의 빌미로 작용했습니다.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외질을 빼고 라스를 교체 투입했는데, 바르사 입장에서는 레알이 사비-이니에스타 견제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사비-이니에스타가 케디라-알론소-라스와의 숫자 싸움에서 밀리기 때문에 메시가 2선으로 가세했습니다. 레알의 라스 교체 투입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바르사는 4-0으로 앞선 이후에 패스 게임에 주력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이미 승리를 굳혔기 때문에 패스를 돌려 레알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가라앉혔습니다. 이에 레알은 바르사 공격을 끊기 위해 파울을 남발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후반 29분까지 7명의 선수가 경고 카드를 받았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 바르사는 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후반 30분 비야 대신에 보얀을 교체 투입하여 골을 노렸습니다. 비록 보얀은 골 기회를 놓쳤지만 박스쪽에서 적극적으로 골 냄새를 맡았습니다. 41분에는 사비-페드로를 빼고 케이타-헤프란을 교체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고, 4분 뒤에는 헤프란이 문전 쇄도 과정에서 보얀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라모스가 메시에게 거친 파울을 가하며 퇴장 당하는 매끄럽지 못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결국, 바르사는 레알을 5-0으로 제압하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프리메라리가 1위에 등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