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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평점 1위' 박지성, 본색 되찾은 비결은?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2경기 연속 골에 실패했지만 90분 동안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주춤했으나 최근 방출설-이적설-트레이드설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평소의 플레이를 발휘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질주했습니다. 그 결과는 현지 언론에서 호평을 받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31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토트넘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31분 루이스 나니의 오른쪽 프리킥이 네마냐 비디치의 헤딩 선제골로 이어졌고, 후반 40분에는 토트넘 골키퍼 고메스가 인플레이 상황에서 볼을 놓았던 것이 근처에 있던 나니가 빼앗아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토트넘 선수들은 나니의 골이 무효라고 항의했으나, 고메스가 경기 진행중이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니의 골이 인정 됐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5승5무로 리그 3위를 지켰으며 각종 대회를 포함해서 최근 4연승의 오름세를 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맨유가 슬로우 스타터 악령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 하나는 박지성의 행보와 일치합니다. 맨유가 시즌 초반에 부진했을 때 박지성도 침체에 빠졌지만, 최근 박지성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맨유의 성적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맨유의 4연승 중에 3경기는 박지성이 선발 출전하여 맹활약을 펼쳤던 경기들입니다. 박지성이 드디어 본색을 되찾았습니다.

맨유에 오래있고 싶은 박지성의 집념이 강했다

우선, 박지성은 토트넘전 종료 후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Has been very self-critical but must have been pleased with his best display for a long time(최근 스스로 매우 회의적이었지만, 그는 오랫동안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한 것에 기뻐했음을 틀림없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8점을 기록했습니다. 결승골을 넣었던 비디치와 함께 평점 1위를 기록했으며, 1골 1도움을 올렸던 나니(7점)보다 더 높은 점수 입니다. <스카이스포츠><골닷컴 영문판>에서는 나니에게 1위를 허용했지만 모두 7점을 기록하여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을 입증했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의 평점 1위 입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맨유 소식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기로 유명하며, 그동안 맨유 경기만 되면 박지성에게 높은 평점을 꺼렸던 언론사 였습니다. 토트넘전에서는 비디치와 더불어 공동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8점을 부여받은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박지성의 진가를 맨체스터 이브닝뉴스가 인정한 것입니다. 또한, 최근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의 방출설-이적설-트레이드설을 거론했으며 국내 여론에서도 그 문제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토트넘전 맹활약을 통해 현지 언론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여 '맨유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8일 유럽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나는 맨유를 떠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맨유에 오래있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계속 이루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현지 언론이 이적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가장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선수 본인의 의견입니다. 축구에서는 몇몇 선수들이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기 위해 팀을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박지성은 맨유를 떠날 이유가 없었습니다. 맨유가 세계 최정상급 클럽이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많고, 가장 중요한 것은 퍼거슨 감독과 맨유가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필요로하는 것입니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안좋은 이야기들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죠.

그런 점에서 토트넘전이 중요했습니다. 경기전까지, 박지성의 토트넘전 선발 출전 가능성은 무게감이 크실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27일 울버햄턴과의 칼링컵 4라운드(16강)에서 시즌 2호골을 넣었지만 주중에 터키 부르사스포르 원정을 치르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 출전은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선발 출전 시킨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토트넘 특유의 빠르고 적극적인 공격을 봉쇄하면서, 나니에 대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덜어주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면서, 루니의 공백을 덜기 위해 박지성을 중앙쪽으로 가담시켜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의 활동 부담을 덜어주는 것, 그리고 울버햄턴전 골에 따른 공격력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이 전반 2분 중거리슛을 날렸던 것이 왼쪽 골 포스트를 강타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슈팅이 안쪽으로 향했다면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공격력 불안에 대한 약점을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진정한 가치는 그 이후 장면에서 벌여졌습니다. 골 포스트를 맞고 흐른 볼이 상대 수비수에게 향했는데, 그것을 빼앗기 위해 저돌적으로 움직이며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을 발휘했습니다. 비록 골을 넣는데 실패했지만, 그것을 자책하기보다는 더욱 열심히 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반사신경 같은 습관이 작용했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롱런할 수 있었던 '성실함'이라는 키워드가 그라운드에서 베어져 나왔죠.

그런 박지성은 토트넘전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프리롤 이었습니다. 측면과 중앙의 경계를 허물며 어느쪽에서든 부지런히 움직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닌,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선수들이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접근하는데 속도를 늦추거나 직접적인 차단을 가하며 그들의 공격 템포를 늦추었습니다. 그래서 '에브라 킬러'로 통했던 토트넘 오른쪽 윙어 레넌은 박지성의 전방 압박에 의해 동료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자신의 스피드를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살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박지성이 레넌쪽으로 투입되는 토트넘의 공격 물줄기에 위치하여 끈적한 수비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전반 38분에는 레넌의 돌파를 태클로 직접 저지하며 역습을 막아냈습니다.

맨유는 베일-레넌 봉쇄를 위해 에브라-하파엘 같은 풀백들의 공격 가담을 줄였습니다. 그래서 박지성-나니가 협력 수비를 펼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끝에 토트넘의 기동력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토트넘은 베일-레넌-모드리치-판 더르 파르트 같은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공격 옵션들이 즐비했지만, 그들의 공격 속도보다는 맨유의 수비 속도가 더 빨랐으며 탄탄한 수비 밸런스를 기초로 움직였기 때문에 '개인'보다 '팀'이 더 강했습니다. 후반 중반부터는 베일이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돌파를 시도했지만 맨유 수비에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을 비롯한 맨유 선수들의 협력 수비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토트넘전 최대 강점은 공격력 이었습니다. 비록 골을 놓쳤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박지성이 훌륭히 메웠습니다. 중앙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토트넘의 배후 공간을 파고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르난데스와 2대1 패스를 주고받거나 짧은 패스, 논스톱 패스를 골고루 섞으며 상대 중원을 흔들었죠. 마치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를 보는 것 처럼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경기를 능수능란하게 운영했습니다. 그 결과는 모드리치-지나스 봉쇄에 주력했던 플래쳐-캐릭의 공격 부담을 덜어냈고,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가 루니 공백에 따른 활동 폭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상대 수비는 박지성 견제를 의식했고, 그 사이에 나니가 종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상대 공간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플레이는 올 시즌에 출전한 경기들 중에서 가장 최고의 폼이었습니다. 맨유와 상위권을 다투는 토트넘과의 맞대결이라는 중요성도 있었지만,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집념이 있었기에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내고 당당히 올드 트래포드를 휘저었습니다. 최근 현지 언론에서 제기하는 방출설-이적설-트레이드설이 그저 그들의 생각임을, 맨유의 진정한 일원임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의 에이스는 베일 이었습니다. 베일은 박지성과의 트레이드 여부로 주목을 끌었던 선수입니다. 박지성에게 있어 토트넘은 '맨유에 오래있고 싶다'는 집념을 발휘하기에 가장 좋은 상대 였습니다. 결국, 박지성은 웃었고 베일은 울었습니다.

물론 토트넘전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로 부터 평점 1위를 기록했고, 맨유의 토트넘전 승리 주역으로 활약했지만, 이러한 페이스가 좀 더 꾸준해야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으면서 맨유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기복이 심했고 올 시즌 초반에도 마찬가지 였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합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목표를 향한 집념 입니다. 그것을 앞으로 계속 유지하면 토트넘전의 기세는 오랫동안 지속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맨유에 오래 남겠다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