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리버풀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버풀의 새로운 메인 스폰서인 <스탠다드 차타드> 금융 그룹이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박주영 영입을 검토중이라는 이적설이 국내 여론에 퍼졌습니다. AS 모나코의 기 라콤브 감독과 박주영의 에이전트측은 리버풀 이적을 시인하지 않았지만, 리버풀 이적설이 흘려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박주영의 리버풀 이적설은 겉으로는 마케팅 영입 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스탠다드 차타드가 박주영의 리버풀 이적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한국에서의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선수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해당 선수의 실력이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스탠다드 차타드 입장에서는 박주영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리버풀의 재정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리버풀 입장에서는 구단 수익 강화를 위해 아시아 선수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박주영, 리버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만능형 공격수'
하지만 리버풀이 박주영을 주목하는 이유는 로이 호지슨 감독이 실력 차원에 의한 영입을 염두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4월 풀럼의 영입 관심을 받았는데 당시 풀럼의 사령탑이 호지슨 감독 이었습니다. 모나코에 진출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소속팀의 충성을 위해 잔류를 선언했지만, 호지슨 감독은 그때부터 박주영을 눈여겨 봤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욱이 풀럼이 2004년 부터 꾸준하게 박주영 영입 관심을 나타낸 전적이 있어 호지슨 감독이 박주영을 모를리 없습니다.
물론 박주영은 풀럼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버턴, 애스턴 빌라, 위건 같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습니다. 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박주영이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한 공격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전에서 적극적인 공중볼 경합과 몸싸움을 통한 저돌적인 플레이 및 상대 수비를 유린하는 발재간,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를 강점으로 삼는데다 타겟맨과 쉐도우 역할이 모두 가능한 '만능형 공격수'이기 때문입니다. 다부진 체격에 거친 수비와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리그 수비수와의 매치업에서 수많은 우세를 점했던 박주영이라면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수비를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박주영이 프랑스리그에서 가장 크게 기량이 향상된 것은 타겟맨으로서의 역량입니다. 과거의 박주영은 조율에 강한 쉐도우였으나 모나코 이적 이후에는 높은 서전트 점프를 앞세운 공중볼 장악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공중볼에서 우세를 점하려면 몸싸움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를 발달시키고 밸런스 훈련을 강화하면서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타입으로 변신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잦은 부상 여파 때문에 최전방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졌지만 폼이 무르익었을 때는 수비수와의 정면 경합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모나코에서의 성장세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능력이 충분합니다.
그러므로 리버풀이 박주영에 대한 영입 관심을 나타낸 것은 마케팅 뿐만 아니라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으로 프리미어리그 빅4에서 밀려난 상태이기 때문에 올 시즌에 빅4로 복귀해야 하는 절대적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기존 스쿼드로는 베니테즈 전 감독 체제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재정적 어려움으로 몇몇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에(베나윤은 첼시로 이적) 이적생의 존재감이 막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세르비아 출신 왼쪽 윙어 요바노비치(전 스탕다르 리에주)를 자유계약에 영입했고 박주영을 눈여겨 보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은 공격진이 취약합니다. 베니테즈 전 감독 시절에는 토레스의 굳건한 존재감 속에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문제는 토레스를 대신할 수 있는 백업 자원이 약했습니다. 보로닌은 리버풀에서 실패한 끝에 지난 1월 디나모 모스크바로 떠났고, 은고그는 영건임에도 기량이 늘지 않고 있으며, 카위트는 주로 오른쪽 윙어로 뛰었기 때문에 이제는 최전방보다 측면이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토레스는 백업 공격수 열세로 인해 무리한 경기 일정을 소화했으나 사타구니 부상 악화로 슬럼프에 빠진 상황입니다. 더욱이 리버풀은 재정난 해결을 위해 토레스를 첼시-맨시티에 거액 이적료를 얻어 다른 팀으로 보낼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토레스 본인은 잔류를 원하지만)
그래서 리버풀은 공격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바노비치를 영입했습니다. 요바노비치는 세르비아 대표팀에서 왼쪽 윙어를 맡았지만 전 소속팀 스탕다르 리에주에서는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최전방에서 연계 플레이에 의한 공격 기회를 노리고 득점력까지 갖췄으며 지난 시즌 아스날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에서 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에서는 왼쪽 윙어로 뛸 공산이 큽니다. 바벌-리에라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한데다 리에라도 베나윤처럼 이적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요바노비치의 측면 포진은 박주영의 입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호지슨 감독은 4-4-2를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리버풀의 공격진으로 가용될 수 있는 선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요바노비치-토레스 투톱을 구사할 수 있지만, 바벌이 4-4-2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아약스 시절의 4-3-3에 강했음) 요바노비치의 왼쪽 윙어 포진이 불가피합니다. 실질적으로 공격수 한 자리가 남게 되는데, 박주영이 리버풀의 주전을 노릴 수 있는 틈이 생겼습니다.
박주영은 타겟맨과 쉐도우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어 호지슨 감독의 전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모나코에서 골보다는 이타적인 경기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타겟맨 토레스를 보조하면서 미드필더진과 공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리버풀의 미드필더진은 요바노비치-루카스-제라드-카위트 체제로 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스체라노는 이적 유력) 공중볼 및 몸싸움에서 힘을 실어주면 토레스의 타겟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이점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리버풀의 엷은 공격진 단점을 박주영이 커버하는 셈이죠.
또한 박주영은 리버풀에서 모나코보다 더 많은 골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나코는 미드필더진의 기복이 심하면서 몇몇 경기에서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은 제라드를 비롯한 다재다능한 주전 미드필더들이 전력의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박주영이 다득점을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작용합니다. 물론 박주영이 리버풀에 이적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과연 박주영의 차기 행선지가 리버풀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사뭇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