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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일본, 관전 포인트 7가지는?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이 다가왔습니다. 대결 자체로 긴장되고,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불같은 승리욕과 격렬함의 온기가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단순한 라이벌 대결을 넘어 아시아 축구의 판도를 뒤흔들고, 더 나아가 내년 1월 아시안컵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의 자존심 싸움이 90분 동안 치열하게 전개 될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오늘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통산 73번째 A매치 대결을 치릅니다.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72전 40승20무12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자랑하며 지난 2월과 5월 일본 원정에서 각각 3-1, 2-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8일 아르헨티나전 1-0 완승을 비롯 남아공 월드컵 이후 A매치 3경기(파라과이-과테말라-아르헨티나)를 모두 이겼다는 점에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라이벌전은 실력 이전에 정신적인 기싸움과 단합된 조직력에서 경기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이번 일본전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됩니다. 오늘 경기에 대한 분위기가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 대립적인 요소들이 서로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1. 박지성 결장vs오카자기 결장, 어느 쪽이 치명적?

한국과 일본은 이번 라이벌전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부상 변수에 직면했습니다. 한국은 에이스이자 주장인 박지성이 무릎 부상으로 일본전 결장이 확정되었으며, 일본은 아르헨티나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카자키를 비롯해서 몇몇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의 부상은 한국에게 치명적입니다. 그동안 박지성의 존재감에 의해 경기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고 아직도 그의 존재감에 상당 부분을 의지했습니다. 박지성이 있음에 한국의 공격이 매끄럽게 풀렸고,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를 유지했지만 이번 일본전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왼쪽에 이청용, 오른쪽에 최성국을 세울 계획이지만 '최상의 대안'은 아닙니다. 이청용은 왼쪽이 익숙하지 못하며 최성국은 지난해보다 폼이 떨어졌고 대표팀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이 흠입니다.

반면 일본은 아르헨티나전 이후 부상으로 빠진 선수가 3명입니다. 오카자키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 혼다 히로시-가와시마는 내전근 통증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자랑이었던 툴리우-나카자와 센터백 조합은 애초부터 부상으로 동반 결장한 상태입니다. 특히 간판 공격 옵션이었던 오카자키의 결장은 일본의 기동력이 저하되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오카자키가 담당했던 왼쪽 윙어는 카가와가 맡을 계획이지만 그동안 중앙에서 많이 뛰었기 때문에 측면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측면에서는 중앙에서 뛸 때 보다 기동력이 요구되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버거움이 따르게 됩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박지성-오카자키 결장은 어느 팀이 그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느냐의 싸움이 됐습니다. 

2. 한국-일본, 포메이션 변화 성공할까?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포메이션을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3-4-3에서 4-1-4-1, 일본은 4-3-3에서 4-2-3-1로 전환하여 3선이 아닌 4선 배치를 통해 승부수를 띄울 전망입니다. 아직 선발 엔트리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포메이션으로 회귀할 수 있지만 '변화된 포메이션'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조광래 감독은 3백을 선호하는 지도자임에도 일본전에서는 4백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종적인 움직임 및 종패스를 간파하기 위해서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조용형)를 두는 포메이션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스리톱을 즐겨 구사하지만 지난 아르헨티나와의 후반전에서 4-2-3-1을 실험한 것은 한국전을 염두한 전술 변화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팀 포메이션 변화 성공을 좌우하는 키워드는 원톱입니다. 4-1-4-1과 4-2-3-1은 전방에 공격수 한 명을 두는 포메이션으로서, 원톱과 2선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공존 여부에 의해 공격력이 가려집니다. 원톱이 상대의 압박에 막혀 고전하기 쉬운 약점이 있기 때문에 후방과의 지속적인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습니다. 원톱으로서의 역량을 놓고 보면 프랑스리그를 통해 원톱으로서의 경험이 축적된 박주영이 마에다-모리모토보다 우세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박지성의 부상으로 2선 미드필더들을 새롭게 짜야하고, 일본은 오카자키의 부상 속에서도 카가와-혼다-마쓰이의 호흡이 서로 잘 맞습니다. 만약 한국이 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박주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3. 과연 박주영의 발끝에서 골이 터질까?

'박지성 결장'으로 어려움에 빠진 한국의 또 다른 고민은 박주영입니다. 대표팀 및 소속팀 AS 모나코에 걸쳐 폼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주영은 지난달 12일 마르세유전에서 골을 넣기 전까지 모나코에서 15경기 연속 무득점(프랑스컵 포함)에 시달렸으며, 마르세유전 이후에도 3경기 연속 골 침묵에 빠졌습니다. 대표팀에서는 지난 8월 나이지리아전과 9월 이란전에서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한데다 공격수로서 특출난 임펙트를 뽐내지 못했습니다.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려는 적극성 및 과감함이 여전히 떨어진 상황이며 최근 모나코에서 왼쪽 윙어로 전환한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물론 박주영은 원톱으로서 많은 경기를 치렀고 공중볼을 잘 따내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무기력하게 부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몸싸움을 놓고 보면 '툴리우-나카자와가 빠진' 일본 센터백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오히려 프랑스리그에서의 경험을 통해 거구와의 몸싸움 경쟁을 즐기는 타입으로 변화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특출난 공격 재능이 그라운드에서 최대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폼이 떨어진 여파가 일본전에서 그대로 이어지면 한국의 승리 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은 분명합니다. 박지성이 없는 한국은 박주영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어야하고, 박주영이 팀 공격의 구심점 역할까지 짊어져야 합니다. 과연 박주영이 자신의 발끝에서 골이 터지면서 득점력 향상에 자신감을 얻을지 주목됩니다.

4. 조용형, 혼다 봉쇄에 성공할까?

