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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02년 안정환, 2010년 이변의 주인공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짜릿한 승부였다. 한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똘똘 뭉친 조직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이탈리아와 대등한 접전을 펼쳤고 연장 후반 14분 안정환이 역전 헤딩 결승골을 넣으며 이탈리아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축구는 이변이 많은 종목이자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다는 진리를 안정환의 헤딩슛에서 깨달을 수 있다.

월드컵 같은 메이져 대회에서는 이변을 일으키는 팀이 꼭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진출로 검은 돌풍을 일으킨 카메룬,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4강 신화를 달성했던 불가리아-크로아티아-한국,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첫 출전하여 8강에 오른 우크라이나, 그리고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 및 러시아-터키의 유로 2008 4강 진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이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2년에 안정환이 있었다면, 남아공 월드컵 이변의 주역은 누구일까?

A조 : 개최국 돌풍의 주역이 될 피에나르

통계상으로, 개최국 남아공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100%. 월드컵 역대 개최국들은 최소 2라운드 진출 이상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 하지만 월드컵 우승 후보 프랑스, 4회 연속 16강에 오른 멕시코, 남미의 전통강호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속해있어 16강 진출 과정이 힘겨울 수 있다. 공격수를 맡는 음펠라-맥카시-파커의 무게감도 약한 것이 사실. 그래서 왼쪽 윙어를 맡는 스티븐 피에나르의 어깨가 무겁다. 피에나르는 에버턴의 왼쪽 윙어이자 남아공 최고의 테크니션으로써 감각적인 발재간과 찬스 메이킹을 통해 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개최국 돌풍의 주역이 될지 주목된다.

B조 : 아르헨티나 메시와 상대하는 조용형

조용형은 그동안 허정무호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세계 최고의 타겟맨' 디디에 드록바 봉쇄에 성공했지만 약팀을 상대로 불안한 커버 플레이 및 느슨한 대인마크를 범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경기 도중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의 매치업 상대로 활약할 예정이어서 축구팬들의 걱정이 크다. 하지만 드록바에 이어 메시까지 봉쇄하는 안정적인 수비를 과시하면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C조 : 잉글랜드 격파에 나설 '김두현 전 동료' 코렌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십중팔구 잉글랜드의 승리를 예상하는 축구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본선 최종전인 잉글랜드 전에서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인 전력상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낮지만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유로 2008 4강에 진출했던 러시아를 제압한 저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잉글랜드 전에서는 김두현의 전 동료이자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활약 중인 공격형 미드필더 로버트 코렌이 이변의 열쇠를 쥐고 있다. 코렌은 자호비치의 후계자로서 정확한 패싱력과 유연한 공격 조율을 자랑한다. 잉글랜드 격파의 핵심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D조 : 세르비아의 히든카드, 요바노비치-크라시치

D조에서는 독일의 우세가 예상되는 분위기. 하지만 미하엘 발라크가 십자인대 파열로 남아공행이 좌절되면서 '다크호스' 세르비아의 선전 가능성이 커졌다. 4년 전 독일 월드컵보다 전력이 강해진데다 공수 양면에서 균형 잡힌 전력을 갖췄다. 특히 좌우 날개를 맡는 밀란 요바노비치-밀로슈 크라시치 조합은 월드컵 본선에서 가공할 공격력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감각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하는 파괴력이 충만하며 다득점에 능하다. 최전방에 파고들며 다양한 공격 패턴을 창출할 수 있어 세르비아의 위력적인 공격을 주도할 수 있다. 이러한 두 선수의 존재감은 세르비아의 선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조 : '일본 MF' 혼다의 월드컵 우승 꿈은 이루어질까?

일본의 오른쪽 윙어 혼다 다이스케는 얼마 전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공언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의 4강 진출 발언에 한술 더 떠 세계 제패를 약속한 것. 현실적으로 32강 탈락 가능성이 높은데다 네덜란드-덴마크-카메룬보다 전력 적으로 우세한 요인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월드컵 우승 및 4강 진출은 비현실적이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선수들의 개인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듯, 일본이 그 희망을 믿고 있는 건 아닐까? 전설의 1군이라면 월드컵 우승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F조 : 함식, 이탈리아와 적으로 조우하다

이탈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32강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했던 전적이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크로아티아와 같은 동유럽 국가인 슬로바키아와 상대한다. 전력상 이탈리아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슬로바키아는 월드컵 유럽 예선을 1위로 통과한데다 마렉 함식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력이 탄탄하다. 함식은 '세리에A의 프랭크 램퍼드'로 불릴 정도로 나폴리에서 다져진 월등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이탈리아 대표팀 전력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슈팅, 패싱, 드리블, 움직임, 경기 조율 등 전반적인 공격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허를 찌를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G조 :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와 상대하는 정대세

북한은 G조에서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 같은 강팀 및 다크호스와 상대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으며 3전3패로 부진할 것이라는 여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고 포르투갈과 8강에서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 경험이 있다. 비록 44년 전 이야기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특유의 승부근성이 발동하면 강팀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중심에 서있는 '인민 루니' 정대세는 강력한 파워와 폭발적인 스피드, 날카로운 슈팅을 앞세워 이변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H조 : 스페인 골망을 겨눌 '특급킬러' 수아소

H조에서는 스페인의 경이적인 화력이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칠레도 만만치 않다. 칠레도 스페인처럼 탄탄한 패스워크와 똘똘 뭉친 조직력, 다양한 공격 패턴을 앞세운 공격력을 자랑한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18경기 32골을 기록해 브라질(33골)에 이어 최다득점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움베르토 수아소는 남미 예선에서 10골을 넣으며 득점 1위에 올랐다. 올해 1월 스페인 클럽 레알 사라고사로 임대되면서 스페인 축구의 특징을 경험한 것이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전 맹활약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투지 넘치는 움직임과 천부적인 골 결정력을 자랑하고 있어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지 주목된다.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