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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EPL 독주, 3연전이 고비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고공 질주가 뜨겁습니다.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21골 1실점에 5연승을 거두면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1경기당 4.2골을 기록하면서 0.2실점을 허용하는 독보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죠. 아스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3승2무)와 승점 4점 차이로 앞서있기 때문에 독주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첼시의 리그 5연승은 상대팀들이 모두 약팀이기 때문에 지금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첼시의 승점 3점 제물이었던 웨스트 브로미치-위건-스토크 시티-웨스트햄-블랙풀은 올 시즌 강등권 후보로 거론되는 하위권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약체와의 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는 것은 그만큼 승점 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그 우승의 기준은 누가 많은 승점을 기록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흐름만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2연패 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현실로 이루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첼시는 비록 23일 뉴캐슬과의 칼링컵 3라운드(32강)에서 3-4로 패했지만 이 경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습니다. 칼링컵은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보다 비중이 떨어지는데다 당시 뉴캐슬전에서 주축 선수들을 풀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노령화 때문에 체력 열세의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만큼, 칼링컵은 일찌감치 포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뉴캐슬전 패배는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한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명분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독주가 계속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오는 25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다음달 3일 아스날-다음달 16일 애스턴 빌라와의 3연전이 첼시의 1위 수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고비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약팀과의 5경기 5연승이 진정한 실력이었는지 아니면 거품이었는지는 앞날의 3연전 행보에 달렸습니다. 첼시와 조우하게 될 세 팀은 리그 우승을 노리거나 빅4 진입을 꿈꾸는 강팀 혹은 다크호스입니다.

특히 25일 맨시티 원정이 3경기 중에 가장 껄끄럽습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와의 두 경기에서 1-2, 2-4로 패했기 때문입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맨시티에게 말려들 정도로 답답함을 일관했습니다. 맨시티가 올 시즌 초반에는 조직력 부재 및 수비진의 부상 결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스쿼드의 퀄리티가 시즌을 거듭할 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첼시에게 부담스럽습니다. 또한 맨시티 입장에서는 올 시즌 빅4 진입을 위해 어느 한 경기라도 소홀하게 여길 수는 없기 때문에 첼시전 승리를 잔뜩 벼를 것입니다. 리그 5연승을 내달리는 첼시가 방심하면 큰 화를 당할 여지가 분명합니다.

맨시티전을 앞둔 첼시의 고민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는 프랑크 램퍼드의 부상입니다. 램퍼드는 지난달 29일 스토크 시티전이 끝난 뒤 사타구니 부상을 당했고 최근에 부상이 악화되면서 맨시티전 결장이 유력합니다. 램퍼드가 그동안 많은 경기 출전 때문에 은근히 잔부상이 잦았음을 미루어보면 맨시티전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램퍼드 공백은 하미레스가 메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하미레스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타입이고, 프리미어리그 적응 문제 때문인지 물 오른 활약을 뽐내지 못했고, 지난 뉴캐슬전에서 부진했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공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두번째는 칼루-베나윤의 부상 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뉴캐슬전에서 각각 대퇴부, 장딴지 부상을 당했으며 이미 맨시티 원정 결장이 예고 됐습니다. 무엇보다 맨시티전은 박빙의 승부이기 때문에 후반전에 승부의 흐름을 첼시쪽으로 기울어 놓을 슈퍼 조커의 '미친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칼루-베나윤의 부상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또한 베나윤은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램퍼드의 부상 대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나윤의 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첼시는 하미레스의 '검증되지 않은' 공격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테베스 봉쇄' 입니다. 첼시는 지난 시즌 맨시티와의 두 경기 모두 테베스에게 결승골을 허용한 끝에 패했습니다. 그것도 테베스에게 총 3골이나 헌납했습니다. 두 경기에서 센터백을 맡았던 테리-카르발류의 개인 수비력은 유럽에서 톱 클래스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끈끈한 호흡을 자랑하는 콤비였지만 테베스 앞에서는 무용지물 이었습니다. 카르발류가 올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알렉스가 테리의 파트너로 가세하면서 순발력이 강화된 것은 테베스 봉쇄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베스가 어느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골 찬스에 강한 면모를 발휘한다는 점은 첼시 수비진에게 부담거리로 작용합니다.

반면, 다음달 3일 아스날과의 홈 경기는 이번 맨시티 원정과 다르게 첼시의 우세가 예상됩니다. 첼시가 '아스날 킬러' 디디에 드록바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록바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2004/05시즌 이후 아스날과의 12경기에서 13골을 뽑았고, 지난 시즌 아스날과의 두 경기에서는 첼시가 기록했던 5골 중에 4골을 몰아쳤습니다. 하지만 아스날 이적생이자 중앙 공격수를 맡는 마루앙 샤막이 제공권에 강하다는 점은 첼시 수비진에게 부담이 됩니다. 또한 첼시는 지난 2008년 11월 30일 아스날과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아스날은 첼시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지지만 엄연히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이기 때문에 첼시가 절대로 방심해선 안됩니다.

또한 다음달 16일 애스턴 빌라 원정은 맨시티-아스날전에 이은 또 하나의 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1-2로 패했기 때문입니다. 전반 15분 드록바가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32분 리차드 던, 후반 7분 제임스 콜린스에게 실점하고 말았습니다. 9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의 기습적인 일격에 무너졌던 것이죠. 애스턴 빌라는 맨시티-아스날에 비해 전력적인 레벨이 떨어지며, 마틴 오닐 전 감독이 떠나면서 수비 조직력에 결함을 드러냈니다. 중원의 응집력 및 커버 플레이가 취약해졌다는 점을 첼시가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첼시가 지난 시즌 원정 경기에서 '뜬금없이' 비기거나 패했던 경험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애스턴 빌라 원정에 임하는 불안 요소로 작용합니다. 첼시는 지난 시즌 홈 경기에서 17승1무1패를 올렸지만 원정에서는 10승4무5패를 기록했습니다. 맨시티-아스날을 이긴 상태에서 애스턴 빌라전에 임하면 연승에 들뜬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이 방심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만약 첼시가 3연전을 무사히 마치면 울버햄턴-블랙번-리버풀-풀럼-선덜랜드로 이어지는 무난한 경기 일정을 보내기 때문에(내림세에 빠진 리버풀이 약간 껄끄럽지만), 맨시티-아스날-애스턴 빌라전 승리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첼시의 독주가 계속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