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에 도전장을 내민 '로켓' 손흥민(18, 함부르크)이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는 파란을 일으키며 축구팬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동안 부상으로 데뷔 시기를 2개월 늦췄으나 복귀 이후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분데스리가에 각인 시켰습니다.
손흥민은 30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레인 에너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쾰론FC와의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0라운드에 선발 출전하여 데뷔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23분 오른쪽 측면을 쇄도하는 과정에서 후방의 롱패스를 받아 자신쪽으로 달려든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고, 골키퍼 윗쪽으로 볼을 띄우는 오른발 개인기를 발휘한 끝에 왼발로 가볍게 골을 밀어 넣었습니다. 비록 함부르크는 쾰른에게 2-3으로 패하여 8위(4승3무3패)를 기록했지만, 손흥민의 등장을 통해 걸출한 공격 옵션을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손흥민은 4-4-2를 구사하는 함부르크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습니다. 지난 27일 프랑크푸르트와의 DFB포칼(리그 컵대회)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다면, 이번에는 오른쪽 윙어 였습니다. 공격수가 아닌 윙어로 뛰게 된 이유는 자신의 공격 재능을 시험해 보겠다는 함부르크의 의도가 작용합니다. 손흥민은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 자원으로서 돌파 성향의 패턴을 즐깁니다. 중앙에서 골을 기다리는 스타일보다는 공간이 넓은 측면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함부르크의 판단 입니다.
손흥민의 측면 기용은 함부르크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다재다능하게 활용하겠다는 뜻과 밀접합니다. 함부르크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엘레로 엘리야 같은 공격 자원들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 됐습니다. 쾰른전에서는 믈라덴 페트리치-호세 파울로 게레로가 투톱 공격수를 맡았는데, 페트리치는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올 시즌 부상 여파 때문에 기복이 심한 행보를 나타냈습니다. 게레로 같은 경우에는 한때 함부르크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으나 지금은 그때에 비해 파괴력이 약해진 느낌입니다. 왼쪽 윙어 엘리야의 공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이러한 함부르크의 공격수 사정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투톱으로 올라설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손흥민은 지난 여름 프리시즌 9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판 니스텔로이를 제치고 팀 내 득점 1위에 올랐습니다. 비록 공식 경기가 아닌 프리시즌 이었지만, 18세의 어린 공격수가 낯선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떨쳤다는 것 만으로도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첼시와의 친선전에서는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역전 결승골을 넣는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골을 널은지 얼마되지 않아 히카르두 카르발류(현 레알 마드리드)에 의해 왼쪽 중족골 골절로 2개월 동안 결장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27일 프랑크푸르트와의 DFB 포칼에서 함부르크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면, 30일 쾰른전에서는 분데스리가 데뷔전 데뷔골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손흥민의 공격 재능은 감각적입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본기를 집중 연마하며 슈팅-패스-드리블-개인기-경기 운영에서 다른 또래 선수들을 압도했다고 합니다. 기본기가 철저한 선수들의 특징은 새로운 축구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 빠르며 경기를 읽는 눈이 넓습니다. 그런 기초적인 감각이 몸에 베어져있었기 때문에 테크니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골 결정력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잇었습니다. 지난해 U-17 월드컵 8강 나이지리아전에서 번개같은 중거리슛을 날렸던 장면, 함부르크의 프리시즌 9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득점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여기에 문전에서의 침착함을 통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나타내는 것은 손흥민의 또 다른 장점입니다. 이번 쾰른전 골이 그 예 입니다. 골키퍼가 볼을 향해 달려드는 상황에서 기죽지 않고 골을 노리기 위해 개인기를 부리는 과감함을 발휘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물론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게 골을 넣을 것 처럼 보였지만, 상대 골키퍼는 슈팅의 각을 좁혀 손흥민을 방해하려했고 왼쪽에서는 수비수가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한국 공격수들의 특징은 문전에서 머뭇거리거나, 엉뚱한 슈팅을 날리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그들과 다릅니다. 강한 기본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 없이 자기 플레이를 하려는 침착함을 겸비했습니다.
데뷔골을 넣은 손흥민은 앞으로 함부르크에서 적지 않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것입니다. 판 니스텔로이-엘리야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고 기존 공격수들이 미덥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손흥민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됩니다. 함부르크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인터뷰 금지령을 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손흥민을 경기에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손흥민이 앞으로 보다 발전된 기량을 발휘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끌어올리면 분데스리가에 아시아 선수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는 한국-일본-중국 선수를 포함한 총 5명의 선수가 뛰고 있습니다. 손흥민(함부르크, 한국)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우치다 아쓰토(살케, 이상 일본) 하오준민(살케, 중국)이 바로 그들입니다. 2부리그에는 북한의 정대세가 보쿰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중이죠. 일본 같은 경우에는 카가와-하세베가 팀의 주력 옵션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흐름이 반영이 되었는지, 분데스리가에서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에 대한 영입 관심이 높아졌으며 함부르크는 또 한명의 한국인 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손흥민의 앞날 행보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분데스리가는 차범근 감독이 20~30년 전에 최정상급 선수로 군림하며 '차붐 신화'를 창조했던 곳이지만, 그 이후의 한국인 선수 활약상은 리그 전체를 흔들만큼 강렬함과 꾸준함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릅니다.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끄는 공격수를 맡고 있으며, 올해 18세로서 발전 가능성이 풍부하며, 데뷔골을 통해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함부르크에서의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분데스리가를 평정할 것 같은 기세를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꾸준히 지켜가는 것이 손흥민의 앞날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한국의 축구팬들은 잉글랜드-프랑스-스코틀랜드에서 활약하는 유럽리거를 비롯 독일에서 차붐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18세 한국인 공격수의 행보를 지켜 볼 것입니다. 손흥민의 거침없는 활약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