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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불안한 조직력, 한국의 16강 탈락 원인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남미의 다크호스' 우루과이를 상대로 90분 동안 열심히 뛰었지만 그 과정에 비해 좋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상대의 견고한 수비 조직력과 공격 과정에서의 빼어난 콤비 플레이를 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한국은 2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 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에 소재한 넬슨 만델라베이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8분 수아레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했고 후반 22분 기성용의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의 머리를 맞았던 공이 이청용의 헤딩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후반 35분 우루과이의 오른쪽 코너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수아레스에게 또 다시 골을 내주면서 8강 진출의 꿈이 무산됐습니다.

실점 상황에서의 불안했던 수비력, 상대 골문쪽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공격 전개 및 롱볼 남발에 이르기까지 우루과이보다 조직력이 불안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경기 내용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효율성이 부족했습니다. 상대의 능숙한 경기 운영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이러한 경험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선전을 위한 교훈이 될 거라 믿습니다. 

경기 초반 긴장했던 한국, 수비 불안으로 선제골 허용

한국은 우루과이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정성룡을 골키퍼, 이영표-조용형-이정수-차두리를 포백, 김정우-기성용을 더블 볼란치, 박지성-김재성-이청용을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을 원톱에 배치했습니다. 당초, 염기훈의 선발 출전이 예고 되었으나 김재성이 그 몫을 대신하면서 '염기훈 카드'가 우루과이를 흔들기 위한 연막 작전 이었습니다. 이에 우루과이는 4-3-1-2로 한국과 맞섰습니다. 무슬레라가 골키퍼, 푸실레-루가노-고딘-M. 페레이라가 포백, A. 페레이라-페레스-아레발로가 미드필더, 포를란이 공격형 미드필더, 수아레스-카바니가 투톱을 맡았습니다.(M. 페레이라는 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 A. 페레이라는 알바로 페레이라)

전반전에 나선 한국은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전반 1분 박지성의 드리블 돌파를 통한 역습이 골문에서 상대 압박에 그대로 걸렸던 장면, 2분 김정우가 박지성에게 날렸던 피딩패스가 너무 윗쪽으로 뜨면서 공격 기회를 허용했습니다. 1분 장면에서 박지성이 옆쪽에 있던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했거나, 2분 장면에서 김정우가 무리한 롱볼 보다는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짧은 패스를 밀어줬다면 좋은 공격 기회를 얻었을지 모릅니다. 4분에는 박주영의 왼쪽 프리킥이 골포스트를 강타하면서 선제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습니다.

더 아쉬웠던 것은 전반 8분 수아레스에게 너무 쉽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포를란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날린 것이 수아레스가 골문 오른쪽에서 한국 수비수 틈을 파고들며 노마크 상태에서 골을 넣었습니다. 한국의 수비진이 포를란의 위치에 쏠리면서 오른쪽에 대한 커버 동작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포를란은 왼쪽 측면 깊숙한 공간으로 치고드는 움직임을 통해 한국 수비 사이에서 골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으며 그 작전에 한국 수비수들이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이정수-이영표가 포를란에게 시선이 빼앗기면서 수아레스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던 수비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한국, 공격 분위기 잡았지만 임펙트가 아쉬웠다

그 이후의 한국은 상대 미드필더진이 수비쪽으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하프라인으로 넘어서는 장면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공격 옵션끼리의 횡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고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서 2선에서의 유기적인 콤비플레이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잦은 파울을 범했지만 역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한국의 빠른 문전 침투를 적극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말합니다. 전반 16분과 17분에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날렸으나 김재성과 박주영이 상대 견제에 걸려 2차 공격 기회를 연결짓지 못하는 장면이 속출했습니다. 롱볼이 전개된 것은 한국 미드필더들의 패싱 게임이 상대에게 읽혔음을 말합니다.

전반 20분 넘은 이후에는 김정우-기성용이 포백과 간격을 좁히면서 포를란-수아레스-카바니의 발을 묶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 공격을 걷어내는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경기 초반에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졌으며 미드필더진의 패스 게임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23분에는 이정수의 롱볼이 박주영의 머리를 맞고 2차-3차 패스가 이루어지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 공략을 노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하지만 상대 미드필더들이 수비쪽으로 들어오면서 박지성-김재성-이청용이 후방에서 공을 받을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고 한국의 롱볼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빠른 볼 터치 및 중거리슛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한국은 전반 29분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페레스-아레발로를 제치고 빠른 드리블 돌파를 펼쳐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 이후의 2차 공격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지만 2분 뒤 박주영이 골문 40m 거리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날리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과감함이 살아났습니다. 또한 박주영은 전반 중반부터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서 공을 잡아 루가노의 견제를 피하면서 대표팀 오른쪽 공격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최전방에 머물기보다는 연계 플레이를 위해 측면으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펼친 것은 2선 미드필더들의 활동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33분에는 이청용이 왼쪽 측면으로 스위칭했고 4분 뒤 박주영이 왼쪽 측면에서 직접 공을 빼앗아 슈팅을 날리면서 상대 수비를 혼란 시켰습니다.

