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기에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1인자의 자존심을 놓고 커뮤니티 실드에서 뜨거운 한판 승부를 펼칩니다. 아울러 '산소탱크' 박지성(29)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어 국내 축구팬들의 시선이 커뮤니티 실드에 향하고 있습니다.
맨유와 첼시는 8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 잉글리시 커뮤니티 실드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 커뮤니티 실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FA컵 우승팀의 맞대결로써 첼시가 두 대회를 모두 석권했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2위를 기록했던 맨유가 첼시의 상대로서 커뮤니티 실드에 나섰습니다. 두 팀은 지난해 커뮤니티 실드에서 맞붙었으며 승부차기 끝에 첼시가 우승했습니다. 첼시는 2연속 커뮤니티 실드 우승에 도전하며, 맨유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되찾기 위한 자신감을 되찾겠다는 각오입니다.
1. 맨유의 복수vs'퍼거슨 천적' 안첼로티
맨유로서는 첼시를 반드시 꺾어야 합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노렸으나 첼시전 패배로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2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3일 첼시와 격돌하기 전까지 1위를 기록했지만 1-2로 패하면서 2위로 내려갔고 그때의 패배가 리그 4연패에 실패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루니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던 공백을 어느 누구도 메우지 못하면서 공격력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에 실패했던 맨유로서는 이번 첼시전이 복수의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첼시가 맨유전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는 안첼로티 감독이 '퍼거슨 천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사령탑 시절 퍼거슨 감독이 이끈 맨유와의 맞대결에서 3승1패로 우세를 점했으며, 지난해 여름 첼시 사령탑 부임 이후에는 2승1무로 앞서면서 총 5승1무1패의 전적 우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지만 그에게는 안첼로티 감독이라는 천적이 있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첼시가 통계적인 우세를 안고 2년 연속 맨유를 제압하고 커뮤니티 실드에서 우승할지 주목됩니다.
2. 루니vs말루다-드록바-아넬카, 명예회복 할까?
맨유와 첼시의 공격진에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포진했습니다. 맨유는 루니(잉글랜드), 첼시는 드록바(코트디부아르) 말루다-아넬카(이상 프랑스)를 주전 공격수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물론 말루다는 프랑스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지만 꾸준히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월드컵에서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올 시즌 명예회복에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커뮤니티 실드가 될 것입니다.
루니는 지난 시즌의 강렬했던 포스를 되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난 3월 말 발목 부상 이후 평소의 페이스를 찾지 못해 극심한 컨디션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제는 새 시즌을 맞이했기 때문에 맨유의 에이스로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떨쳐내야 팀의 앞날 행보가 무척 밝을 것입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는 첼시의 '골 넣는 공격축구'를 주도하기 위해 맨유전 맹활약을 발판삼아 시즌 내내 좋은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격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얼마만큼 충만하느냐에 따라 실전에서의 몸놀림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맨유전에서 사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박지성, 첼시전 선발 출전 가능성 크다
퍼거슨 감독은 첼시전을 앞두고 "박지성, 루니, 오언을 커뮤니티 실드에 출전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박지성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출전을 예고한 것은 첼시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첼시를 비롯한 강팀들과 상대하면 꾸준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강팀 킬러'로 평가 받으며, 루니와 오언은 지난 4월 3일 첼시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커뮤니티 실드에 임하는 마음이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지난 5일 아일랜드 올스타와의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컨디션이 최상입니다.
박지성의 첼시전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그동안 첼시전에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2008년 9월 21일 첼시 원정에서 선제골을 뽑았던 장면을 비롯한 최근 4번의 첼시전에서 과감한 공격력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부지런한 공간 창출을 앞세워 상대 선수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경쟁자' 발렌시아는 단조로운 드리블 패턴 때문에 유독 첼시에 약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첼시의 왼쪽 풀백으로서 애슐리 콜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발렌시아에게 기대를 걸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첼시전에서 박지성-나니로 짜인 측면 조합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입니다.
4. 에르난데스, 맨유의 첼시전 히든카드
맨유의 첼시전 승리 여부는 지난 4월에 영입한 멕시코 출신 공격수 에르난데스의 발끝에 달렸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멕시코 리그에서의 거침없는 골 폭풍, 남아공 월드컵 및 최근 프리시즌에서 거의 매 경기 골을 터뜨리는 경이적인 골 생산을 앞세워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축구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맨유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잠재적인 능력을 놓고 보면 루니와 더불어 맨유 공격의 쌍두마차로 거듭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의 프리시즌 활약을 놓고 보면 몸놀림이 무거웠던 베르바토프와 '선명한 명암'을 그리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첼시전을 앞두고 루니-오언의 출격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을 즐겨 기용했지만 베르바토프의 몸이 아직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에 오언의 선발 출전을 염두한 것입니다. 그리고 첼시전 승리를 결정지을 '슈퍼 조커'로서 에르난데스를 투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루니에 의존하기 보다는, 루니와 더불어 박스 안에서 골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데 그 적임자가 에르난데스입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는 에르난데스의 발끝이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을지 기대됩니다.
5. 첼시의 에시엔 복귀가 반가운 이유
첼시는 에시엔이 십자인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튼튼한 중원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첼시의 중원은 미켈이 '미완의 대기'의 존재감을 떨치지 못한 것, 발라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공백, 백업 부족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지만 지난달 에시엔이 팀 전력에 가세하면서 웃음꽃을 활짝 피우게 됐습니다. 그동안 에시엔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 성적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에시엔 복귀' 그 자체가 반갑습니다. 에시엔으로서는 숙적 맨유를 상대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를 수 있는 동기부여가 제공된 것을 만족할 것이 분명합니다.
에시엔은 램퍼드-베나윤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원에서 가공할 맨 마킹을 펼칠 것입니다. 램퍼드-베나윤은 공격을 강점으로 삼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에시엔의 수비력이 첼시 미드필더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또한 에시엔은 정확하고 활발한 짧은 패스를 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이 가능할 정도로 유여한 패싱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램퍼드-베나윤이 후방에서의 부드러운 공격 지원을 받아 전방을 파고들거나 연계 플레이를 노릴 것입니다. 첼시의 맨유전 승리 여부는 에시엔에게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