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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독일vs스페인, 관전 포인트 5가지는?

 

유로 2008 결승전에서 유럽 챔피언을 위해 치열한 접전을 주고 받았던 두 팀이 2년 만에 재격돌합니다. 이번에는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문턱에서 결승 진출을 위해 만났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이 월드컵 결승 진출을 놓고 치열한 한 판 승부를 펼칩니다. 오는 8일 오전 3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더반에 소재한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4강에서 맞붙습니다. 유로 2008 결승에서는 스페인이 독일에 1-0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역대 전적에서 독일이 8승6무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기술 축구 업그레이드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으며 스페인은 1950년 월드컵 이후 60년 만에 4강에 오르면서 우승을 향한 힘찬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두 팀의 승부는 한마디로 예측불허가 될 전망입니다.

1. 공격축구vs공격축구, 그라운드가 뜨거워질 것

4강 첫번째 경기를 치렀던 우루과이와 네덜란드는 실리축구를 컨셉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경기를 앞둔 독일과 스페인은 서로 공격축구를 펼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격축구와 공격축구의 대결이라면 짜릿하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판 경기이기 때문에 상대팀 보다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하며, 두 팀 모두 골을 넣기 위해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입니다.서로 공격을 주고 받는 만큼 그라운드가 뜨거워질 수 밖에 없으며, 경기를 지켜보는 축구팬들 입장에서 흥미를 끌 것임에 분명합니다.

독일은 4강에 진출한 팀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본선 5경기 13골을 작렬했는데 1경기당 2.6골을 기록했고, 16강 잉글랜드와 8강 아르헨티나 같은 이름값이 강한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무려 4골을 퍼부었습니다. '골 넣는 공격축구'를 표방한 독일은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거나 골을 터뜨리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포효를 힘껏 과시했습니다. 반면 스페인은 5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지만 유로 2008 우승 원동력이었던 공격 축구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아기자기한 패싱력에 의해 점유율을 늘리기 때문에 꾸준히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두 팀의 공격 축구 대결은 골과 점유율의 싸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뮬러없는 독일, 공격력 이상없나?

독일은 뮬러가 경고 누적으로 스페인전에 결장합니다. 뮬러는 올해 21세의 오른쪽 윙어로서 4골 3도움의 파괴력을 과시하며 독일의 13골 중에 절반 이상인 7골을 책임졌습니다. 왼쪽 윙어 포돌스키가 4년 전 독일 월드컵보다 파괴력이 주춤해진 현 시점에서는 독일의 뮬러 공백이 치명타 입니다. 스페인의 왼쪽 풀백 카프데빌라가 경기를 거듭할 수록 견고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오른쪽 윙어 대체자를 찾지 못하면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합니다. 독일의 스페인전 승리는 뮬러 공백 메우기가 관건입니다.

뮬러는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독일의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169cm의 단신이었던 트로호프스키가 주전 이었습니다. 트로호프스키는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을 과시하는 드리블러입니다. 뮬러가 측면에서의 적절한 위치선정을 통해 볼을 배급하고 골을 노리는 성향이라면 트로호프스키는 감각적인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수를 흔들어놓는 테크니션 입니다. 하지만 득점력이 낮은데다(A매치 31경기 2골) 상대의 집중적인 견제에 약합니다. 카프데빌라와의 경합에서 밀릴 경우, 뮬러와 동갑인 마린의 출전이 유력합니다. 마린은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빼어난 볼 배급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독일의 기동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토레스 부진, 스페인의 최대 고민

