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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의 '윤성효 매직', 성공 조짐 보인다

 

수원 블루윙즈는 불과 두달 전까지 K리그 명문 구단에 걸맞지 않게 정규리그 꼴찌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차범근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여 남아공 월드컵 휴식 기간에 사령탑을 교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원의 제3대 사령탑을 맡은 '수원 레전드' 윤성효 감독의 목표는 명가 재건 이었으며, 인천전 승리로 정규리그 9위로 도약하면서 '윤성효 매직'이 뚜렷한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7일 저녁 8시 인천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정규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인천을 3-2로 꺾었습니다. 전반 36분 인천 안재준의 자책골, 41분 백지훈의 중거리슛으로 2-0으로 앞서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후반 7분에는 정혁에게 오른발 프리킥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16분 이현진이 오른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25분 유병수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했지만 3-2의 리드를 지킨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이로써, 수원은 인천전 승리로 정규리그 9위(승점 17점)에 올라 6위 성남(승점 27점)을 10점 차이로 좁히게 됐습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성남을 상대로 4경기를 뒤집어야 하지만 앞으로 13경기 남았다는 점,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정규리그 2승1무를 거둔 오름세가 있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밝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인천전 승리는 수원이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 윤성효 감독의 지도력이 수원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 수 있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윤성효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수원 입장에서 인천전 승리는 찝찝한 구석이 없지 않았습니다. 안재준의 자책골 이전까지 공격 옵션들이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한 것, 공격 과정에서 횡패스 및 대각선 패스가 번번이 끊어진 것, 과도한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 및 김두현의 결장 여파로 공격력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염기훈에 치우치는 공격 루트를 일관하는 힘든 경기 운영을 펼쳤죠.

만약 차범근 전 감독 체제였다면 어려웠던 경기 흐름이 후반전까지 계속 이어지는 무기력함을 노출했을 것입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상대에 따른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지만 한 번 전술이 읽히면 맥을 못추는 문제점이 있었죠. 그렇다고 윤성효 감독이 차범근 전 감독보다 훌륭한 지도자라고 비교하며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수원이 윤성효 감독 부임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승리에 대한 열망과 그 눈빛이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특징이 인천전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수원에게 있어 안재준의 자책골은 행운이겠지만,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이 골문 안쪽으로 쏜살처럼 향하다보니 안재준이 정확한 헤딩 타점에 의해 클리어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계 플레이에 의한 필드골이 통하지 않다보니 한 번에 골을 넣을 수 있는 날카로운 세트피스 한 방에 승부수를 띄웠고 상대의 실수가 겹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습니다. 승리하는 과정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염기훈의 프리킥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6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중인 염기훈의 '미친 존재감'은 수원의 승리 의욕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비록 수원이 공격 전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은 수원이 인천을 일방적으로 압도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조원희가 인천의 플레이메이커 싸비치를 손쉽게 봉쇄했고, 양상민-강민수-황재원-리웨이펑으로 짜인 포백이 인천의 브루노-유병수-베크리치로 짜인 공격 옵션들의 발을 묶기 위해 철저한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이렇다할 골 기회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염기훈-이상호-백지훈-박종진으로 구성된 2선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따른 압박을 통해 수비수들의 부담을 줄였던 것이 경기의 기세를 장악할 수 있는 이점이 됐죠.

윤성효 감독은 원톱 신영록도 지속적인 수비 가담을 시킬 정도로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이 뛰는 축구'를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감독 부임 초기 호세모따가 아닌 하태균을 선발 출전시켰던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기술 축구'의 정착을 위해 기교가 중시될 수 있겠지만, 상대보다 한발짝 더 많이 뛰도록 사력을 다하면서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 받는 플레이가 더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인천전에서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기동력으로 승부를 걸으며 상대의 기를 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근성을 발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박종진-이상호-염기훈의 스위칭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인천의 중원을 공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백지훈의 골은 인천의 기세를 무너뜨리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신영록이 박스 부근에서 인천 수비수 두 명을 개인기로 제치고 옆쪽에서 쇄도하던 백지훈에게 빠른 타이밍에 의한 패스를 날렸던 것이, 백지훈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이어졌습니다. 안재준의 자책골로 의기소침했던 인천의 후방 옵션들이 5분 뒤에 신영록-백지훈의 빠른 공격에 의해 또 다시 무너지면서 수비 밸런스가 붕괴됐습니다. 그 여파는 안재준-이세주의 맨 마킹 및 위치선정 실수로 이어져 후반 16분 이현진에게 결승골을 내주는 원인이 됐죠. 그 중에 이세주는 후반 11분 교체 투입된 이현진을 번번이 놓치는 불안함을 보였습니다.

수원의 가장 큰 변화는 중원에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를 펼치다보니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롱볼 빈도가 잦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드필더진이 생략되는 공격 전개가 이어지면서 백지훈-이상호-김두현-이관우 같은 테크니션 유형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계륵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윤성효 감독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공격 전개가 중원을 거치면서 상대 수비에게 쉽게 읽히지 않는 공격을 펼치게 됐습니다. 여기에 빠르고 적극적인 움직임, 선수들의 개인기까지 가미되면서 수원의 기술 축구 완성이 무르익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인천전에서는 그동안 누적된 체력 저하 때문에 안재준의 자책골 이전까지 효율성이 취약했습니다. 하지만 중원을 활용하는 패스를 줄기차게 이어갔던 것이 경기의 흐름을 꾸준히 장악할 수 있었던 결과로 작용했습니다. 만약 예전처럼 전방으로 한번에 골 기회를 밀어줬다면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일관하면서 상대에게 경기 흐름을 내주는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윤성효 감독은 수원 사령탑으로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축구 철학을 뚜렷하게 정착시키고 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면서 자신의 지도력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수원의 '윤성효 매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