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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vs우라와 축구 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친선전이지만 일본전은 항상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집중이 되네요. 한일전 열렬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지난 5월 24일 일본과의 A매치 친선전을 앞두고 삼성 두근두근 Tomorrow 캠페인 트위터를 통해 한일전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이기 때문에, 한일전은 다른 국제경기에 비해 라이벌을 넘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유럽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렀던 박지성에게도 한일전은 피할 수 없는 승부였습니다.

과거의 한일전 분위기는 한마디로 '원수'라는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일본과의 예선을 앞둔 어느 날, 한국 선수단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몸을 던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전했죠. 일본에게 반드시 패하지 않겠다는 한국 선수들의 비장함은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한국이 일본과의 역대 A매치에서 72전 40승20무12패로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한일전에 대한 긴장감은 과거에 비해 많이 완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동반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아시아 축구를 짊어지는 '선의의 라이벌'로 거듭났습니다.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원수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세계무대에서 빛내야 하는 공통된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이기 때문에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은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긴장감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한국과 일본이 공동 발전하는 건전한 경쟁 관계는 성공적으로 정착 될 것입니다.

클럽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와 J리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서로를 넘어 좋은 결과를 거두려는 반응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6년의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자 일본 클럽들의 도전이 거셌습니다. 특히 우라와 레즈(이하 우라와)는 이듬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제압하는 쾌거를 거둡니다. 4강 상대는 2006년 K리그 챔피언 성남 이었습니다. 우라와는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승부차기 실축이라는 자책감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최성국의 모습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납니다. 결국 우라와는 전북-성남을 제친 자신감에 힘입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듬해에는 J리그의 감바 오사카가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조별예선에서 전남을 제압한 영향에 힘입어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났죠. 반면 K리그는 전남-포항이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위상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심지어 J리그 팀들과의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일본에게 밀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국내 축구팬들의 걱정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아 무대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항상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신했지만 실상은 아니었습니다.

2009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5차전까지는 K리그가 J리그에게 1승1무4패로 무너졌습니다.(6차전에서 K리그가 3승1무4패로 회복했음) 여기에 K리그가 흥행 부진 및 경제 위기 여파 등의 영향으로 침체에 빠지면서 '위기의 K리그'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반면 J리그는 지역연고제 정착 성공에 힘입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경기력까지 향상되면서 2007년과 2008년에 아시아 챔피언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K리그는 J리그의 추격을 반드시 막아야 했습니다. 이대로 J리그의 오름세를 허용하면 클럽 축구에서 아시아 최고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어렵기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포항이 일본 도쿄 요요기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한국 킬러'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를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일본 땅에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과시했으니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파리아스 감독의 지휘아래 남미식 공격축구를 도입하면서 아기자기한 패싱력으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성공했죠.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는 'K리그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극찬을 쏟아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수원-성남-전북-포항이 동반 8강에 진출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중국 클럽 중에서 8강 배출 팀이 없었으니, K리그가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확대 개편으로 대회 상금이 인상되면서 K리그 클럽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고, 일본 클럽들의 2007-2008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K리그에게 자극제가 되어 분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는 11일 오후 7시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우라와의 친선전(삼성 PAVV 주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원과 우라와는 K리그와 J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이자 두 리그의 자존심으로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이 A매치에서 오랫동안 숙명의 대결을 펼쳤다면 이제는 클럽 축구에서도 수원과 우라와의 대결을 통해 한일전의 또 다른 향기를 음미하게 됐습니다. 친선전이지만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이기 때문에 서로를 반드시 이기려는 의지를 녹색 그라운드에서 표현할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수원과 우라와는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원은 2001-2002년 AFC 아시아 챔피언스컵(AFC 챔피언스리그 전신) 및 아시아 슈퍼컵 2년 연속 우승을 통해 아시아의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우라와는 2007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서 전북과 성남을 제압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원에게 있어 우라와전은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자신감의 밑거름이 될 것이고, 우라와에게 있어 수원은 2007년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한 기회로 작용합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얼마전 수원의 제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윤성효 감독의 첫 경기가 바로 우라와전 입니다. 수원 감독 부임 후에 갖는 첫 경기이자 홈팬들에게 자신의 전술 및 축구관이 어떤지를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많은 수원 팬들의 시선이 우라와전에 쏠릴 것입니다. 윤성효 감독은 수원의 아시아 제패를 이끌었던 김호 전 감독의 수제자로서 패스 축구를 선호하며 숭실대 사령탑 시절에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지도자입니다. 대학 축구의 명장에서 수원의 미래를 짊어질 조타수를 맡은 윤성효 감독에게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라와전은 수원의 잃어버렸던 패스 축구를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로 작용합니다. 수원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침체에 빠졌던 원인 중에 하나는 패스 축구의 약화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항이 패스 축구로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많은 K리그 팀들이 패스 축구를 도입했고, 세계 축구의 흐름도 패스 게임의 효율성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리고 있습니다. 이제 그 흐름을 수원이 따라가야 할 시점에 왔고 우라와전이 첫 걸음마가 되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시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시는 분들이라면 11일 오후 7시 빅버드에서 수원과 우라와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무더위를 식히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