스페인의 고민은 토레스의 부진입니다. 토레스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5경기 무득점에 그쳤으며 유효 슈팅도 5개에 불과합니다. 5경기 중에 4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풀타임 출전 경기가 없을 정도로 벤치의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델 보스케 감독이 독일전을 앞두고 토레스의 기용에 변화를 줄 것임을 시사한 것은 벤치로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토레스는 잦은 사타구니 부상 여파로 폼이 떨어지면서 킬러로서의 경쟁력을 잃었고, 스페인이 독일을 제압하려면 중요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토레스를 벤치로 내리는 것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비야를 원톱으로 올리는 4-2-3-1 또는 4-1-4-1의 파브레가스-사비 공격형 미드필더 체제를 쓰게 될 텐데, 비야 원톱 체제는 스위스전 0-1 패배를 통해 탄탄한 수비에 취약한 약점이 드러났습니다. 독일 센터백 프리드리히-메르데자커는 견고한 호흡을 과시하며 루니-이과인을 봉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이 느리기 때문에 비야 같은 연계 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공격수보다는 토레스처럼 상대 수비를 흔드는 타입에 약합니다. 더욱이 토레스는 독일과의 유로 2008 결승전에서 상대 중앙 수비의 틈을 노려 결승골을 넣었던 선수였습니다. 비야 원톱 체제가 성공하려면, 과감한 문전 침투로 골을 엮어내는 파브레가스의 필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4. 클로제vs비야, 최고의 득점기계 누구?

독일과 스페인의 대결은 월드컵 득점왕(골든볼)을 다투는 골잡이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요약됩니다. 독일의 클로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하면서 월드컵 역대 최다골(호나우두, 15골) 경신에 단 2골만 남았습니다. 16강 잉글랜드전 1골, 8강 아르헨티나전 2골의 오름세라면 스페인전에서 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철벽 듀오인 푸욜-피케로 짜인 스페인 센터백 조합과 상대하는 부담이 있지만, 독일의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해결사의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비록 뮬러가 빠졌지만, 포돌스키-외질-슈바인슈타이거-트로호프스키(마린) 같은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후방 패스만 잘 받는다면 얼마든지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비야는 본선 1차전 스위스전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혀 부진했지만 그 이후 4경기 연속 골(총 5골)을 기록했습니다. 거의 매 경기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꾸준함이 있고 몰아치기에도 능하기 때문에 독일의 골망을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독일전에서는 토레스의 부진 영향으로 왼쪽 윙어에서 원톱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왼쪽 공간에서 상대 수비에 틈이 벌어질 때 어김없이 슈팅을 날려 다섯번의 골을 엮어냈는데, 독일전에서는 끈끈한 호흡을 과시하는 프리드리히-메르데자커와의 경합을 이겨내야 합니다. 클럽 축구에서 이어왔던 파죽지세의 득점력을 놓고 보면 독일전 골이 기대되지만, 스위스전처럼 부진하면 스페인의 승리가 어려워집니다.

5. 외질vs사비, 예비 축구천재와 패스 메이커의 충돌

독일과 스페인의 플레이메이커 대결도 주목됩니다. 독일의 투박했던 축구를 기술축구로 바꾸어 놓은 외질, 스페인 명불허전 공격력의 정점을 찍고 있는 사비가 정면 승부를 펼칩니다. 외질은 본선 5경기를 통해 독일 공격의 센세이션을 주도하며 카카-호날두-메시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축구천재 반열에 들어설 기회를 마련했으며, 사비는 정확하고 깔끔한 패싱력을 앞세워 '패스 메이커'의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두 선수 중에 한 선수는 대표팀의 탈락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만큼, 치열한 진검승부가 예상됩니다.

외질은 특유의 종적인 돌파 및 왕성한 움직임에서 동반된 패싱력을 앞세워 스페인의 중원을 공략할 것입니다.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는 부스케츠 혹은 알론소와 상대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동료 선수와 간격을 좁히면서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전개하는 특성이 있어 스페인 미드필더들을 제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본선 3차전 가나전에서 입증한 것 처럼, 강력한 왼발슛을 자랑하는 것도 강점입니다. 소속팀 베르더 브레멘에서 일취월장한 득점력을 뽐냈던 만큼 스페인전 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비는 패스의 강약 컨트롤 및 종-횡방향의 패스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며 스페인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주도하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끊임없는 패스 전개를 통해서 스페인의 점유율을 늘리고, 부드러운 볼 키핑력으로 상대에게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슈바인슈타이거-케디라(크루즈)로 짜인 독일 더블 볼란치의 압박을 이겨내 동료 선수들에게 원활하게 패스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