한국의 4-1-4-1 포메이션 변신 화두는 조용형 입니다. 일본의 철저한 수비 조직력을 간파할 수 있는 퀄리티 높은 볼 배급을 펼치고, 일본의 공격 의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조용형이 있습니다. 한국의 좌우 풀백인 이영표-최효진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펼치면 조용형은 후방으로 내려가 스위퍼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3백 변형까지 가능합니다. 즉, 조용형은 3백 개념에서 바라보면 과거의 홍명보가 즐겨 맡았던 리베로의 역할을 보게되는 것입니다. 지능적인 수비력을 펼치면서 효율적인 볼 배급을 자랑하기 때문에 홍명보와 비슷한 경기 패턴을 재현할 수 있는 것이죠.

우선, 조용형은 일본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혼다를 적극 봉쇄해야 합니다. 혼다는 지난 5월 한국전에서 김정우의 찰거머리 압박에 막혀 부진했기 때문에 조용형의 우세에 무게감이 실릴 수 있습니다. 물론 조용형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격까지 신경써야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혼다를 놓칠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포메이션의 구조적인 문제점일 뿐, 조용형의 수비력을 놓고 보면 다른 누구보다 믿음직한 선수임엔 분명합니다. 혼다는 어떻게든 한국이 묶어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조용형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또한 미드필더로서 기성용-윤빛가람에게 질 높은 볼 배급을 펼치며 한국 승리의 기반을 마련할지 그의 활약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5. 매치업 대결 (1) 이청용vs카가와, 신예 에이스들의 자존심 대결

박지성과 혼다의 에이스 대결은 무산되었지만, 한일 축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이청용과 카가와의 '신예 에이스 대결'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여러가지의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10대 중반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고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에서 두각을 떨치며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성장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또한 체격 조건의 열세를 영리한 축구 지능과 감각적인 기교로 이겨내며 예측불허의 공격력을 펼칩니다. 그리고 이날 한일전에서는 둘 다 왼쪽 윙어로 기용 될 예정입니다. 자신의 원 포지션이 아닌 어려움을 이겨내고 팀의 승리를 견인할지 주목됩니다.

이청용은 공격 과정에서 주로 오른발을 쓰지만, 오른발 못지 않게 왼발 사용 능력 또한 좋습니다. 잰걸음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 공간을 파고들거나 슈팅 과정에서 왼발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왼쪽 공간에서 오른발을 쓰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지역방어를 근간으로 철저한 압박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 빠른 볼 처리에 요구됩니다. 이청용의 오른발이라면 짧고 정교한 패스를 횡으로 연결하여 상대 압박을 한 꺼풀 벗겨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카가와는 중앙에서 측면으로 활동 패턴을 옮기면서 기동력을 요구받게 되었지만, 한국의 오른쪽 풀백 최효진이 공격 성향이라는 점을 눈치채면 일본 공격력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효진의 수비력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6. 매치업 대결 (2) 기성용-윤빛가람vs하세베-엔도, 중원 전쟁 승리자는?

한국과 일본의 대결은 '중원 전쟁'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4-1-4-1을 구사하면서 중원에 대한 비중을 높였고, 불과 이틀전까지는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드필더진이 강하며 특히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중원의 압박-조직력-공격 전개가 물이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중원을 지배하는 팀은 경기의 흐름 및 결과까지 우세함을 점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기성용-윤빛가람과 하세베-엔도의 맞대결은 한국과 일본의 판세를 좌우할 매치업입니다. 네 선수 모두 공수 양면에 걸쳐 서로 얽히고 섥히는 접전을 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기성용 입장에서는 하세베-엔도와의 대결이 그동안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합니다. 공격력에서는 흠잠을 것이 없었으나 소속팀 셀틱에서 수비력 부족으로 어려움에 시달리며 잦은 결장에 따른 실전 감각 저하로 한동안 경기력이 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수비력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팀에서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그것을 시험하려면 하세베-엔도의 종적인 공격 패턴을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윤빛가람은 하세베-엔도의 수비력을 넘어서기 위해 '조광래 유치원'에서 단련된 감각적인 공격 재능을 과감히 발휘해야 합니다. 지난달 이란전에서 상대의 허리 싸움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일본전에서는 조용형이 자신의 뒷 공간을 커버하기 때문에 수비력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 맹활약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7. 매치업 대결 (3) 유병수vs마에다, 득점 1위의 자존심을 건다

큰 경기는 해결사들의 득점포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꾸준히 골을 넣을 수 있는 믿음감을 지닌 원톱이 없습니다. 골 부족에 시달리는 박주영의 행보가 아쉬운 이유입니다. 그래서 한일전은 K리그와 J리그에서 특출난 득점 실력을 뽐낸 유병수와 마에다의 매치업에 눈길이 모아집니다. 유병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 23경기 20골로 득점 1위를 기록중이며, 마에다는 올 시즌 J리그 득점 2위(24경기 12골)에 있지만 지난해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되지 못했고,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짓는 본능이 뛰어난 공통점이 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중요한 비중을 안고 있습니다.

유병수는 일본전에서 슈퍼 조커 출전이 유력합니다. 박주영이 부진하면 그 대안으로 조커 투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득점 감각에서는 박주영보다 더 우세이기 때문에 한 번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충분히 살릴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한국에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유병수를 준비시킬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마에다는 그동안 대표팀과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던 아쉬움을 한국전에서 분풀이할지 주목됩니다. 상대 수비의 빈 공간을 노려 골을 넣는 능력이 좋지만 문제는 A매치에서 그 장점이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아르헨티나전에서 교체투입하여 2~3번의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는 점은 지금의 폼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병수와 마에다가 대표팀에서 롱런 하려면 이번 경기에서 골을 터뜨려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