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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의 챔스 탈락 위기, 당연한 결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에서 최상의 조편성을 자랑하는 팀은 H조의 아스날 이었습니다. 샤흐타르(우크라이나) 브라가(포르투갈) 파르티잔(세르비아) 같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던 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8시즌 동안 아스날이 최소 16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면, 나머지 세 팀은 같은 기간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더욱이 브라가는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예상과 달리 H조에서 3승2패로 2위를 기록중입니다. 샤흐타르가 4승1패로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것을 상기하면 아스날의 행보가 더딥니다. 문제는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탈락 가능성이 고조됐습니다. 3위 브라가와 3승2패 동률이기 때문입니다. 득점(아스날 15골, 브라가 5골), 골득실(아스날 9골, 브라가 -4골)에서 브라가를 앞서면서 2위를 기록중이지만, 다음달 8일 파르티잔과의 홈 경기 및 32강 최종전에서 비기거나 패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브라가가 샤흐타르를 제압하면 아스날은 32강에서 탈락합니다. 아스날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스날의 방심이 부른 챔스 탈락 위기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아스날은 파르티잔과의 홈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파르티잔이 32강 H조에서 5전 5패 및 1골 10실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28일 파르티잔 원정에서는 아르샤빈-샤막-스킬라치의 골을 앞세워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파르티잔전 승리로 16강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2연패를 당했습니다. 샤흐타르-브라가 원정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강팀들 중에서 가장 대진운이 좋은 팀으로 손꼽혔지만 최근 2연패를 당한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둘째는 약팀에 약한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이미 챔피언스리그에서 샤흐타르-브라가에게 패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웨스트 브로미치-뉴캐슬 같은 승격팀들에게 패했으며 10년 동안 무패를 자랑했던 토트넘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특히 토트넘전에서는 2-0으로 앞서다가 후반전에 3골을 허용하는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첼시전 패배까지 포함해서 8승2무4패를 기록중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상의 스쿼드로 경기에 임하지 않았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탈락 위기에 빠진 원인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샤흐타르-브라가 원정에서 모두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며 몇몇 주전급 선수들을 제외했지만 결과는 패배였습니다. 샤흐타르전에서는 미드필더진에 로시츠키-이스트몬드 같은 로테이션 멤버들이 파브레가스-송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공격진에서는 아르샤빈-샤막 같은 주요 공격수들이 선발에서 제외됐죠. 브라가전에서는 깁스-에부에-로시츠키-데니우손-벤트너-월컷 같은 로테이션 멤버들을 선발로 기용했고 파브레가스까지 포함했지만 끝내 패했습니다. 특히 아르샤빈-샤막-나스리 같은 주요 공격 옵션 3인방은 선발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칼링컵을 병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상의 선수층을 가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샤흐타르-브라가 원정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를 일관한 끝에 패했던 행보를 좋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아스날이 두 경기를 방심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샤흐타르와의 32강 3차전까지 3연승을 거두면서 나머지 일정이 무난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샤흐트르-브라가는 16강 진출을 위해 아스날전에서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결국 해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상대팀의 선 수비-후 역습 작전에 말려들어 패했습니다.

아스날 전술의 문제점은 상대팀들에게 완전히 읽혔습니다. 그동안 미드필더진 및 측면 옵션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공격축구를 펼치며 '아름다운 축구'라는 찬사를 얻었지만 그 흐름이 오랫동안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과 상대하는 팀들은 수비 진영을 두껍게 세우고 터프한 견제를 펼치면서 빠른 발을 앞세운 역습 공격을 지향합니다.(웨스트 브로미치, 토트넘, 첼시전 패배 및 라이벌 맨유전 5연속 무승 -1무4패- 원인) 또한 세트 피스 때 상대의 결정적 한 방에 무너집니다.(뉴캐슬전 패배 원인) 아스날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수비 집중력이 종종 안일할 때가 있으며,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수에게(드록바, 캐롤이 대표적) 정면 경합에서 밀립니다.

샤흐타르-브라가 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샤흐타르전에서는 월컷이 전반 10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윌리안-아드리아누-자드손-루이스 아드리아누 같은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공격 옵션들에게 여러차례 역습 공격을 허용당하면서 주도권을 내줬고 결국 1-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패스에서 602-520(개)로 앞섰지만, 슈팅에서 12-18(개, 유효 슈팅 11-8개)로 밀렸습니다. 브라가전에서는 뒷심 부족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후반 37분과 48분에 마테우스에게 골을 허용했기 때문이죠. 점유율에서 36-64(%)로 앞섰지만 상대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넘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위치가 공격쪽으로 쏠렸고, 브라가가 그 틈을 노려 '스피드가 뛰어난' 마테우스의 두 방을 앞세워 아스날을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두 경기에서는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아스날 특유의 짧은 패스는 여전히 변함 없지만, 상대 수비진과 맞서는 상황에서는 2대1 패스와 침투 패스의 세기 및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빠른 볼 터치에 의해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해야 하는데 선수들끼리의 손발이 맞지 않습니다.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기용했기 때문에 최상의 호흡을 발휘하기 어려웠으며, 그 과정에서는 나스리-샤막-아르샤빈 같은 올 시즌 아스날 공격을 짊어지는 3인방이 선발에서 제외되거나 결장했습니다. 로테이션의 단점은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때 얇은 선수층 때문에 체력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최근 가용 선수층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죠.

어쨌든, 아스날은 파르티잔과의 32강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합니다. 하지만 파르티잔전에서도 선발을 로테이션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경기가 끝나는 5일 뒤에 맨유 원정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빠듯한 경기 스케줄을 자랑하는 박싱데이 일정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다음달 27일 첼시전 포함) 몇몇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불가피 합니다. 물론 홈 경기이기 때문에 파르티잔전을 안심할 수 있겠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벵거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