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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의 일본전 무승부, 답답한 공격력 아쉬웠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통산 73번째 한일전에서 득점없이 비기면서 올해 A매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4백과 3백을 골고루 섞으며 일본의 공세를 차단했지만 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력을 펼친 끝에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한국은 12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캡틴' 박지성의 무릎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어느 누구도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후반 초반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골운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용형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고 이영표-최효진 같은 좌우 풀백들의 활동 폭을 늘리며 혼다-마에다-카가와-마쓰이를 봉쇄하는데 성공한 것은 수비에 대한 응집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용형의 포어 리베로 변신, 경기 초반부터 효과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4-1-4-1 포메이션을 위주로 때에 따라 3-4-3으로 변형했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이영표-이정수-홍정호-최효진이 포백, 조용형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청용-신형민-윤빛가람-최성국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조용형이 후방으로 내려오면 대표팀의 수비라인은 3백으로 바뀌었고, 전방으로 올라오면 4백이 되는 변형적인 수비 시스템을 구사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4-2-3-1로 맞섰습니다. 니시카와가 골키퍼, 나가토모-구리하라-곤노-고마노가 포백, 하세베-엔도가 수비형 미드필더, 카가와-혼다-마쓰이가 2선 미드필더, 마에다가 원톱으로 나섰습니다. 일본은 툴리우-나카자와-오카자키-가와시마-혼다 히로시가 부상으로 한국전에 결장했습니다.

먼저, 한국은 경기 시작과 함께 박주영이 혼다가 하프라인에서 소유한 볼을 태클로 막아낼 정도로 상대의 기세를 꺾으려는 의지가 충만했습니다. 조용형이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포어 리베로' 역할을 하면서 원톱 마에다를 계속 따라다녔고, 미드필더진과 수비수의 폭을 좁히면서 일본이 전진패스를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상대 공격을 끊으면 한 박자 빨리 전진패스를 띄우며 역습을 노렸습니다. 최전방에서 박주영을 활용한 연계 플레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조용형의 활동 폭을 늘리면서 4백과 3백을 적절히 섞으며 상대의 기세를 누른것은 분명했습니다.

전반 10분 까지의 한국은 서두르게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선수들의 지구력-활동량-스피드가 향상되면서 조직력이 부쩍 좋아진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입니다. 경기 초반에 많은 힘을 소모하면 오버 페이스로 인하여 막판에 힘이 떨어지고 상대에게 밀리는 문제점이 따릅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에 힘을 비축하여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하고, 일본 수비의 빈 틈이 보이면 공간을 활용한 공격 패턴으로 승부를 띄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전반 15분까지 파울 숫자에서 6-4(개)로 앞섰다는 점은, 일본 수비도 한국 공격을 철저하게 묶고 있다는 뜻을 의미합니다. 전반 15분까지의 경기 흐름을 놓고 보면, 두 팀의 경기는 '한 골 싸움'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공격력, '박지성-기성용 공백' 실감

전반 20분까지의 점유율에서는 일본이 60-40(%)로 우세를 점했습니다. 한국이 공격보다는 조용형에 중심을 두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일본이 자연스럽게 볼을 터치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하지만 경기 흐름은 대등했습니다. 일본이 높은 점유율에 비해 한국의 수비를 과감히 벗기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리는 장면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박스를 중심으로 과감히 내려오면서 일본이 중앙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을 철저히 장악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전반 22분 하세베가 패스할 공간을 찾지 못하자 먼 거리에서 중거리슛을 시도할 정도로 한국 진영을 전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혼다가 전반 26분 박스 왼쪽에서 한국 골대 구석을 노리는 왼발슛을 날렸지만 정성룡의 선방에 걸렸습니다.

문제는 한국 공격입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연결되고, 박주영이 볼을 터치하고 재차 박주영이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타이밍-세기가 떨어집니다. 일본 선수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박주영이 볼을 터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원톱 체제는 박주영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2선 미드필더와의 유기적인 공존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원톱이 고립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결국, 박주영은 구리하라-곤노의 견제를 받는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최성국은 올해 K리그에서의 경기력 저하 및 대표팀 경기 감각 부족 때문에 기존 공격 옵션과의 호흡이 맞지 못했습니다. 퍼스트 터치가 길었고 슈팅시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어느 누구도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습니다. 즉, 박지성 공백을 실감하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이 있었다면 공격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작업이 줄기차게 이어졌겠지만, 일본전에 선발 출전한 공격 옵션들은 서로 따로노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상대의 철저한 압박을 뚫으려면 측면과 중앙을 넓게 벌리며 빠른 볼 처리에 의한 공격 전개를 하거나, 2대1 패스와 공간 패스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경기 자세가 부족했습니다. 이청용이 전반 30분 이후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여 스위칭했지만 경기 분위기를 한국쪽으로 몰아가기에는 임펙트가 떨어졌고, 신형민-윤빛가람은 박주영과 폭을 좁히면서 패스 플레이를 노리는 플레이가 부족했고, 신형민-최성국의 선발 기용은 실패작 이었습니다.

