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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1골 2도움, 공격력 자신감 찾았다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에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칼링컵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여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시즌 첫 골 기록은 물론 2005년 잉글랜드 진출 이후 3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렸습니다.

박지성은 23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글랜포드 파크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3라운드(32강) 스컨소프 유나이티드(이하 스컨소프, 챔피언십 -2부리그- 소속)전에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맨유의 5:2 대승을 주도했습니다. 전반 35분 크리스 스몰링의 골을 도우며 시즌 첫 도움을 기록한 뒤, 후반 8분 맨유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 때 문전 경합 과정에서 공이 박스 오른쪽으로 흘러나온 사이에 오른발로 낮게 슈팅을 날리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 25분에는 마이클 오언의 골을 도우며 1골 2도움을 완성 시켰습니다. 후반 28분에는 베베와 교체되면서 오는 26일 볼턴전을 위한 체력 안배를 했습니다.

맨유는 전반 19분 조시 라이트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여 챔피언십 팀에게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으로 몰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4분 뒤 대런 깁슨이 동점골을 넣으며 곧바로 추격했고, 전반 35분 박지성이 스몰링의 역전골을 도우며 2:1로 앞섰습니다. 그리고 후반 4분 오언, 후반 8분 박지성, 후반 26분 오언이 차례로 골을 기록했고 경기 종료 직전 마틴 울포드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5:2로 승리하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박지성은 스컨소프전에서 4-3-3의 왼쪽 미드필더를 맡았습니다. 마케다-오언-에르난데스가 3톱에 포진되었고 박지성-깁슨-안데르손이 허리를 형성했죠. 포백은 하파엘-스몰링-퍼디난드-브라운으로 구성되었으며 골키퍼는 쿠쉬착 이었습니다. 지난 19일 리버풀전에 결장했거나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스컨소프전에 선발 투입 된 것입니다. 백업멤버 위주로 스쿼드가 편성되었지만, 퍼디난드가 포함되었음을 미루어보면 리버풀전 선발 출전이 돌아가지 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측면이 더 강했습니다. 올 시즌 대표팀 차출 여파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박지성에게 중요한 고비로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맨유가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던 것은 그동안 박지성이 시달렸던 '공격력 임펙트 부족'의 약점을 해소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맨유는 스컨소프와의 점유율에서 51-49(%)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슈팅 숫자에서 29-13(유효 슈팅 19-12, 개)를 기록하면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박지성은 루니-베르바토프 같은 팀 내 주력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때는 이타적인 경기력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공격 포인트 창출에 열성을 다했습니다. 좌우 측면 및 중앙까지 쉴새없이 움직이고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했죠.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우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스컨소프전에서는 박지성의 1골도 의미있었지만 2도움의 가치가 컸습니다. 전반 35분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들면서 크로스를 올린 것이 스몰링의 오른발 밀어넣기 골이 됐고, 후반 25분에는 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강슛을 날린것이 상대 골키퍼 몸을 맞고 오언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상대 골키퍼에 의해 볼이 굴절되어 골이 들어가면 도움으로 인정됩니다. 두 개의 장면을 놓고 보면, 이날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하는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반 35분 같은 경우에는 올 시즌들어 상대 배후를 노리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던 적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값진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2도움은 어시스트 플레이어로 진화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팀 내 주축 선수들과 공존할 때는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 및 공간 창출 때문에 직접적인 볼 배급에 의한 도움을 얻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그동안 박지성의 공격력이 저평가 되었던 것도 어시스트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컨소프전을 통해 2도움을 기록한 것은 공격 포인트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음을 말합니다. 발렌시아가 발목 골절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앞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할 것이 분명하고, 그 상황속에서 퍼거슨 감독에 의해 공격력에 있어 믿음직한 선수로 거듭나려면 도움에 주력하는 과감함이 더 필요합니다. 스컨소프전을 예행연습으로 삼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골은 우연히 찾아온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문전에서 상대 선수와 혼전 중일 때, 박스 한 켠에서 자리를 잡아 볼이 자신쪽으로 넘어오기를 기다렸고 그 기회를 침착하게 살렸습니다. 상대 선수들이 자신의 오른발 슈팅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위치선정이 빼어났습니다. '골을 넣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면에 묻어나오면서 골을 의식했고 그 기회를 노렸습니다. 골이 값진 또 하나의 이유는 4-3-3의 미드필더로 출전했기 때문에 수많은 골 기회를 얻는 것은 공격수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이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미드필더도 골 기회를 엿볼 수 있었고 박지성이 결국 해냈습니다.

박지성의 스컨소프전 골은 '공격력 임펙트 부족'이라는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냉정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격 포인트 생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꾸준함이 필요하며 상대는 엄연히 약팀이지만, 약팀과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키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앞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엔돌핀으로 작용합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철저한 조연을 맡았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에 의해 쓰임새가 부족했고 현지 언론 등을 통해 과소평가 된 경향이 부쩍 잦았지만, 1골 2도움은 어떠한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온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