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아스날의 고질적 문제점, 승점 관리 부족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예측불허' 입니다.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아스날-리버풀의 기존 빅4 구도가 깨지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토트넘이 등장하면서 빅6 구도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한때 강등권으로 추락하는 어려움에 직면했고, 맨시티는 2~4위를 맴돌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습니다. 독주를 달렸던 첼시는 지난 8일 리버풀 원정에서 0-2로 무너졌고, 올 시즌 힘들 것 같았던 맨유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중상위권으로 눈을 낮추면, 시즌 초반에 '승격팀'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가 6위를 달렸고, 지금은 '약체로 평가받던' 뉴캐슬과 볼턴이 각각 5위와 6위를 기록중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순위가 요동을 치는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할 팀은 바로 아스날입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6년 전까지 맨유와 프리미어리그 양대 산맥을 형성했으나, 지금은 맨유-첼시의 양강 체제에 밀려 '3인자'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붙여진 현실입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11라운드가 끝난 현재 순위 또한 3위 입니다. 한때는 빅4 탈락 여부를 놓고 위태로운 시즌을 보냈지만 4위권을 수성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리그 순위 가장 맨 윗 공간에 꾸준히 이름을 내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아스날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우승이기 때문입니다.

'6시즌 연속 EPL 우승 실패' 아스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스날은 2003/04시즌 리그 무패 우승 이후 6시즌 동안 2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에는 5시즌 연속 무관에 빠졌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건립에 따른 빚 문제, 구단의 소극적인 대형 선수 영입 자세, 엷은 선수층에 따른 주력 선수의 잦은 부상 및 체력 저하, 경험 부족에 따른 위기 극복 능력 결여, 투쟁심이 강한 홀딩맨 부재(송 빌롱 만으로는 역부족) 같은 약점들이 여론에서 수없이 거론됐습니다. 그 약점들의 공통점은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문제들이죠. 리그 우승을 할 것 같은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에 고비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 흐름은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 아스날은 올 시즌 리그 11경기에서 6승2무3패를 기록했습니다. 매 경기마다 이길 수 없는 노릇이지만, 벌써 3번이나 패했던 것이 찜찜합니다. 그 중에 1번은 '아스날 킬러' 첼시에게 당했고 나머지 2번은 홈에서 승격팀들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9월 25일 웨스트 브롬전에서 2-3, 지난 7일 뉴캐슬전에서 0-1로 패하여 홈팬들을 실망 시켰습니다. 웨스트 브롬전에서는 후반 28분까지 0-3으로 밀리다가 사미르 나스리가 2골을 넣으며 영패를 면했을 정도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아스날을 이겼던 웨스트 브롬과 뉴캐슬은 올 시즌 챔피언십에서 승격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스날 원정에서 승격팀의 돌풍을 알렸습니다.

그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는 아스날의 단점은 '승점 관리 부족' 입니다. 이겨야 할 팀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전력을 놓고 봐도 아스날이 웨스트 브롬, 뉴캐슬보다 강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두 팀을 상대로 홈에서 패했던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두 경기 모두 승리했다면 8승2무1패(승점 26)가 되면서 첼시(8승1무2패, 승점 25)를 제치고 리그 1위를 달렸을 것입니다.

문제는 지난 시즌에도 같은 문제점이 대두됐습니다. 23승6무9패로 3위를 기록했는데, 1~5위에 있었던 첼시-맨유-토트넘-맨시티와의 전적에서 1승1무6패의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우승을 달성하려면 상위권팀들의 발목을 줄기차게 잡았어야 하는데 오히려 희생만 당했습니다. 상위권팀을 상대로 거둔 1승도 '아스날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토트넘전에서 거둔 기록입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이었던 지난 4월 14일 토트넘 원정에서 1-2로 패하여, 11년 동안 리그에서 토트넘에 20경기 연속 패하지 않았던 무패행진(11승9무)이 결국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 이후 위건-맨시티-블랙번전에서는 1무2패를 기록하고 말얐습니다.

아스날의 승점 관리 부족은 그 이전에도 제기되었던 문제들입니다. 2007/08시즌에는 맨유와 1위를 주고받는 접전을 펼쳤지만, 에두아르두(현 샤흐타르 도네츠크)가 상대팀 선수 태클에 발목이 90도 꺾였던 경기로 유명했던 2008년 2월 23일 버밍엄전에서 2-2로 비긴 이후 페이스가 완전히 꺾였습니다. 버밍엄전 이후 4경기에서 3무1패로 부진했고, 8경기까지 포함하면 2승4무2패가 되었고 그 중에는 맨유전 1-2 패배도 있었습니다. 결국 우승에 실패했죠. 2008/09시즌에는 1월 이적시장에서 아르샤빈을 영입하기 이전까지 중위권,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하지 못하는 기복이 심한 행보를 일관하며 5~6위를 맴돌았습니다. 시즌 후반 아르샤빈 영입 효과로 간신히 4위 수성에 성공했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면 아스날이라는 자존심에 엄청난 흠집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스날이라는 팀의 컨셉이 너무 한 쪽으로 일관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스날은 간결한 패스워크, 화려한 개인기, 빠른 스피드를 기반으로 조직적인 연계 플레이를 통해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하는 공격 축구 컬러가 투철합니다. 흔히 '아름다운 축구'에 비유될 정도로 매력적인 공격 축구를 펼칩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면서 매 시즌마다 경험 부족의 약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공격 철학이 오랫동안 굳어지면서 상대팀들이 공략하기 쉬워졌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형태가 서로 비슷합니다. 철저한 밀집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 공격의 길목을 봉쇄하다가, 전방에 공간이 열리면 공격 옵션의 빠른 주력을 앞세워 골 기회를 노립니다. 맨유의 박지성이 항상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던 것은, 아스날 수비의 취약한 역습 대처를 잘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스날 중원이 첼시-맨유보다 두껍지 않고 수비수들의 피지컬이 강하다고 볼 수 없는 편이기 때문에 힘과 제공권을 겸비한 공격수(올 시즌 아스날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드록바, 캐롤이 대표적)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또한 아스날 수비는 세트 피스 수비에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뉴캐슬전에서 캐롤에게 결승골을 내줬던 장면이 대표적이죠.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캐롤을 아무도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문제는 골키퍼 입니다. 냉정히 말해, 알무니아-파비안스키의 내공은 빅 클럽 붙박이 주전감이 아닙니다. 두 선수 모두 불안한 선방을 일관하며 상대 슈팅 궤적을 정확히 읽어내는 판단력이 미흡합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파비안스키의 폼이 올라왔지만 팀에 믿음감을 심어주기에는 꾸준함을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첼시가 체흐, 맨유가 판 데르 사르, 토트넘이 고메즈, 맨시티가 하트(No.2 기븐 포함), 리버풀이 레이나 같은 수준급 선방 능력을 자랑하는 골키퍼들을 보유했음을 상기하면 아스날의 골키퍼 문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파비안스키의 성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아스날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것은 빅 클럽으로서의 가치와 명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리그 같은 경우에는 9개월 동안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는 승점 관리가 철저해야 합니다. 첼시는 올 시즌 초반 웨스트 브롬-위건-스토크 시티-웨스트햄-블랙풀 같은 약팀들을 상대로 5연승을 달성하며 리그 독주를 달리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일부에서 '첼시가 약팀에게 강한 것이 아니냐'는 불멘 소리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첼시는 리그 1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아스날의 앞날에 필요한 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승점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을 아스날이 깨달아야 합니다. 리그 우승은 승점으로 가려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