박지성과 더불어 기성용의 선발 제외 공백도 아쉬웠습니다. 기성용의 대타였던 신형민의 부진이 문제였습니다, 신형민은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였고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에 강한 옵션입니다. 또한 남아공 월드컵 이후 포항에서의 공격 전개 과정이 미흡했던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전에서 윤빛가람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상대 빈 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부족했고 경기를 운영하는 영민함이 떨어졌습니다. 또한 윤빛가람-조용형도 볼 배급에서 미스가 있었고, 중원 자체가 하세베-엔도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전반 막판에 이르면서 측면에서의 볼 터치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격적이었던 후반전, 하지만 일본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신형민을 빼고 기성용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신형민에게 공격 성향의 경기력을 요구하기에는 선수의 컨셉이 팀 전술과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성용을 투입하여 공격력에 비중을 키우고, 미드필더진의 연계 플레이를 키우면서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기 위한 승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성용 투입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한국의 후반 초반 공격이 과감해지고 볼 배급-방향 전환-종적인 움직임이 전반전보다 매끄러웠습니다. 전반전에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다면 후반전에는 공격에 힘을 실으며 골을 넣겠다는 의도가 두드러졌습니다.

이청용은 후반 6분에 일본 박스 왼쪽에서 슈팅을 날렸고, 3분 뒤에는 슛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박주영에게 패스를 시도하며 임펙트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슈팅은 세기가 약했고 패스는상대 수비에 걸리고 말았지만, 일본의 골망을 흔들려는 의지를 통해 한국의 공격 분위기가 점차 살아났습니다. 또한 윤빛가람이 한국의 공격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하세베-엔도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공격 의지를 무너뜨린것에서 성과를 봤습니다. 특히 조용형이 혼다-마에다 같은 일본 공격 옵션들을 철저히 따라붙으면서, 일본이 한국 진영으로 역습할 수 있는 틈을 노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거나 일본이 자기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면 짧은 패스와 전진패스를 골고루 섞으며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그래서 공격쪽에 쏠렸던 한국 선수들이 수비쪽으로 내려오면서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일본에게 슈팅 공간을 내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일본의 공세를 차단했고 정성룡의 선방까지 더해지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적어도 수비력에서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믿음감을 심어줬습니다.

후반 21분에는 최성국 대신에 염기훈을 투입하면서 이청용이 오른쪽 윙어로 전환했습니다. 1분 뒤에는 윤빛가람이 드리블 돌파로 역습을 시도하면서 볼을 끄는 바람에 상대 수비에 저지당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또 3분 뒤에는 최효진이 오른쪽 측면에서 기성용을 향해 빨랫줄 같은 스루패스를 연결하며 다이렉트로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최효진 같은 경우, 경기 내내 활동 폭을 넓게 잡으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며 한국 공격의 빌드업을 전개했습니다. 비록 볼 배급 과정에서 몇 차례 미스가 있었지만, 넓은 시야를 활용한 패스를 통해 과감함을 발휘한 것은 공격력 저하에 시달렸던 한국에게 그나마 위안 이었습니다.

후반 30분에는 애매한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최효진이 박스 오른쪽에서 마쓰이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상황에서 볼이 오른쪽 팔에 맞았습니다. 페널티킥을 허용할 수 있었지만 주심은 코너킥을 선언하여 한국이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TV카메라로 바라보면 공이 최효진의 팔을 맞았지만, 주심은 최효진이 고의적으로 볼을 건드리지 않은 우발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페널티킥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한국 진영에서 일본 선수들의 공간 침투에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2선 미드필더들이 공격쪽에 치중하다보니 선수들의 종간격이 벌어지는 현상에서 비롯됐습니다. 후반 35분에는 염기훈의 왼쪽 크로스가 박주영의 헤딩슛으로 이어졌지만 일본 골키퍼 니시카와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한국은 후반 36분에 최효진-염기훈을 빼고 차두리-유병수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후반 21분에 출전한 염기훈을 15분 만에 벤치로 내린 것은 박주영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박주영-유병수가 박스 안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옵션이라고 판단했고 이청용은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염기훈이 어쩔 수 없이 교체 된 것이죠. 하지만 유병수는 후반 40분 하프라인에서 왼쪽에 있던 박주영에게 전진패스를 부정확하게 연결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3분 뒤에는 혼다의 왼발슛을 정성룡이 침착하게 선방했고 그 이후 실점 위기를 넘겼지만, 끝내 무득점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