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프리시즌 경기에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종료 후 소속팀에 복귀한 첫번째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은 스타트를 잘 끊었고 올 시즌 맹활약을 가늠하게 합니다.
박지성은 5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아일랜드 에어트리시티 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 경기에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여 7-1 대승을 공헌했습니다. 전반 13분과 후반 18분에 골을 넣으며 맨유의 다득점을 공헌했고 전반 25분에는 마이클 오언의 골을 엮으며 도움까지 기록했고 후반 19분 루이스 나니와 교체 됐습니다. 맨유는 후반 2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15분 안토니오 발렌시아, 24분 조니 에반스가 골을 넣었고 37분에는 나니의 페널티킥으로 승리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의 두 골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13분 골문 오른쪽을 파고든 상태에서 슈팅을 날렸으나 빗나갔지만, 골문 근처에서 상대 수비수가 걷어냈던 공을 왼발로 밀어넣는 재치를 발휘하며 맨유의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패스 미스를 가로채 단독 드리블 돌파 이후에 골을 넣었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수가 걷으려던 공이 자신의 왼발에 맞아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상대 수비의 실수를 이용해서 골을 넣은 장면이 근래에 두 번 있었다는 점은 골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후반 18분 추가골 장면은 그야말로 완벽한 과정에 의한 결과 였습니다. 대런 플래쳐가 전방쪽으로 전진패스한 것을 조니 에반스가 왼쪽 공간에서 논스톱 패스로 문전에 포진했던 박지성에게 공을 연결했고, 박지성은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오른발 로빙슛을 날리며 2골을 기록했습니다. 이 경기를 중계했던 현지 해설자가 '슈퍼 피니시'라고 칭찬할 정도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슈팅의 세기가 날카로웠습니다. 비록 프리시즌 경기였지만 멋진 골 장면을 연출하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보다 앞선 전반 25분에는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우며 오언의 로빙슛에 의한 추가골을 도운 것이죠. 그동안 오언과 공격 포인트를 합작했던 장면이 없었지만 이번 장면에서는 볼을 배급하고 받는 호흡이 절묘했습니다. 루니와의 호흡이 척척 잘 맞았던 박지성으로서는 오언과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거나 골을 넣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후반 19분 교체되기까지 왼쪽 측면에서 넓은 활동 폭을 앞세운 부지런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팀의 기동력을 높였습니다. 맨유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무거울 것이라는 우려를 과감히 떨쳐냈죠. 그 과정에서 적시적소의 볼 배급과 활발한 골문 침투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던 활약상이 맨유의 다득점을 엮어내는 원인이 됐습니다. 나니-발렌시아가 수준급 활약을 펼친 상황에서 박지성이 2골 1도움을 비롯 경기 내용에서도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의미가 큽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강팀에 강한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약팀 경기에서는 강팀에 비해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는 여론의 견해가 설득력을 얻었고, 실제로 약팀 경기에서 결장하거나 조커로 출전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약팀 경기에서도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시즌이 되면 이타적인 모습에 치중하여 빈 공간을 창출하고 골문 바깥에서 동료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를 돕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충분한 골 기회를 노리면 제 몫을 해낼 수 있음을 이번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에게 각인 시켰습니다. 물론 상대는 팀이 급조된 형태의 올스타였지만 맨유의 전반전 2골을 모두 관여한 것은(1골 1도움) 의미가 남다릅니다.
특히 후반전에는 중앙에서 볼을 터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에반스가 왼쪽 풀백으로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하면서 박지성이 중앙에서 패스 플레이를 하는 역할을 맡았죠. 퍼거슨 감독이 에반스의 풀백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 있었고, 중앙과 측면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박지성의 활용도를 올 시즌에도 최대화 하겠다는 의도가 짙었습니다. 에반스-박지성 라인이 모두 돌파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 서로의 위치가 겹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박지성에게 중앙 위주의 움직임을 맡겼죠. 그런 박지성은 프리롤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팀의 대량 득점 승리를 도우며 후반 19분 교체 됐습니다.
물론 박지성의 2골 1도움은 프리 시즌 경기이기 때문에 과소평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니-발렌시아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입장에서는 2골 1도움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막판 나니-발렌시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의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니-발렌시아가 주전으로 출전했던 것은 두 선수가 공격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타입이었을 뿐, 박지성이 두 선수보다 부족한 것은 아니며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는 성향입니다. 당시 맨유는 시즌 막판 첼시와 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 골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니-발렌시아가 선택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박지성이 2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은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신뢰하는 지도자이지만 되도록이면 골을 꾸준히 넣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2골 1도움으로 충분한 어필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강팀 뿐만 아니라 약팀 경기에서도 박지성에 대한 활용도가 늘어나게 될지 주목됩니다. 나니가 지난 시즌 왼쪽보다는 오른쪽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박지성-나니 조합을 올 시즌 여러 차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합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아일랜드 올스타와의 경기를 통해 올 시즌 전망이 밝을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열리는 8일 밤 11시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유의 우승을 공헌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오는 11일 한국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전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대표팀 차출에 따른 컨디션 유지가 올 시즌 활약의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퍼거슨 감독 기대에 부응하여 제 몫을 다할 것임엔 분명합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올 시즌 맨유에서의 활약상이 무르익을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