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사비 같은 주축 선수들을 모두 데리고 오겠다"
후안 올리베이라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사장은 지난 5월 20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바르사와 K리그 올스타가 맞붙는 K리그 올스타전(4일 오후 8시)에 주축 선수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바르사 입장에서 K리그 올스타전은 축구 스타를 활용한 동아시아 시장의 마케팅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여론에서는 '바르사의 최정예 멤버들을 모두 보겠구나...'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사비를 비롯한 바르사 소속의 스페인 대표팀 선수 8명은 자국의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끌면서 끝내 한국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이 지난달 12일에 끝나는 바람에 올 시즌을 대비하기 위한 휴식 차원에서 한국으로 장거리 비행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그들의 의도입니다. 한국은 스페인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지고 피로가 가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올리베이라 사장이 스페인의 월드컵 성적 여부를 떠나 "사비 같은 주축 선수를 볼 수 있다"고 단정지으면서 한국팬들을 실망 시켰습니다. 스페인이 그 이전부터 월드컵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을 받았음을 상기하면 올리베이라 사장의 발언은 참으로 무책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팬들이 바르사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바르사가 최정예 멤버를 이끌고 한국에 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어려움을 한국팬들이 참아야 한다는 요지죠. 하지만 한국을 찾은 바르사 선수단 중에 17명은 B팀 소속이며 유소년 선수들이 태반입니다. 클럽팀과 클럽팀의 단순한 친선 대결이라면 모르겠지만 바르사의 상대는 K리그 최정예 선수들로 구성된 K리그 올스타입니다. 한국팬들이 '바르사 유소년vsK리그 올스타'의 대결을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도 1등석을 예약한 축구팬들은 그 경기를 보기 위해 11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한국팬들을 가장 크게 실망시킨 결정타는 지난 3일 저녁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메시 결장' 발언 이었습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가 컨디션이 떨어졌고, 체중이 1~2kg 늘었고, 지난 시즌 약 60경기를 뛰었던 피로 누적 때문에 K리그 올스타전 결장을 선언했죠.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빠졌고 보얀마저 스페인 U-21 대표팀에 차출되었으니 메시라도 볼 수 있겠구나...'라고 확신했던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발언에 의해 처참하게 깨지는 순간 이었습니다. 여기에 다니 알베스의 결장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메시와 사비 같은 주축 선수들을 데려오겠다"는 바르사의 당초 약속은 결국 한국팬들을 우롱했습니다.
하지만 바르사는 메시의 결장을 밝힌 5시간 뒤에 "메시를 출전시키겠다"고 뒤바꿨습니다. K리그 올스타전을 주최하는 스포츠앤스토리가 "메시가 30분 이상 뛰게 하기로 했던 계약 조건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바르사 이사진과의 협의 끝에 메시의 출전을 이끌어냈죠. 그 조건을 바르사가 지키지 않으면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했기 때문에 '메시 결장'이라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원칙이 번복 됐습니다.
그런데 바르사가 입장을 바꾸기에는 이미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K리그 올스타전은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60주년 기념 경기이기 때문에 바르사는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가 경기에 뛰지 않는다. 유소년을 중심으로 K리그 올스타와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메시의 사정을 한국팬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즉흥적으로 결장 발언을 하면서 한국팬들을 기만했죠. 세계 최정상급 감독의 네임벨류를 무색케 하는 오만하고 무례한 처사였습니다.
더욱이 메시-알베스는 방한 첫 날 기자회견에서 불성실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메시는 한국을 처음 본 소감에 "자고 있었다"고 답했고, 알베스는 "월드컵에서 한국과 상대해봤다"며 한국과 북한을 착각하고 말았습니다.(알베스는 브라질 국적) 이들이 한국 축구를 얼마만큼 무시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면서 한국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받았던 선수였지만 끝내 무성의한 태도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바르사는 프로입니다. 주축 선수들이 지난 시즌의 살인적인 일정 및 남아공 월드컵 출전으로 인한 체력적인 어려움 및 피로 누적까지 겹친 것은 어쩔 수 없는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한국팬들과의 만남 및 K리그 올스타전은 월드컵 이전에 확정된 스케줄이며 바르사는 그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바르사의 라이벌로 유명한 레알 마드리드가 미국 투어에서 카시야스-라모스 같은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을 포함시켰음을 상기하면, 바르사가 한국팬들을 농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프로답지 못한 자세입니다.
물론 바르사와 K리그 올스타전을 갖기로 결정한 프로축구연맹, 바르사의 주축 선수들이 불참하거나 결장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축 선수들이 출전한다"고 홍보했던 주최사 스포츠앤스토리는 엄연히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무시하는 바르사의 마인드는 더 문제입니다. 바르사는 자신들의 마케팅 수익 강화를 늘리기 위해 동아시아 시장을 개척하여 한국땅에서 경기를 치르기로 했지만, 한국을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 바라봤을 뿐 그 이상도 아니었습니다. "메시와 사비 같은 주축 선수들을 데려오겠다"고 했으면서 이미 한국땅을 밟은 메시까지 결장시키려고 했으니 한국 축구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결여 되었죠.
과르디올라 감독은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겠다"며 K리그 올스타를 상대로 선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휘하게 될 선수들은 자신이 평소에 신임했던 주축 선수들이 아닌 백업 멤버와 유소년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그런 선수들로 K리그 올스타와 상대하기에는 성의가 부족합니다. 11만원짜리 1등석 티켓을 구입했거나 많은 돈을 들여 K리그 올스타전을 예매했던 축구팬들은 바르사의 유소년 선수들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바르사에게 '강력한 비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K리그 올스타가 바르사를 상대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바르사의 오만함을 깨우치려면 K리그 올스타들이 실력으로 그들을 제압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르사는 2004년 수원전에서 0-1로 패배하자 코칭 스태프들이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는 무례한 처사를 범했습니다. 그때의 불썽사나운 모습이 6년 뒤인 오늘 밤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또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미루어보면, 바르사는 K리그 올스타전을 성의없이 치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대 최악의 K리그 올스타전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