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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풀럼 원정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상쾌한 시즌 초반을 보내기 위해 풀럼 원정 2연패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동안 시즌 초반 부진으로 '슬로우 스타터'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맨유는 오는 23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풀럼 원정을 치릅니다. 지난 8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와 17일 뉴캐슬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각각 3-1, 3-0 승리를 거두면서 두 경기 연속 3골을 넣는 오름세를 달리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이 되면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등의 이유로 힘든 경기를 펼쳤던 지난날의 행보와 다릅니다. 하지만 퍼스트 스타터를 위해서는 풀럼 원정이라는 고비를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우선, 맨유는 지난 두 번의 풀럼 원정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2008/09시즌이었던 지난해 3월 22일 풀럼 원정에서 0-2로 패했는데, 경기 도중 스콜스-루니가 퇴장 당하면서 후반 중반부터 9명으로 맞섰고 박지성이 오른쪽 윙백으로 뛰어야 했습니다.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2-18(개, 유효 슈팅 0-7)의 엄청난 열세를 보였을 정도로, 당시의 패배는 1964년 이후 45년 만에 풀럼 원정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입니다.

지난 시즌이었던 지난해 12월 20일 풀럼 원정에서는 0-3으로 완패했습니다. 수비수들이 줄부상에 빠지면서 드 라예-캐릭-플래처로 짜인 3백 체제의 3-4-1-2를 구사했는데 문제는 세 명 모두 전문 수비수가 아닙니다. 드 라예는 풀백 자원이지만 리저브 팀에서 뛰던 자원 이었으며, 캐릭과 플래처는 중앙 미드필더 였습니다. 슈팅-점유율-패스 숫자에서 풀럼을 모두 앞섰지만 수비 불안에 발목 잡혀 세 골이나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 중에 전반 22분에는 폴 스콜스가 대니 머피에게 공을 빼앗겨 결승골 실점의 원인이 됐습니다.

맨유는 특히 '머피의 법칙'을 조심해야 합니다. 풀럼의 머피는 지금까지 맨유전에서 5골 넣었는데 모두 결승골이었고 최근 2골이 스콜스를 농락했던 장면 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22일 맨유전에서 전반 18분 스콜스의 퇴장에 의해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페널티킥을 넣었다면, 9개월 뒤 맨유전에서는 전반 22분 스콜스의 공을 직접 빼앗아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머피는 이번 맨유전에도 출전할 예정이어서 스콜스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스콜스가 지난 첼시전과 뉴캐슬전에서 경이적인 패싱력과 능숙한 경기 운영을 과시하며 팀의 3골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첼시전에서 경기 최우수선수, 뉴캐슬전에서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받은 기세를 풀럼 원정에서 이어가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 대한 느낌이 좋습니다. 지난해에는 체력 및 집중력 저하로 기복이 있었고 풀럼 원정 2경기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기운은 그때와 상반됩니다. 8개월 전 머피에게 공을 빼앗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작용할 것입니다.

맨유와 풀럼의 대결은 선제골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두 팀이 맞붙은 7경기에서 선제골을 넣는 팀이 그대로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팀이 선제골을 넣으면 그 기세를 계속 지키며 승리를 따냈죠. 또한 풀럼이 지난 시즌 리그 12승 중에 11승을 홈에서 거두었다는 점은 맨유에게 부담입니다. 지난 시즌 홈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발휘했고 맨유가 그 제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풀럼 사령탑을 맡았던 로이 호지슨 감독이 리버풀 지휘봉을 잡았고 '전 맨유 선수' 마크 휴즈 감독이 부임했다는 점이 이번 경기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20일 낮(이하 현지시간) 풀럼전을 앞둔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난 시즌 풀럼은 환상적이었다. 그 기적이 이번에 반복되리라 확신할 수 없다"며 풀럼 원정 2연패의 사슬을 끊겠다고 말했습니다. 풀럼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는 달콤한 시즌을 보냈지만 그 기세를 올 시즌에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생각 입니다. 아울러 "이번 풀럼전은 한 골이면 충분하다"며 풀럼전에서 골을 넣으며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전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어 승리를 결정짓겠다는 것이 맨유의 전략 입니다.

맨유는 지난 뉴캐슬전에서 선보였던 베스트 일레븐을 풀럼전에서 그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캐슬전에 선발 출전했던 11명의 선수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고, 시즌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주축 선수 체력 안배에 대한 로테이션 필요성이 적습니다. 풀럼이 호지슨 체제에서 다져진 수비 위주의 팀 컬러가 묻어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보다는 나니-발렌시아의 선발 출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풀럼 원정 2연패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박지성의 선발 출전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풀럼전에서 공격 포인트가 많았던 '풀럼 킬러' 였습니다. 지금까지의 풀럼전에서 2골 4도움을 올렸으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풀럼전에서 맨유가 모두 승리했습니다. 2008년 3월 1일, 2009년 3월 8일 풀럼전에서는 직접 골을 넣는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난 3월 14일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는 후반 27분에 교체 투입하여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헤딩골을 엮어내는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이번 풀럼 원정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여 맨유에게 승리를 안겨줄지 기대됩니다.

또한 웨인 루니의 골 여부가 주목됩니다.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포함한 최근 13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지난 3월말 발목 부상을 당한 이후로 평소의 골 감각을 되찾지 못한 끝에 남아공 월드컵에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죠. 다행히 8일 첼시전과 17일 뉴캐슬전에서는 도움을 기록한 것을 비롯, 쉐도우로 전환하면서 팀의 이타적인 플레이에 힘을 실어주며 경기 내용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두 경기에서 슬럼프에 탈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풀럼 원정에서 맨유의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적 기질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