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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남아공 월드컵, '파란색의 저주' 주목하라

 

월드컵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펠레의 저주' 입니다. 펠레가 월드컵을 앞두고 우승 후보로 주목하는 팀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쳤고 그 빈도가 잦았기 때문에 월드컵의 빼놓을 수 없는 저주로 꼽히게 됐습니다. 심지어 우승 후보 뿐만 아니라 특정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누군가 월드컵을 빛낸다와 같은 칭찬을 하며 스스로 저주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펠레의 저주와 더불어 '파란색의 저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파란색 상의를 홈팀 유니폼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일본의 남아공 월드컵 행보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이탈리아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파란색 유니폼이 펄펄 날았다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네 팀 모두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치면 '파란색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프랑스, 본선에서 탈락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이후부터 쇠퇴했습니다. 유로 2008 및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일관했고, 아일랜드와의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는 티에리 앙리가 손으로 골을 넣은 것이 월드컵 본선 진출의 원동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루이몽 도메네크 감독의 벤치 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말합니다. 프랑스는 무수한 공격 기회 속에서도 느린 템포 전개 및 유기적이지 못한 콤비 플레이로 골 부진에 시달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는데, 이 같은 경기력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은 도메네크 감독 체제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프랑스의 월드컵 본선 일정이 좋지 않습니다. 6월 12일 해발 0m 고도의 케이프타운에서 우루과이전을 치르면 6월 18일 해발 1310m 고도의 폴로콰네에서 멕시코와 경기를 갖고, 3일 뒤에는 해발 1400m 고도의 블룸폰테인에서 '개최국' 남아공과 본선 마지막 경기를 치릅니다. 남아공 남서부에 속한 케이프 타운에서 동북부에 있는 폴로콰네까지의 거리는 1736km에 4시간 30분 동안 비행기에 탑승하고, 폴로콰네에서 블룸폰테인까지의 거리는 751km이며 2시간 35분 동안 비행기에 있어야 합니다. 고지대-교통-체력적인 피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국 남아공과 경기하기 때문에 우루과이-멕시코전 보다 더 힘든 경기를 펼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몇몇 선수들이 컨디션 저하로 신음하는 것은 프랑스에게 큰 악재입니다. 프랑스 공격의 핵심 자원이었던 앙리-리베리-지냑은 올 시즌 컨디션 저하로 평소보다 부진한 폼을 보였고, 리베리는 몇몇 경기만 잘했을 뿐 부상 이후의 경기력이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센터백을 형성하는 갈라스-아비달의 현재 행보도 좋지 못합니다. 갈라스는 3월말에 종아리 부상을 당하면서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아비달은 결정적인 실점을 헌납하는 고질적인 불안함이 있는데다 지난 2월 왼쪽 다리 내전근 부상으로 2개월 결장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프랑스 중원의 핵심 역할을 했던 라사나 디아라(이하 라스)가 거듭된 복통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이 무산됐습니다. 알루 디아라가 그 공백을 메울 예정이나, 프랑스가 그동안 라스의 패스 커팅을 기초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에 공격 전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리베리 활용 문제도 고민입니다. 왼쪽 윙어가 최적의 포지션이지만 앙리-말루다와 위치가 겹쳐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 및 오른쪽에서 경기를 했던 경험이 드뭅니다. 더욱이 프랑스는 리베리-구르퀴프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을 일관중인 상황입니다. 남아공의 개최국 돌풍, 멕시코의 16강 DNA, 우루과이의 화끈한 공격력과 맞물리면, 프랑스는 본선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예상 BEST 11-

(4-2-3-1) 요리스/에브라-갈라스-아비달(에스퀴데)-사냐/툴라랑-알루 디아라/말루다(앙리)-구르퀴프(리베리)-리베리(아넬카)/아넬카(지냑)

이탈리아, 월드컵 2연패 실패 유력...4강 힘들 듯

이탈리아의 조편성은 프랑스에 비하면 무난합니다. 파라과이-슬로바키아-뉴질랜드 같은 낮은 레벨의 팀들과 경기하는데다 월드컵 유럽 예선 10승 무패(7승3무, 19골 7실점)을 거두었을 만큼 견고한 빗장 수비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남아공에서 재현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월드컵 2연패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 강팀들의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데다 4년 전에 비해 전력이 안좋습니다.

