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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vs에콰도르, 눈여겨 볼 6가지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16일 저녁 7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에콰도르와 평가전을 갖습니다. 에콰도르전은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전에 갖는 첫번째 평가전이자 대표팀의 출정식으로서 단순 이상의 평가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 내용이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으며 경기 결과 또한 대표팀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남아공에 입성하기까지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에콰도르전에서 여러가지의 소득을 올려야 합니다.

1. 에콰도르, 가상의 아르헨티나전

한국과 상대할 에콰도르는 남아공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에서 6위에 그쳐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던 우루과이(승점 24점)보다 승점 1점이 모자랐지만 독일 월드컵 본선 16강에 올랐을 만큼 만만한 팀이 아닙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티안 베니테스(버밍엄 시티) 펠리페 카이세도(말라가) 같은 유럽파들이 제외되어 국내파 18인의 엔트리를 구성하고 한국땅에 입성했습니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국내파와 유럽파의 실력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대표팀에 국내파들이 많은 중용을 받았기 때문에 '김 빠진 평가전'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콰도르는 우리에게 '가상의 아르헨티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가 같은 남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가 안정적인 수비력을 기반으로 지키는 축구를 하는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공격적인 컬러를 자랑하는 서로 상반된 스타일이 있지만, 남미 축구는 끈끈한 대인마크와 촘촘한 압박을 팀 전력의 근간으로 삼으며 이것은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8월 파라과이전에서 1-0으로 승리했으나 그 이전까지 10년 동안 남미팀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습니다. 남미팀의 철저한 수비에 막혀 고전했기 때문이죠. 과연 허정무호가 에콰도르의 수비를 넘으며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자신감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2. 에콰도르전, 국내파들의 최종 엔트리 경쟁

허정무호는 에콰도르전을 마친 뒤 예비 엔트리 30명에서 26명으로 스쿼드의 규모를 줄이며 최종 엔트리를 구성할 전망입니다. 최종 엔트리 23명과 예비 자원 3명을 결정짓겠다는 것이죠. 최종 엔트리는 다음달 1일까지 23명을 결정지어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합니다. 에콰도르전은 러시아-사우디-중국-일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이 뛰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파들끼리 최종 엔트리 경쟁을 가집니다. 허정무 감독은 "에콰도르전은 국내파 선수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K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했습니다.

특히 몇몇 포지션에서는 국내파 끼리의 최종 엔트리 경쟁이 치열합니다. 센터백에서 강민수-김형일-황재원, 중앙 미드필더에서 조원희-구자철-신형민이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지성의 백업 자리인 왼쪽 윙어에서는 김치우-이승렬-염기훈이 서로 물고 늘리는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일본 J2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보경까지 가세한 상태입니다. 박주영-이동국-안정환이 남아공행을 보장받은 대표팀 공격진에서는 염기훈-이승렬이 J리거 이근호와 자리 싸움을 하는 구도입니다. 과연 누가 에콰도르전에서 허심을 잡을까요?

3. 수원 선수들, 에콰도르전에서 존재감 증명할까?

에콰도르전에서는 특히 수원 소속 선수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에는 이운재, 강민수, 조원희, 염기훈이 포함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데다 최종 엔트리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다른 팀 소속 선수들도 상황은 다를 바 없지만, 공교롭게도 수원 소속 선수들의 입지가 불안합니다. 골키퍼 이운재는 그동안 대표팀의 No.1으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수원에서의 부진으로 불안한 선방을 일관했습니다. 에콰도르전에 출전하면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쏟으려 노력하겠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앞으로의 행보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강민수는 그동안 조용형의 파트너로써 많은 A매치를 소화했지만 이정수에 의해 No.3로 밀렸습니다. 올 시즌 수원에서는 느슨한 커버 플레이 및 대인마크 때문에 여러차례 실점을 헌납하며 소속팀의 K리그 꼴지 추락 주범으로 몰린 상태입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에콰도르전에서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조원희는 수원에서의 폼이 올라온 상태지만 문제는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 경쟁이 만만 찮습니다. 기성용-김정우-김남일-신형민-구자철과 경합을 벌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염기훈도 이승렬-김보경-김치우와 박지성 백업 경쟁을 하거나 이근호와 대표팀 공격수 No.4 경쟁을 해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에콰도르전 맹활약이 정답입니다.

