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남미의 다크호스' 우루과이를 제물로 '8강 파란'을 일으킬 계획입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기세를 8강 진출로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은 26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에 소재한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열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 우루과이와 맞붙습니다. B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고 2위로 16강에 올라 A조 1위 우루과이와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습니다. 우루과이가 본선 3경기에서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던 행보는 3경기에서 6골을 허용했던 한국과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16강은 단판 경기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한국이 우루과이를 꺾고 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다시 이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 역대 전적 4전 4패, 하지만 스위스를 떠올려라
한국은 우루과이와의 역대 전적에서 4전 4패의 열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2월 평가전 1-2 패배, 2003년 6월과 2007년 3월 평가전에서 0-2로 패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전력이 우루과이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1990년은 한국 축구가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던 시절이었고 2000년대 평가전 세 번의 패배는 한국의 전력이 완성되지 못하거나 내림세였던 시기였습니다. 더욱이 1999년 부터 2008년까지 남미 팀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남미 징크스'에 시달렸습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고지에 오른 한국 축구의 기세라면 우루과이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엄연히 월드컵 토너먼트는 단판 경기이며 역대 전적 보다는 그라운드에서 얼마만큼 힘을 쏟고 효율적으로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립니다. 스위스가 스페인과의 역대 전적에서 3무15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1-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킨 것 처럼, 상대 전력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승리를 위해 착실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준비된 자세는 필수지만 축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강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말아야 합니다. 스위스의 이변은 한국 축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 '논란의 그 이름' 염기훈, 우루과이전에서 맹활약 펼칠까?
염기훈은 본선 3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음에도 우루과이전에 선발 출전할 예정입니다. 당초 이동국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예상되었으나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을 믿자는 입장입니다. 루가노-고딘으로 짜인 센터백이 강한 파워를 지닌데다 푸실레-M. 페레이라가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상대 공격을 끊는 성향이어서 이동국보다는 염기훈이 우루과이전에 더 적절하다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의도입니다. 이동국은 스피드보다는 포스트플레이에 더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우루과이 수비진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염기훈은 연계 플레이 및 볼 키핑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움직임이 좋은 선수라도 공을 간수하지 못하거나 정확한 방향으로 패스하지 못하면 팀의 공격이 매번 끊어지는 부정적 현상이 나타납니다. 한국의 본선 3경기가 그런 페이스였는데, 그리스는 상대 수비진의 느린 발 때문에 염기훈의 빠른 문전 돌파가 면밀하게 이루어졌지만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염기훈이 나이지리아전 움직임 때문에 평균 이상 활약했다고 주장하지만 축구는 효율적인 공격이 중요한 것이지 움직임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과연 염기훈이 우루과이전에서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지 주목됩니다.
3. 한국의 고민, 차두리vs오범석 중에 누구?
허정무 감독은 우루과이전에 선발 출전할 오른쪽 풀백 자원을 아직 낙점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오른쪽 풀백 선발 패턴을 보면 개인기가 강한 팀에 오범석, 힘과 탄력이 넘치는 팀에 차두리를 로테이션으로 기용했습니다. 그런데 오범석이 아르헨티나전에서 4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차두리가 나이지리아전에서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 및 맨 마킹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면서 오른쪽 풀백으로 투입할 자원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폼을 놓고 보면 차두리가 우세지만 상대팀이 오밀조밀한 공격 침투를 펼치는 팀이기 때문에 오범석의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문제는 우루과이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하는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와 함께 '포를란 봉쇄'에 따른 협력 수비를 펼치게 됩니다. 포를란이 왼쪽 윙 포워드로 뛸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지는 알 수 없지만 왼쪽 공간에 대한 움직임 및 공간 돌파 시도가 많기 때문에 오른쪽 풀백의 수비력이 중요합니다. 오범석은 타이트한 맨 마킹을 펼칠 수 있는 타입이지만 아르헨티나전의 악몽에서 얼마만큼 벗어났는지가 관건입니다.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차두리에게 무게감이 실립니다. 또한 경기 당일 두 선수의 컨디션이 우루과이전 선발 출전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우루과이의 고민, A. 페레이라의 결장 가능성
우루과이는 A. 페레이라(알바로 페레이라)가 멕시코전 경기 도중에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한국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은 보통 3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만 선수마다 부상 및 피로에 따른 회복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A. 페레이라가 한국전에 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선발 제외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 페레이라는 아레발로-페레스 같은 터프한 수비를 펼치는 미드필더 자원과 달리 과감한 공격 침투를 주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A. 페레이라가 결장하면 포를란의 공격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그런 우루과이는 A. 페레이라의 결장에 대비해 에구렌 또는 가르가노를 대체 자원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에구렌은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활동량과 전진패스를 주무기로 삼고 있으며 가르가노는 지구력과 체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이며 공격보다는 수비쪽에 장점이 많습니다. 가르가노가 아레발로-페레스와 비슷한 컨셉이기 때문에 에구렌의 선발 출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하지만 우루과이가 국의 빠른 문전 돌파를 저지하는 쪽에 주안점을 두면 가르가노가 A. 페레이라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타바레스 감독이 A. 페레이라 출전 여부 및 백업 멤버 활용을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됩니다.
