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축구 열기를 뜨겁게 달아 올릴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불과 20여일 남았습니다. 월드컵은 자국 대표팀의 우승 및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은 선수들이 축구공으로 각축을 벌이는 지구촌 축구 대제전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녹색 그라운드에서 열띤 경쟁을 벌일 선수들의 각축전이 팬들의 흥미를 끕니다.
그 중에서도 세계 축구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길 수 있는 득점왕이 주목됩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 종목이며 최다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득점왕이라는 최고의 명예를 거머쥡니다. 특히 골잡이들에게 있어 월드컵 득점왕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입니다. 과연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어떤 선수가 득점왕에 오르며 '최고의 황금발'이라는 찬사를 들을지 주목됩니다.
월드컵 4강 진출 팀에서 득점왕 배출 될 듯
역대 월드컵 득점왕을 살펴보면, 4강 진출 팀에서 득점왕이 배출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11개 대회 중에 10개 대회가 그랬으며 1986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게리 리네커(6골)가 득점왕에 올랐으나 잉글랜드는 8강에서 떨어졌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올렉 살렌코(6골)가 득점왕에 등극했지만 러시아는 본선 24강에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살렌코와 더불어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던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6골)가 불가리아의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4강 진출 팀에서 득점왕이 배출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잉글랜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진운이 가장 좋은 강팀입니다. 미국-알제리-슬로베니아와 C조에서 겨루기 때문에 1위 가능성이 높은데다 D조 2위가 독일이 아니라면 8강 진출 전망이 밝습니다. 잉글랜드의 골잡이 웨인 루니는 유럽 예선 9경기에서 9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 랭킹 2위에 올랐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시즌 막판 부상 여파로 디디에 드록바에게 득점왕을 내줬지만, 32경기에서 26골을 넣은데다 몰아치는 득점력까지 과시했습니다. 평소의 컨디션만 되찾으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무서운 득점력이 기대됩니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5골,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5골을 넣었고 이 대회에서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월드컵 개인 통산 득점 공동 7위(10골)에 오르며 1위 호나우두(브라질, 15골)을 5골로 추격중입니다. 지난 두 대회에서 5골씩 넣었기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5골을 넣는다면 호나우두와 동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8경기에서 7골을 넣는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원래의 골 감각을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만약 클로제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진하면 유럽 예선 9경기에서 6골 기록한 루카스 포돌스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호나우두보다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브라질의 파비아누도 월드컵 득점왕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올랐으며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11경기에서 9골을 기록해 득점 2위에 올랐습니다. 박스 안에서 다재 다능한 패턴으로 골을 넣을 수 있고 헤딩까지 뛰어난 정통파 스트라이커 입니다. 호비뉴-카카 같은 골 지원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와 공존하는 점이 득점왕 등극의 유리한 요소입니다.
'무적함대'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을 이끌 다비드 비야는 놀라운 골 결정력을 선보이는 선수입니다. 최근 스페인이 4-2-3-1로 전환하면서 부상으로 신음했던 페르난도 토레스를 밀어내고 주전 원톱으로 떠올랐습니다. 토레스가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7경기 무득점에 그친 것과 달리, 비야는 7경기 7골을 넣으며 스페인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지금까지 쉐도우로 활약했기 때문에 수많은 슈팅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지만 주어진 골 기회가 오면 어김없이 골을 넣는 강렬한 임펙트를 과시했습니다.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 주역으로 뛰었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도 득점왕 후보로 꼽힙니다. 독일 월드컵 5경기에서 1골에 그쳤고, 불과 2년 전까지 AC밀란에서 실패했고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내림세를 나타냈던 요인은 득점왕 등극에서 과소평가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난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원래의 기량을 되찾았고 소속팀 피오렌티나에서 꾸준한 골 감각을 발휘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6경기에서 4골을 넣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7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 것이 흠입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질라르디노의 득점력이 빛을 발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윙어 아르연 로번의 득점포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6경기에서 1골에 그쳤지만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37경기 23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왼발로 피니시를 해결지었으나 올 시즌 뮌헨에서 오른발로 골을 넣는 감각이 향상되면서 파괴력이 향상 됐습니다. 득점왕과 거리감이 있는 타입이지만, 팀의 원톱 자원인 클라스 얀 훈텔라르와 로빈 판 페르시의 득점력에 기복이 있다는 점에서 올 시즌 꾸준히 골을 생산했던 로번을 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리몸 악령에 시달리지 않으면 득점왕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득점왕하면 '슈퍼 윙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맨유 시절이었던 2007/08시즌 총 42골을 몰아치며 소속팀의 더블 우승(EPL+CL)을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에는 29경기에서 26골로 리그 득점 3위에 올랐는데 부상으로 일부 경기를 소화지 못한데다 이적 후 첫 시즌임을 감안할 때 경이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7경기 무득점, 그 이후에 열렸던 중국-카보베르데 같은 약체 팀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하면서 포르투갈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슈퍼 윙어의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축구 황제 반열에 올라서려면 클럽팀에서 보여줬던 괴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수리 5형제'로 일컫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5인방이 남아공 월드컵의 득점왕 후보로 꼽힙니다. 선두 주자인 리오넬 메시는 최근 두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등극했고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35경기 34골로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비록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의 전술 부재에 영향을 받아 폭발적인 득점포를 과시하지 못했지만 득점왕이 기대되는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또한 메시에 이어 프리메라리가 득점 2위(32경기 27골)를 기록했던 곤살로 이과인은 빅 매치 울렁증을 극복하면 메시와 더불어 득점왕을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디에고 밀리토는 마라도나 감독의 중용을 받은 골잡이는 아니었으나 올 시즌 인터 밀란 트레블 달성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면서 결국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에 포함 됐습니다.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 득점왕을 노릴 수 있는 기세입니다.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로파리그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마라도나의 사위'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올 시즌 득점력이 주춤했지만 얼마든지 이름값을 해낼 저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카를로스 테베즈는 올 시즌 맨시티에서 35경기 23골을 기록해 지난 시즌 5골에 그쳤던 부진의 설움을 날렸습니다.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을 월드컵 무대에서 폭발 시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