4. '조커' 이동국, 달라진 모습 보여줄까?

이동국은 그동안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허정무 감독에게 공개적인 비판을 받았던 공격수 였습니다. 박스 안에서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논스톱 패스 및 크로스를 받아 골 기회를 노리는 스타일에 익숙했기 때문에 활동 폭을 넓게 벌리는 대표팀에서의 스타일이 맞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동국의 움직임은 최근 전북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움직임이 민첩해졌고 활동 폭도 넓어졌습니다. 전북에서의 공격력이라면 대표팀 맹활약에 자신감을 얻을 것입니다.

에콰도르전에서는 조커로 모습을 내밀 전망입니다. 지난 12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호주 원정(에들레이드전)을 치른데다 올 시즌 전북에서 많은 경기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에 많은 체력이 소모된 상태입니다. 더욱이 최종 엔트리 합류가 사실상 확정적이고, 에콰도르전에서는 염기훈-이승렬 같은 최종 엔트리 합류를 벼르는 선수들을 검증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선발 출전할 수 있는 명분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에콰도르전 조커 출전은 월드컵 본선에서 조커로써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한 검증의 기회로 작용합니다. 과연 이동국이 에콰도르전에서 이전의 경기력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5. 김치우-이승렬, 에콰도르전에서 허심 잡을까?

김치우와 이승렬은 허정무 감독이 관전했던 지난 5일 성남전에서 소속팀 서울의 4-0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두 선수는 불과 몇개월 전까지 남아공행이 멀어지는 듯 했으나 올 시즌 서울에서 폼이 부쩍 오른 모습을 보인 끝에 예비 엔트리 30인에 포함됐습니다. 지금 현재의 폼이라면 월드컵 본선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합니다. 특히 김치우는 지난해 6월 스포츠 헤르니아(탈장)으로 신음하기 전까지 허정무호의 슈퍼 조커로 두각을 떨쳤던 선수였기 때문에 대표팀에서의 입지를 다시 되찾을지 주목됩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포지션은 왼쪽 윙어입니다. 서울에서 왼쪽 윙어 주전 경쟁을 펼치던 구도가 대표팀으로 확장되었죠. 이승렬 같은 경우에는 투톱 공격수로 뛸 수 있기 때문에 왼쪽이 아닌 최전방에서 남아공행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치우-이승렬은 에콰도르전에서 최상의 기량 및 컨디션을 선보이며 허정무호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김치우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고 이승렬은 지난 2월 14일 일본전 역전골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어 에콰도르전에 대한 동기부여가 충분합니다. 두 선수가 에콰도르전에서 허심을 잡을지 주목됩니다.

6. 김동진에게 에콰도르전은 절호의 기회

에콰도르전에서는 이영표의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13일 소속팀 알 힐랄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 출전한데다 올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하여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대표팀에 소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이영표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로 결정했고 김동진을 에콰도르전에 선발 출전할 예정입니다. 김동진은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지녔으나 그동안 이영표라는 한국 최고의 풀백의 존재감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김동진에게는 에콰도르전이 주전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남아공 입성 전까지 이영표의 경쟁자로써 치열한 경쟁을 펼칠지, 아니면 이영표의 철저한 백업 멤버가 될지 이날 경기의 활약상에서 명암이 엇갈립니다. 올 시즌 울산의 K리그 1위 도약을 이끌며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치는 지금의 폼이라면 에콰도르전 경기력이 걱정되지 않습니다. 물론 에콰도르전은 국제 경기이기 때문에 K리그와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대표팀 경기력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김동진이 분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