5. 매치업 대결 (1) 박지성vs포를란, 둘 중에 누가 봉쇄당할까?
한국 입장에서는 포를란의 발을 묶어야 하고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박지성의 움직임을 차단해야 합니다. 두 팀은 박지성-포를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어느 한 선수가 상대 수비에 의해 봉쇄당하면 그 팀은 이번 경기에서 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두 선수가 한국과 우루과이 공격력에 없어선 안 될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동료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어 두 선수를 견제하려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수비력이 승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포를란 봉쇄에 수월한 입장입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했을때는 메시 봉쇄에 초점을 맞추다가 이과인-테베스를 놓쳤지만 우루과이는 포를란 만큼 2선에서의 연계 플레이에 의해 공격을 이끌어갈 선수가 없습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팀과 상대했던 경험이 우루과이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우루과이는 박지성의 매치업 상대인 M. 페레이라(막시밀리아노 페레이라)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입니다. 3백의 윙백 역할에 강한 선수인데 직선적인 스타일에 익숙하다보니 곡선에서의 움직임이 매끄럽지 못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박지성이 그 약점을 간파하면 한국에게 유리합니다.
6. 매치업 대결 (2) 박주영vs루가노,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우루과이가 한국전에서 가장 경계하는 선수는 박주영입니다. 슈팅, 공격 조율, 움직임, 순발력, 공중볼 같은 공격수로서의 모든 능력이 골고루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중볼을 통한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밀리지 않는 내구성까지 갖춘데다 점프력이 높기 때문에 우루과이 수비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센터백 루가노가 수비 라인을 지휘하고 있어 박주영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수비를 펼칠 것입니다. 박주영이 우루과이의 골망을 흔들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루가노는 박주영을 봉쇄해야 합니다.
루가노는 투지 넘치는 승부근성과 탄탄한 파워, 그리고 어느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 강력한 대인 방어를 자랑합니다. 지금까지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네임 벨류가 다소 취약하지만 대인방어를 놓고 보면 세계 정상급 입니다. 박주영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세계적인 센터백인 사무엘-데미첼리스와 상대했지만 이 경기에서는 최전방에서 고립되고 자책골을 헌납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의 경험이라면 루가노를 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루가노의 파트너인 고딘이 빼어난 협력 플레이를 자랑하는 선수여서 '박주영 파트너' 염기훈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야 박주영도 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매치업 대결 (3) 기성용vs페레스, 기교와 터프함의 대결
중원 대결도 주목됩니다. 한국은 우루과이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데다 아레발로-페레스 같은 미드필더들이 수비력에서 장점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기성용을 윗쪽으로 배치하여 패스 위주의 공격을 노릴 것입니다. 김정우와 오른쪽 풀백 자원이 포를란에 대한 협력 수비를 성공적으로 펼치면 기성용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우루과이 진영을 위협할 것입니다. 박지성-이청용의 측면 돌파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려면 기성용의 패스가 뒷받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페레스의 견제를 뚫지 못하면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기성용의 활발한 지원을 받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기성용이 기교에 강한 선수라면 페레스는 터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홀딩맨입니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은 박주영과 함께 전 소속팀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으며 페레스는 박주영의 현 소속팀 AS모나코에서 활약중입니다. 수비수와 간격을 좁혀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하여 공을 빼낸 뒤 전방쪽으로 패스를 날리는 성향으로서 끈질긴 수비를 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월드컵 남미 예선 13경기에 출전하여 6개의 경고 카드를 받았을 정도로 거친 수비도 마다하지 않는 선수입니다. 기교와 터프함의 대결로 요약되는 기성용과 페레스의 매치업 대결은 한국과 우루과이의 대표적인 허리 싸움으로 전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