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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성남의 챔스 우승, 잇몸으로 버터낸 승리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성남 일화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파이널 무대에서 K리그의 위상을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제난 라돈치치, 홍철의 결장 공백을 단합된 조직력으로 메웠고 '골 넣는 수비수' 조병국의 높이까지 더해지면서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낸다'는 근성을 발휘했습니다.

성남은 13일 저녁 7시 일본 도쿄 요요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조바한(이란)전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전반 28분 사샤 오그네노브스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7분에는 조병국이 두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21분 모하마드레자 칼레트바리에게 만회골을 내주면서 고비가 찾아왔지만 후반 37분 김철호가 추가골을 날리며 성남의 3-1 승리가 완성됐습니다. 성남은 1996년 아시안 클럽 선수권(AFC 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이후 14년 만에 아시아의 챔피언으로 우뚝섰으며, K리그는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 최고 클럽을 배출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조직력'의 성남, 사샤 골에 힘입어 1-0 리드

성남은 조바한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태윤-조병국-사샤-고재성이 포백, 김철호-김성환-조재철이 역삼각형으로 미드필더를 구성하면서 김성환이 밑쪽으로 내려왔고, 몰리나-조동건-송호영이 스리톱을 맡았습니다. 라돈치치의 경고 누적 결장 공백을 조동건이 메울 계획인데, 올 시즌 부상 및 부진으로 부침에 시달렸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얼마만큼 제 몫을 해낼지 관건 이었습니다. 조동건은 전반 2분 탈레비와 강하게 머리를 부딪혔지만 다행히 통증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2선으로 자주 내려오면서 팀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 참여하며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이 역력했습니다.

전반 15분 슈팅 숫자에서는 성남이 2-4(개)로 밀렸습니다. 성남 미드핃더들이 조바한 공격 옵션들에게 뒷 공간을 쉽게 내주면서 슈팅을 허용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조바한이 경기 초반 선제골을 넣으며 1-0 리드를 지키고 시간을 끌겠다는 작전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12분 중거리 슈팅은 골대 바깥을 스쳤기 때문에 성남 입장에서 아찔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성남이 몰리나-송호영의 측면 돌파를 활용한 공격이 두드러졌습니다. 조바한이 중원에 선수 숫자를 두껍게 배치하면서 조재철의 순발력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몰리나-송호영쪽에 비중이 쏠렸습니다. 16분에는 몰리나의 아크 오른쪽 프리킥이 골대를 살짝 넘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남의 공격이 아쉬웠던 이유는 라돈치치의 공백이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성남의 공격은 몰리나의 돌파 및 킥력, 라돈치치의 공중볼 및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며 슈팅을 날리는 움직임에 대한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라돈치치가 결장하면서 몰리나의 돌파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몰리나는 전반 27분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3명을 제치고 돌파에 성공했지만 전반 초반과 비교하면 상대 수비에 견제를 붙는 장면들이 잦아졌습니다. 조바한이 성남의 공격 패턴을 읽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조동건이 최전방에서 여러차례 공중볼 경합을 펼치며 상대 수비와 맞섰지만 동료 선수의 침투를 유도하는 볼 배급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필드골을 넣기에는 힘에 부쳤습니다.

그럼에도 성남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병국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리면서 라돈치치 공백에 따른 높이의 문제점을 만회했습니다. 그러더니 전반 28분에는 조병국이 문전 정면에서 김성환의 스로인을 헤딩으로 떨구었고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된 공이 조동건에게 향했습니다. 조동건은 넘어진 상황에서 볼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옆쪽에 있던 사샤에게 볼을 건내줬고, 사샤가 왼발로 가볍게 골을 밀어넣으며 성남이 1-0으로 앞섰습니다. 오른쪽 스로인 상황에서 조병국을 최전방에 올리며 공격 숫자를 늘렸고 사샤가 골을 넣었던 작전이 선제골을 넣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이 빚어낸 갚진 장면 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성남은 조바한 문전 정면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추가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몰리나는 전반 32분과 39분 각각 프리킥과 크로스를 통해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했습니다. 상대 압박에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성남 에이스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몰리나만 잘했던 것이 아닙니다. 성남은 조동건이 수비에 내려올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조바한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똘똘 뭉쳤고 여러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상대가 빠른 공격을 지향하기 때문에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박스 안으로 내려오면서 압박하는데 집중했죠. 이러한 성남의 탄탄한 조직력은 전반전을 1-0으로 끝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라돈치치 공백? 조병국이 해결했다!