그 이유는 이탈리아의 세대교체가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예선에서 증명한 것 처럼, 영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으며 노장들을 신뢰한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에 리피 감독은 "주세페 로시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며 세대교체 실패에 반박했지만, 문제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면서 영건 기용 보다는 노장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프란체스코 토티에게 대표팀 복귀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세대교체 실패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프랑스와 유사합니다.

그나마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파비오 그로소를 예비 엔트리 28인에서 제외한 것은 옳은 결정입니다. 그로소의 공백은 올해 24세의 크리시토가 메우면서 노장들이 즐비했던 수비진에 싱싱한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하지만 크리시토는 지나친 투쟁심 때문에 거친 파울을 범하는데다 큰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아 월드컵 본선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초래할 지 모를 불안함이 있습니다.

또한 AC밀란의 벤치 멤버이자 전성기 시절보다 경기력이 떨어진 '32세' 젠나로 가투소가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상황이며, 가투소보다 2세 더 많은 마우로 카모라네시도 예전보다 활동량이 떨어졌습니다. 31세의 안드레아 피를로도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올해 37세의 파비오 칸나바로가 여전히 주전 수비수로 뛰고 있는데다 2년 전 부터 기량이 저하된 것이 불안 요소입니다. 여기에 독일 월드컵 세대와 큰 차이점이 없는 스쿼드를 남아공에서 선보이면서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힘듭니다.

이탈리아의 고민은 공격력입니다. 질라르디노-이아퀸타가 독일 월드컵 시절에 비해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커졌지만 꾸준히 골을 터뜨렸던 자원들이 아닙니다. 더욱이 질라르디노는 소속팀 피오렌티나에서 7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린 상태에서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하게 됐고 이아퀸타는 올 시즌 부상 후유증 여파로 폼이 저하되면서 유벤투스의 총체적 부진을 초래했습니다. 여기에 이아퀸타-카모라네시 같은 윙 포워드 자원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4-3-3 운용이 쉽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에서 4-3-1-2를 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스쿼드에 창의력을 불어넣을 판타지스타가 부족하며 다른 강팀들에 비해 공격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토너먼트 무대가 체력 싸움인 만큼, 4강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예상 BEST 11-

(4-3-1-2) 부폰/크리시토-키엘리니-칸나바로-잠브로타/가투소(팔롬보)-데 로시-카모라네시/피를로/질라르디노(디나탈레)-이아퀸타(페페)

그리스, 유로 2004 영광 재현 힘들 듯

그리스는 유럽의 축구 변방이었으나 유로 2004에서의 깜짝 우승으로 세계를 놀래켰습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유럽 예선 탈락, 유로 2008 본선 꼴찌를 통해 유로 2004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 끝에 본선 티켓을 획득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저력을 일으킬지는 의문입니다. 선 수비-후 역습으로 많은 재미를 봤던 유로 2004의 골격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때의 주축 선수 대부분이 스쿼드에 빠진데다, 유로 2004의 강점이었던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이 근래에 무뎌졌습니다.

우선, 공격력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세오파니스 게카스는 월드컵 유럽 예선 11경기(플레이오프 포함)에서 10골을 넣으며 최다 득점 1위를 기록했지만, 팀 전체적으로는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20골을 넣었는데 그 중에 15골이 라트비아-몰도바-룩셈부르크 같은 약팀들에게 몰아쳤습니다. 미드필더의 탄탄한 압박과 끈근한 수비력이 강점인 스위스-우크라이나와 2경기씩 치렀지만 각각 1골밖에 넣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그리스가 강한 수비력을 지닌 팀들에게 약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미드필더진의 공격력은 본선에서 맞붙을 한국-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에게 완전히 읽혔을 것입니다. 미드필더 전원이 넓은 활동량을 강점으로 삼고 있지만 잦은 수비 가담에 중점을 두는 편이기 때문에 공격 진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타이밍이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마라스-게카스를 통한 역습에 의존하는 편인데, 문제는 두 명의 선수가 상대팀 수비에 철저히 봉쇄당하면 그리스의 공격 물줄기가 끊깁니다. 이러한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 세트피스를 주무기로 삼고 있지만, 상대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 공격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역습 속도도 유로 2004보다 약해진 인상이 뚜렷합니다.

