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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월드컵 스타' 외질 영입하려는 이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선수 영입 종료'를 철회하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월드컵 스타' 메수트 외질(22, 베르더 브레멘)을 올드 트래포드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이 포착 됐습니다.

맨체스터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30일(이하 현지시간) "맨유가 외질을 노리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확실한 영입 의지를 나타냈으며 1200만 파운드(약 222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할 것이다.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은 이번 주에 월드 클래스급 선수의 영입을 위해 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밝힌적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가 평소 맨유에 대해서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로 유명했음을 상기하면 맨유가 외질에 영입 관심을 접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당초,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계획 이었습니다. 지난 1월에 마메 비랑 디우프, 크리스 스몰링(올해 여름 맨유에 합류)과 계약했고 4월에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를 영입했습니다. 세 선수 영입에만 2000만 파운드(약 370억원)를 지출한데다 구단의 재정난이 겹치면서 대형 선수 영입이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이적시장에서 거금의 돈을 쓰면서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불아난 상황입니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대형 선수보다는 디우프-스몰링-에르난데스 같은 영건들에게 눈길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7월 중순 발렌시아-오언-오베르탕 영입을 끝으로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카림 벤제마 영입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했고, 비야-리베리를 데려오려던 작업이 여의치 않은데다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치솟아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이적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올해 여름에도 지난해처럼 일찌감치 선수 영입을 종료했지만 외질에 대한 관심을 접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호날두-테베스에 필적할 수 있는 파괴적인 공격 옵션을 영입하지 못하면서 웨인 루니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끝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첼시에게 넘기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맨유가 외질에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영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맨유 이외에도 첼시-아스날-맨시티까지 외질 영입전에 가세한 상황입니다. 첼시는 조 콜-데쿠가 자리를 잡지 못했던 새로운 공격형 미드필더를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외질을 노리고 있습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쏟아붙기로 공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외질 영입전에서 맨유보다 유리한 상황입니다. 맨유가 슈투트가르트에 1200만 파운드 제시하는 것을 고려중이지만 그 액수는 첼시에 뒤집힐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물론 외질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브레멘을 떠날 것입니다. 2011년 여름까지 계약이 끝나는데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 사례가 많지 않음을 상기하면, 브레멘이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으로 분류되는 4팀이 외질에 대한 영입 관심을 나타냈고 스페인-이탈리아 클럽을 비롯해 바이에른 뮌헨이 구체적인 영입 관심을 표시하지 않으면서, 외질의 잉글랜드 입성은 시간 문제입니다. 어쩌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향방은 외질 영입이 결정타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재탈환을 노리는 맨유 입장에서는 외질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형 선수를 영입해야 스쿼드에 활기가 붙으며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으로 눈을 넓히면 스타 선수의 존재감이 막중합니다. 특히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스타의 해결사적 기질에서 경기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 1~2차전에서 발목 부상으로 신음했던 루니의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는 해결사의 부재를 실감했던 맨유 입장에서 대형 선수에 미련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독일 축구의 진보를 주도했던 기대주로 각광 받았습니다. 힘과 투박함, 선굵은 스타일이 두드러진 독일의 축구 스타일을 기술적이고 아기자기한 성향으로 바꾸어놓았죠. 독일의 승리가 필요했던 본선 3차전 가나전에서 날카로운 왼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을 16강으로 이끌었고 16강 잉글랜드전, 8강 아르헨티나전에서 독일의 '4골 넣는 공격 축구'를 주도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에 이은 세계 축구 천재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외질의 잠재적인 역량은 유럽 빅 클럽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중 한 팀이 맨유였습니다.

맨유가 외질을 영입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원 보강 때문입니다. 플래쳐 이외에는 꾸준히 믿고 쓸 수 있는 옵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캐릭-스콜스-긱스-깁슨-안데르손-하그리브스 같은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있지만, 이들은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거나(캐릭, 안데르손) 부상으로 신음하거나(안데르손, 하그리브스) 체력 저하에 시달리거나(긱스, 스콜스) 공수 양면에 걸쳐 기량이 부족한(깁슨) 문제점이 있습니다. 올 시즌에 플래쳐가 지고 가야 할 부담거리가 많아진 상황인데, 그런 문제점을 만회하려면 확실한 중원 자원이 필요합니다.
 
외질에게 있어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독일 대표팀과 브레멘을 통해 4-4-2에서 좌우 윙어를 담당하거나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공격 지향적인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질은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며 팀 플레이를 기반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타적인 성향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제2의 호나우지뉴'로 불렸던 안데르손을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시켜 '맨유판 다비즈'로 조련했던 사례처럼(그 성과는 값진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스콜스의 확실한 대안 마련을 위해 외질 같은 확실한 '패스 메이커'를 영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맨유의 외질 영입 관건은 이적료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클럽들도 영입전에 가세했기 때문에 브레멘에게 높은 이적료를 제시하는 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맨유는 구단의 재정난 때문에 많은 이적료를 지출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런 맨유가 외질 영입에 성공하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및 유럽 제패를 위한 확실한 승부수를 꺼내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연 퍼거슨 감독이 그 선택을 내리게 될지, 외질의 차기 행선지는 올드 트래포드가 될지 앞으로의 이적 시장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