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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vs비야, 최고의 원톱은 누구?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두 팀은 8강전에서 맞붙어 120분 동안 무실점 접전을 펼친 뒤 승부차기 접전끝에 5-3으로 한국이 승리하여 4강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에게는 유쾌한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스페인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쓰라린 추억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일 월드컵에 대한 상반된 추억을 간직한 두 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평가전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론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지만 이제 월드컵 본선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경기 내용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비록 한국이 스페인에 패하더라도 8년 전 프랑스전 2-3 패배 처럼 '강팀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얻는다면 스페인전의 큰 소득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한국전을 통해 최상의 경기 내용을 발휘하며 월드컵 우승을 향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두 팀의 공격을 짊어지는 박주영(25, AS 모나코) 다비드 비야(29,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의 원톱 대결이 흥미진진합니다.

박주영vs비야, 한국-스페인전이 중요한 이유

우선, 박주영과 비야에게는 남아공 월드컵이 자신의 커리어에 엄청난 동기부여를 제공합니다.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의 부진을 극복하면서 남아공 월드컵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강력한 임펙트를 과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를 빛낸 공격수 황금 계보에 이름을 올리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공격수 자원이 취약했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경기력은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입니다.

비야는 독일 월드컵에서 3골을 넣으며 선전했고 16강 프랑스전에서도 골을 넣었지만 그 경기에서 스페인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유로 2008에서 득점왕(4골)에 등극하고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며 독일 월드컵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려면 월드컵에서 눈부신 골 결정력을 보여주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만약 부진하면 토레스에게 원톱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한 경기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두 선수에게는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중요합니다. 박주영은 두 시즌 동안 모나코의 주전 공격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소속팀의 중위권 성적 때문에 메이져급 대회에서 검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큰 경기에 통할 수 있는 선수인지 아닌지는 이번 스페인전에서 명확하게 가려질 전망입니다. 비야는 며칠전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었고 이번 한국전에서도 골망을 가르며 월드컵 득점왕 등극을 향한 분위기를 고조시킬 심산입니다. 직접 최전방에서 킬러의 저력을 발휘해야 스페인의 우승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전에서 그 기세를 이어가야 합니다.

물론 두 선수의 실력을 비교하는 것은 섣부릅니다. 두 선수가 한국과 스페인의 원톱이지만 그동안의 성장 배경이 다른데다 경기 스타일도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박주영은 2000년대 중반에는 전형적인 킬러로 맹위를 떨쳤지만 올 시즌 모나코의 타겟맨으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뛰어난 공중볼 장악력을 과시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를 발달시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더니, 1:1 경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과 높은 점프력이 어우러져 공중볼을 많이 따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골 결정력과 테크닉, 골 기회 창출 능력은 아시아에서 수준급이라는 평가입니다.

반면 비야는 그야말로 만능형 공격수입니다. 타겟맨, 쉐도우, 윙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킬러 능력과 빼어난 연계 플레이를 자랑합니다. 불과 몇달 전까지 스페인 대표팀에서 토레스와 투톱을 맡던 시절에는 공격수와 2선 사이의 공간에서 팀 공격을 풀어가면서 적극적인 문전 침투로 골을 넣는 타입이었지만, 스페인의 주전 원톱으로 전환하면서 부터는 후방에서 양질의 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골망을 흔드는 역할에 치중하게 됐습니다. 상대 수비수를 유린하는 발재간과 민첩성, 날카로운 패싱력에서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주영은 바르사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푸욜-피케와 상대합니다. 푸욜-피케가 그동안 바르사의 영광을 이끌면서 수많은 공격수들을 봉쇄했기 때문에 박주영이 고립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4-2-3-1의 단점으로서 원톱의 고립이 쉬운데다 박지성이 결장한다는 점에서, 박주영은 후방에 대한 부담을 안고 경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동안 바르사의 경기를 즐겨봤던 선수였기 때문에 푸욜-피케를 제압할 수 있는 공격력을 뽐내려고 할 것입니다.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기 보다는 2선과의 활동 폭을 좁혀 빠른 패스 타이밍을 통해 문전으로 침투하는 후방 옵션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거나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겨냥할 수 있습니다.

비야는 한국의 지역방어를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은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리는 팀이지만 지난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지역방어 효과속에 디디에 드록바를 봉쇄하고 상대 공격을 틀어 막았습니다. 그래서 수비수들을 골문쪽으로 내리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할 것입니다. 한국과 상대하는 스페인의 공격 옵션들은 적잖은 수비 부담에 직면할 것이며 비야는 집중 견제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페인이 측면에서의 빠른 볼 처리로 한국의 수비벽을 무너뜨리면 비야에게 골 기회가 향할 것입니다. 비야가 다재다능한 골 결정력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지 주목됩니다.

그래서 한국-스페인 경기는 박주영과 비야의 활약 여부에서 승패가 엇갈릴 것입니다. 두 팀 모두 4-2-3-1을 쓰기 때문에 원톱의 골 결정력 및 골 기회 창출이 중요하며 두 선수가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박주영은 모나코에 이어 한국의 원톱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며 비야는 명불허전의 원톱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각오입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쳐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성취하게 될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박주영과 비야에게 향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