수비도 문제 있습니다. 센터백들의 발이 느리다보니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4백을 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에서는 4-3-3보다는 3-4-3에 대한 활용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비와 압박에 치중하는 밀집수비 때문에 상대팀에게 골을 허용할 타이밍을 쉽게 내주지 않지만, 센터백에 발이 느린 선수들이 포진했다는 점은 상대팀의 뒷 공간 공략을 통해 골을 허용할 수 있는 빈 틈을 열어줍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가 뒷 공간 돌파를 통한 빠른 공격에 강점을 삼고 있어 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예상 BEST 11-

(3-4-3) 할키아스/파파도풀로스-모라스-키르기아코스/토로시디스(스피로폴로스)-카초우라니스-카라구니스-니니스(빈트라)/사마라스(살피기디스)-게카스-카리스테아스(니니스)

일본, 3전 전패 위기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상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이 어렵습니다.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 같은 상위 클래스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들과 같은 조에 속한 것, 2007년 11월 오카다 감독 부임 이후 끝 없는 성적 부진 끝에 최악의 경기력을 일관한 것, 고질적인 피지컬 부족 및 킬러 부재, 지금의 대표팀 스쿼드가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 능력이 부족합니다. 지난 한국전 졸전에서 증명한 것 처럼, 남아공 월드컵 1승 달성은 커녕 3전 전패로 탈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런 일본의 성적 부진 원인은 오카다 감독의 지나친 점유율 축구 고집 때문입니다. 오카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기 진영에서 여러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점유율을 늘리는 방법을 끊임없이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피지컬 부족에 따른 한계를 이기지 못해 활동량 및 체력에서 힘에 부치는 단점을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후방에서 패스를 받아줄 수 있는 공격수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지 못했고 최전방으로 공을 띄우는 패스도 날카롭지 못합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나카타-오노 같은 중원의 특급 자원들이 있었으나 지금의 혼다-엔도-하세베는 상대 허리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무엇보다 월드컵 본선에서 통할 수 있는 킬러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주전 원톱 공격수인 오카자키 신지는 지난해 A매치에서 15골을 넣으며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로 부터 '올해의 공격수'에 선정되었으나 대부분의 골이 약체와의 경기에서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의 두 경기, 30일 잉글랜드전에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을 만큼,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네덜란드-덴마크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적습니다. 타마다-모리모토-오쿠보-야노도 그동안 일본 대표팀에서 부진한 공격력을 일관했으며 특히 일본의 신성인 모리모토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벤치를 뜨겁게 달군끝에 오카다호에 합류했습니다.

수비도 취약합니다. 엔도-하세베가 최근 하프라인 밑선으로 내려오면서 수비 밸런스 강화를 노리고 있지만 지속적인 압박 능력이 떨어지며 후반 중반부터 지구력이 떨어지면서 공간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가 되면서 일본의 포메이션이 4-4-2에서 4-2-3-1로 전환한 이유는 센터백 나카자와 유지가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이 느려지면서 상대 공격 옵션에게 번번이 뒷 공간을 허용하는 문제점을 노출했고 특히 지난 2월 14일 한국전 3실점의 원인 제공을 했습니다. 로빈 판 페르시(네덜란드)-니클라스 벤트너(덴마크)-사뮈엘 에토(카메룬)을 봉쇄하기에는 개인 능력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잉글랜드전에서는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툴리우-나카자와가 차례로 자책골을 넣으며 1-2로 패했습니다. 일본에게서 3전 전패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예상 BEST 11-

(4-2-3-1) 나라자키/나카토모(고마노)-툴리우(아베)-나카자와-우치다(나카토모)/엔도-하세베/오쿠보(겐코)-혼다-나카무라(혼다)/오카자키(모리모토)

p.s : 몇몇 언론 및 잡지, 포털 정보에서 32개국 유니폼 중에 그리스와 슬로바키아에 대한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스와 슬로바키아의 홈팀 유니폼은 각각 파란색과 흰색이며 실제 홈 경기에서도 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습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온두라스-슬로바키아는 파란색 상의 유니폼을 입지만 홈팀이 아닌 세컨드 유니폼 입니다. 우루과이의 홈팀 유니폼 색깔은 짙은 하늘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