공격 주도권을 잡았던 한국은 우루과이와의 허리 싸움 및 볼 점유율에서 54-46(%)로 우세를 점했습니다. 우루과이의 패스를 여러차례 끊고 미드피더진에 의한 패스 게임을 하면서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수비진이 라인 밸런스 및 미드필더와의 짧은 간격을 통한 압박 작전을 펼치면서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골문쪽으로 접근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루가노-고딘으로 짜인 상대 센터백을 피하려다보니 골문 정면보다는 골문 바깥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차두리가 전반 막판에 두 번의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공이 크로스바 윗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기가 부족했습니다. 활발한 공격 시도에 비해 임펙트가 부족했던 전반전 이었습니다.

이청용 동점골 성공, 하지만 수아레스에게 결승골 허용

한국과 상대하는 우루과이는 후반 시작과 함께 고딘을 빼고 빅토리노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고딘이 멕시코와의 본선 3차전에서 배탈로 결장했던 여파 때문인지 컨디션 저하 때문에 교체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커버 플레이에 강한 고딘의 교체, 전문 센터백 자원이 아닌 빅토리노의 투입은 0-1로 뒤진 한국 공격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후반 2분 김정우가 한국 진영에서 횡패스를 날린 것이 수아레스에게 공을 차단당해 중거리슛을 내줬지만 슈팅이 위력적이지 않다보니 정성룡이 무난하게선방하면서 위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동점골을 노렸던 한국은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공격적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후반 4분 이영표가 개인기에 의한 돌파 및 크로스를 날리는 위협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를 뚫었습니다. 1분 뒤에는 박주영이 골문 오른쪽에서 날린 슈팅이 너무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공이 크로스바 윗쪽으로 넘어갔지만 시도가 좋았습니다. 박주영은 9분 골문 정면에서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 또 다시 슈팅을 날리며 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영표가 후반들어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패스 플레이를 주도하고 미드필더 대부분이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면서 한국이 공격적인 흐름을 쉽게 가져갔고 13분까지의 볼 점유율에서 68-32(%)로 앞섰습니다.

그럼에도 골이 후반 초반에 쉽게 터지지 않았던 이유는 우루과이가 밀집 수비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수아레스-카바니 같은 공격 자원들이 우루과이 진영으로 들어가 압박에 가담할 정도로 1-0 리드를 지키겠다는 잠그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대표팀 전체가 그동안 비아시아권 팀에게 밀집 수비를 받았던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 골문 안으로 접근하여 골을 넣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후반 15분 김재성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하여 4-4-2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동점골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3분 뒤 기성용이 박스 왼쪽 안에서 카바니의 발에 의해 왼발을 가격 당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주심이 경기를 속행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우루과이의 밀집수비 속에서 롱볼에 대한 빈도가 잦은 한국의 공격 전개 였습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롱볼을 날리면 상대 수비가 수비 대형을 갖출 수 있는 타이밍을 얻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롱볼은 상대의 커버 플레이 견제를 받아 연속적인 패스 전개가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좌우 측면에서 전방으로 크로스가 날아든 상황 또한 마찬가지 였습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격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한국이 승부수를 띄운 것은 세트 피스 였습니다. 후반 22분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날렸던 프리킥이 골문 안에서 빅토리노의 머리를 맞았고 뒤로 흘렀던 공이 이청용의 헤딩슛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며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중반부터 발동했던 파상공세가 여러차례의 시도 끝에 골을 작렬했습니다. 그 이후 우루과이는 선수 대부분이 한국 진영으로 올라가면서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정성룡이 흔들림 없이 선방을 펼치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워낙 상대 선수들이 한국 진영쪽에 숫자를 늘리다보니 한국이 타이트한 수비를 펼쳐 공을 빼낼 수 있었고, 빠른 공수 전환에 의한 역습 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후반 35분 포를란의 오른쪽 프리킥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이 문전에서 혼전을 벌이던 도중에 수아레스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찼던 슈팅이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들이 골문 쪽에 몰려있다보니 골문 바깥에서 커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숫자가 부족했고 김정우가 수아레스를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39분에는 기성용을 빼고 염기훈을 교체 투입하여 동점골을 노렸지만, 2분 뒤 이동국이 골문 오른쪽 근처에서 날렸던 슈팅이 약하고 부정확하게 향하면서 상대 수비수에게 걸리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침착하게 슈팅을 날렸다면 동점골을 넣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조직력의 클래스를 넘지 못하고 1-2로 패하면서 16강에서 탈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