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올 시즌은 4가지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도전하는 두번째 시즌이기 때문에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낼 수 있을지,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조세 무리뉴 감독과 궁합이 맞을지, 그동안 수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처럼 과부하에 시달리지 않을지, 여론에서 제기하는 '라이벌'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와의 비교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어떠한 불안 요소에 개의치 않고 앞만 보며 달렸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골 가뭄에 시달렸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화력이 발동하면서 드디어 화룡정점의 공격력을 과시했습니다. 지난 10월 8경기에서 13골을 기록했고, 최근 프리메라리가 4경기에서는 10골을 기록하며 7골의 메시를 5골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1경기당 2.5골을 기록한 호날두의 폭풍같은 득점력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습니다. 한 번 물이 오르면 거침없는 활약을 펼치는 것이 그의 특징이지만, 공격력 진화에 힘입어 이전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괴력을 뽐냈던 겁니다.
호날두를 발전시킨 원동력, '팀 플레이'
호날두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9경기에서 12골을 기록했습니다. 2위 메시(7경기 7골)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메시는 부상으로 프리메라리가 2경기에 결장했고, 앞으로 괴력의 득점포를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호날두를 2위로 밀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호날두를 따라잡기에는, 레알 7번의 득점력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메시의 득점력이 가장 경이로웠다면 올 시즌에는 판세가 역전되어 호날두쪽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양상입니다. 어쩌면 호날두가 메시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재탈환 할지 모릅니다.
일각에서는 레알이 호날두에 의존하기 때문에 골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난 시즌까지 적용되었던 논리 입니다. 당시의 호날두는 측면쪽으로 빠져나와서 페너트레이션을 노리거나 또는 박스 안에서 골을 기다리는 역할에 주력했습니다. 맨유에서의 2008/09시즌과 비슷한 패턴이었지만, 그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레알 전술이 호날두를 윗쪽에 남겨두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레알의 전술이 호날두-이과인 투톱 체제의 4-4-2 였을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무리뉴 감독이 레알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호날두의 공격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호날두라는 '개인'의 무게감에 희비가 엇갈렸던 레알의 행보가, 이제는 호날두가 '팀'에 녹아들면서 변화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호날두가 팀 플레이라는 테두리안에서 끊임없이 연계 플레이를 펼치고 '적절한 기회'를 노리며 골을 시도하기를 바랬습니다. 즉, 팀과 함께 호흡하며 개인의 클래스를 빛내라는 것이죠. 개인보다는 팀 플레이가 강조되는 것이 현대 축구의 트랜드이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 능력이 월드 클래스급인 호날두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호날두의 기존 단점은 '개인'이라는 컨셉이 너무 두드러 졌습니다. 골을 노리기 위해 무리하게 슈팅을 난사하거나, 패스보다는 드리블에 주력하며 상대 수비와 경합하는 장면이 많아지거나, 드리블 과정에서 볼을 끌거나 패스 타이밍을 놓쳐 팀 플레이가 깨지는 것, 골을 의식하면서 수비 가담에 소극적인 자세, 상대 수비의 반칙을 얻기 위해 교모히 심판을 속여 시뮬레이션 액션을 시도하는 모습 등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위주의 경기력은 엄연한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이 상대에게 봉쇄당하면 팀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메시가 지난 2시즌 동안 호날두보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르사라는 팀이 맨유(2008/09시즌)-레알(2009/10시즌)보다 더 강하고 굳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을 통해 '팀에 길들여진' 호날두는 이전과 달랐습니다. 도움 기록이 그 예 입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클럽 팀에서 평균 43경기 뛰면서 각각 8개-8개-7개의 도움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에는 13경기 뛰면서 5개의 도움을 올렸습니다. 측면과 중앙을 넓게 움직이면서, 골과 밀접한 지역에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통해 도움을 엮어냈습니다. 지난달 19일 AC밀란전 같은 경우, 외질에게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가르는 논스톱 패스를 이어줬던 것이 골로 연결됐습니다. 윗쪽에서 볼을 잡으면 무조건 골을 노리기보다는, 상대 수비 및 경기 흐름에 따라 '골을 넣어야 할지, 아니면 패스를 날릴지'를 판단하며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힘을 키웠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안쪽으로 빠지는 패스를 즐깁니다.
호날두가 팀 플레이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인 이유는 레알의 외질-디 마리아 영입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외질-디 마리아는 동료 선수들을 보조하는 컨셉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면 호날두에게 쏠리는 레알의 공격 비중을 줄이면서 팀 플레이를 강화시키는 귀중한 자원들입니다.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로서 상대 수비망을 허물면서 빠르게 볼을 처리하거나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하나된 호흡'을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호날두는 두 선수의 존재감에 힘입어 다득점을 기록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때로는 패스로 두 선수를 도와주며 서로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중원이 쉴새없이 뚫릴 수 밖에 없었고 호날두가 상대 수비의 취약 공간쪽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골을 양산했습니다.
최근 호날두가 오른쪽이 아닌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외질의 영향과 관련 깊습니다. 외질은 주로 왼발을 쓰며, 오른쪽의 호날두와 호흡을 맞추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기에는 왼발로 패스를 날릴 때 방향을 트는 타이밍이 길어지거나 볼의 연결이 부정확하기 쉬운 전술적 걸림돌이 있습니다. '빠른 공격 전개'를 원하는 레알에게 반갑지 않은 부분이죠. 그래서 호날두를 왼쪽으로 놓으며 두 선수 사이에서 볼을 주고 받는 타이밍이 빨라지고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호날두가 팀 플레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자신과 레알의 공격력이 서로 상생하며 번뜩이는 파괴력을 과시했던 겁니다.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한 골 결정력 보다는 팀 플레이에 의해 상대 수비를 철저히 무너뜨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골 결정력만으로는 적절한 슈팅 기회를 찾지 못하거나 상대 수비 및 골키퍼가 각을 좁히며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 플레이는 다릅니다. 끊임없이 상대 수비를 위협하며 집중력과 체력을 떨어뜨리고, 대인마크 및 압박의 느슨함까지 키울 수 있습니다. 호날두는 외질-디 마리아와 발을 맞추고, 그 흐름에 이과인-벤제마 같은 공격수까지 가세하면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몇 차례의 도움을 기록하며 단순히 골만 노리는 선수가 아니라는것을 입증했습니다.
결국, 호날두는 '팀 플레이'를 무기로 공격력 진화에 성공하여 메시를 No.2로 밀어낼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팀의 전술적 흐름과 일심동체가 되면서 그 흐름안에 자신의 공격력을 꽃피운 것이죠. 그런 경기력을 앞으로 몇 차례 갈고 닦으면 오는 29일 '엘 클레시코 더비' 바르사전이 기대됩니다. 그동안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유독 부진했던 호날두가 이번에는 레알의 승리를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날지 벌써부터 그 경기가 기다려집니다. 분명한 것은, 호날두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