성남은 후반 초반에 추가골을 넣기 위해 볼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공격 옵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오면서 후방 옵션의 볼 배급을 받아 골 기회를 노렸죠. 이러한 움직임이 후반 초반에 몇 차례 되풀이되면서 상대 수비 집중력이 순식간에 저하됐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7분, 몰리나가 오른쪽에서 날렸던 코너킥이 조동건의 헤딩 패스에 이어 조병국이 문전 정면으로 달려들어 머리로 볼을 골문안에 밀어 넣었습니다. 상대 수비가 성남의 공세에 밀려 힘에 부쳤던 사이, 조병국이 과감하게 문전으로 돌파하여 '골 넣는 수비수'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10분에는 조재철이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세번째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조병국의 골 상황을 놓고 보면, 성남이 조바한을 꺾겠다는 집념이 빛을 발했습니다. 비록 라돈치치의 결장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성남의 승리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라돈치치의 공백을 사샤-조병국 같은 센터백들이 골로 해결을 지었고, 특히 조병국의 헤딩은 성남의 두 골 상황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은 미드필더들이 후방 공간을 적절히 커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미드필더들은 상대 공격 옵션들을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으며 커팅하려는 의지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런 움직임이 점점 무르익으면서 조바한 미드필더들의 활동량을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성남의 우승이 가까워지는 듯 했습니다.

홍철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공백을 메운 왼쪽 풀백 김태윤 또한 숨은 공로자 역할을 했습니다. 후반 18분 호세이니의 패스를 차단했고 2분 뒤에도 조바한 오른쪽 측면의 패스를 커팅하는 등, 상대 공격을 여러차례 차단하는 궂은 역할을 다했습니다. 공격시에는 몰리나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 앞쪽으로 올라오고 동료 미드필더와 연계 플레이를 펼치면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21분 사샤가 성남 문전 정면에서 상대 전진패스를 차단하지 못했던 것이 카스트로의 슈팅으로 이어졌고, 정성룡이 선방했으나 근처에 있던 칼리트바리가 세컨슛을 날린것이 만회골이 됐습니다. 칼리트바리가 정성룡 근처에서 움직이면서 골 기회를 노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골을 내줬죠.

그 이후에는 성남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조바한 미드필더들이 성남 진영에서 철저한 패스 플레이를 앞세운 공세를 펼치면서 동점골 기회를 넘봤죠. 특히 성남 미드필더진에서 수비수 사이의 빈 공간을 공략하는 패스들이 잦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성남 미드필더들의 에너지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칼리트바리에게 만회골을 내주기전까지 조바한 선수들을 끊임없이 압박했으나 90분 동안 그 기세를 이어가기에는 지구력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도 힘을 잃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시간을 활용하기 보다는 앞쪽으로 보내려고만 했습니다. 상대 전방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볼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았죠. 후반 30분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교체 선수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성남은 후반 34분 송호영을 빼고 김진용을 투입했습니다. 얼핏보면 공격 옵션을 바꾸는 작전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수비를 강화하는 작전 입니다. 김진용은 윙 포워드임에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대인마크를 강점으로 삼는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37분에는 조바한의 긴장이 풀어진 사이에 성남이 값진 골을 넣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몰리나의 돌파가 상대 수비의 몸을 맞고 굴절된 볼을 김철호가 앞에서 왼발 토킥으로 밀어넣으며 성남의 세번째 골을 작렬했습니다. 조바한의 공격 의지에 흔들렸던 성남의 저력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것과 동시에, 몰리나-김철호가 한 번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합작하는 집념을 발휘했습니다. 결국, 성남은 3-1 리드를 지킨 끝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