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위한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달성했지만 16강 만으로는 배고픕니다. 오늘 저녁 11시 우루과이전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토너먼트 대진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최상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가 우루과이전에서 힘을 내야 합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작성했던 것 처럼, 한국이 우루과이를 이겨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1. 16강 진출 만으로는 배고프다
16강에 만족하는 것과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해외 축구 여론 사이에서 8강에 진출하는 다른 나라들보다 주목을 덜 받는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도 값진 성과지만 16강 무대를 밟으면 8강에 진출하고, 8강에 오르면 4강을 노리는 목표 의식이 확고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 우연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하려면 16강 만으로는 부족한 무게감이 있습니다. 우루과이전 승리를 통해 이 같은 배고픔을 해소해야 합니다.
2. 일본이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분발해야
오카다 감독은 2007년 11월 일본 대표팀 사령탑 부임 당시 "한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으니 우리도 4강에 오르겠다"고 남아공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했던 것 처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 고지를 밟았던 일본은 한국의 4강을 부러워 했습니다. 만약 우루과이전에서 패하고 일본이 파라과이를 제치고 8강에 진출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내면 어쩌면 한국이 일본을 부러워하는 상황이 오게될지 모릅니다.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이자 No.1임을 입증하려면 월드컵에서 일본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루과이를 이겨야 합니다.
3. 토요일 저녁 11시 경기, 국민들은 승리를 원한다
오늘 부터 내일 오전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의 붉은 열기는 변함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우루과이의 경기를 TV 브라운관으로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휴일인 토요일 저녁 11시 경기이기 때문에 가족-친척-친구-동호회 회원-회사 동료 등과 함께 서로 어울리며 응원을 할 수 있고, 한국의 승리에 기뻐하는 마음을 일요일에 이어 다음 주에도 이어가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우루과이전에서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 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저력이 강하다는 것을 한국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4. 아르헨티나전 1-4 대패의 아쉬움을 만회하자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에 속한 팀 입니다. 본선 A조에서 1위로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남아공 월드컵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했던 한국으로서는 그때의 아쉬움을 우루과이전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물론 우루과이의 전력은 아르헨티나보다 부족하며 엄연히 스타일이 다르지만 남미 팀이기 때문에 태극 전사들의 승리욕을 자극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12일 파라과이전 1-0 승리로 10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남미 징크스를 극복했던 저력을 우루과이전에서 재발휘해야 합니다.
5. 하오하이동에게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깨우쳐주자
하오하이동은 중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출신이자 5년 전 잉글리시 챔피언십 셰필드 이적 당시 이적료 1파운드(1800원)를 기록했던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는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승리하자 "한국의 승리는 그리스의 경기력이 최악이었다. 그 경기는 월드컵 본선 중에서 최악의 경기였다"고 혹평했습니다. 한국이 16강에 진출했을 때는 "운이 작용한 결과"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한국-우루과이 전망에 대해서는 "우루과이는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우수하다. 한국에 더 이상의 요행은 없을 것이다"고 장담했습니다. 태극 전사는 축구가 입으로 하는것이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것임을, 한국 축구의 우수성까지 하오하이동에게 깨우쳐야 합니다.
6. 박지성-이영표의 마지막 월드컵이 16강이라면 허무하다
만약 한국이 우루과이전에서 패하면 박지성-이영표의 월드컵은 이것으로서 끝입니다. 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고 밝혔고 이영표는 올해 33세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남아공 월드컵이 마지막입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번복 될 여지가 있지만 그동안의 대표팀 차출 후유증 및 무릎 부상 등을 놓고 보면 앞으로 대표팀에서 많은 경기를 뛸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2-2006-2010년 월드컵 및 유럽 축구에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던 박지성과 이영표의 마지막 월드컵이 16강 우루과이전이라면 허무합니다. 두 선수가 우루과이전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날지 주목됩니다.
7. 안정환-이동국이 보고 싶다
안정환-이동국을 좋아하지 않는 일부 축구팬들도 있겠지만, 두 선수 만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던 태극 전사는 없었습니다. 두 선수는 1998년 K리그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며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났고 대표팀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비록 우루과이전 선발에서 제외되었지만 한국이 승부수를 띄우는 시점에 교체 투입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동국은 월드컵 12년의 한을 아르헨티나전 11분 출전으로 풀기에는 부족하며 안정환은 아직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한국이 우루과이를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하면 두 선수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안정환과 이동국의 존재감이 그립습니다.
8. 백업 멤버들이 월드컵 무대를 밟을 기회가 많아지길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원동력은 23명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며 스쿼드의 질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태극 전사이면서도 실력 및 경험 차이, 최근의 폼 때문에 아직까지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운재와 김영광, 강민수, 김형일, 김보경, 안정환이 바로 그들입니다. 김동진이 나이지리아전이 거의 종료 될 시점에 교체 투입했던 것 처럼, 월드컵 출전을 위해 땀을 흘려왔던 6명의 선수들도 그 순간을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No.3 골키퍼 김영광의 출전은 사실상 어렵지만, 그 외 나머지 선수들이 출전하려면 한국이 우루과이를 꺾고 8강을 넘어 4강까지 전진해야 합니다.
9. 한국은 무덥다. 남아공에 더 머물기를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어제 한국은 아주 무더웠습니다. 찜질방 안에서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폭염 때문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리고 열대야 때문에 무더운 날씨 속에서 G조와 H조의 경기를 봐야만 했습니다. 선풍기를 틀고 얼음물을 마셔도 더위를 이겨내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태극 전사들이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저 같은 고생을 겪으며 남은 월드컵 경기를 시청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남아공의 가을 날씨 및 선선한 바람을 쐬며 한국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우루과이전 승리를 통해 7월까지 남아공에 더 머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 월드컵 공약 열풍, 더 보고 싶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서 연예인들이 내걸었던 공약 실천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최화정과 홍진경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각각 비키니, 한복을 입었고 가수 데프콘과 레이지본은 삭발을 했습니다. 김흥국은 오늘 오후에 30년 동안 애지중지하게 길렀던 콧수염을 삭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하면 정준하는 여장을 포함한 비키니, 브아걸의 제아는 차두리 분장, 티맥스의 김준은 왕비호 변신을 하겠다고 대중들과 약속 했으며 다른 연예인도 동참할 것입니다. 어떤 직장인은 한국이 우루과이를 제압하면 28일에 박지성 코스프레를 하고 출근하겠다고 했답니다. 월드컵 공약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