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야 할 일은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발전 시킬지 여부다. 어떤 특정한 때에 '아 이제는 세대 교체를 해야 할 때이다. 1~2명의 선수를 바꿔야 겠다'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많은 경기가 있기 때문에 신선한 선수들로의 대체는 꼭 필요하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존 선수 1~2명을 방출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부터 지금까지 크리스 스몰링(현 풀럼, 7월부터 맨유 합류), 마메 비랑 디우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같은 영건 영입에만 2000만 파운드(약 345억원)를 투자하며 세대교체를 선언했기 때문에 기존 선수의 방출성 이적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그 시점은 바로 올해 여름입니다.
그 이유는 기존 선수를 팔아야 영건의 출전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다음 시즌 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허용해 팀의 세대교체를 위한 리빌딩에 들어갑니다. 하파엘 형제-마케다-웰백-오베르탕-깁슨-에반스 같은 기존 영건들을 비롯 스몰링-디우프-에르난데스까지 키워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기존 선수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며, 올해 여름 누군가가 맨유를 떠나야 합니다. 퍼거슨 감독에 의해 올드 트래포드를 떠나야 할 1~2명은 누구일까요? 여러명의 후보들을 종합했습니다.
1.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9세, 포지션 : 쉐도우 스트라이커)
베르바토프는 현지 언론에서 제기하는 맨유의 방출 1순위로 거론되는 선수입니다. 지난 2008년 여름 맨유 역사상 최고 이적료(3075만 파운드, 약 530억원)을 기록하며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으나 기대에 걸맞지 못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맨유 입단 초기 타겟맨으로 활약했으나 팀의 빠른 공격 템포를 이겨내지 못해 최전방에 고립되면서 '게으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쉐도우로 전환한 이후에는 활동 폭을 넓게 움직이며 자신의 기동력 부족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잠재웠지만 문제는 조율 위주의 경기력이 팀 공격을 극대화 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동료 선수들과의 동선이 겹쳐 팀 공격의 비효율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2경기에서 12골을 넣었으나 모두 약팀과의 경기에서 기록했을 뿐 강팀 및 다크호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상대 수비의 견고한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그것을 이겨내려는 투쟁력이 유독 높은 레벨의 수비를 지닌 팀들에게 막혔습니다. 루니 이외에는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할 존재가 없는 맨유의 상황속에서, 박스 밖에서의 플레이를 즐기는 베르바토프는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마케다-웰백-에르난데스를 키워야 하는 맨유의 현실 속에서, 베르바토프의 미래는 더 이상 보장받기 어려워졌습니다.
2. 벤 포스터(27세, 포지션 : 골키퍼)
적어도 포스터가 올해 여름 맨유를 떠날 것은 틀림없습니다. 판 데르 사르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올 시즌 초반 여러차례 불안한 선방을 일관한 끝에 쿠쉬착에게 주전 장갑을 내주고 말았고, 판 데르 사르가 복귀한 이후 부상까지 겹쳐 1군 경기 스쿼드에 이름을 내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맨유가 판 데르 사르 후계자를 찾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포스터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제는 27세의 선수로써 더 이상 영건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맨유의 리빌딩 차원에서 팀을 떠나야 하는 현실입니다.
3. 안데르손(22세, 포지션 : 중앙 미드필더)
안데르손은 지난 2월 24일 웨스트햄전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올해 가을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다음날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안데르손이 훌륭히 재활하면 다음 시즌에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안데르손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이 퍼거슨 감독의 진심이 담긴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안데르손은 십자인대 부상 이전까지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맨유를 떠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퍼거슨 감독에게 강한 질책을 받은 뒤 팀을 무단 이탈해 5만 파운드(약 8600만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스콜스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던 안데르손은 맨유의 먹튀입니다. 지난 2007년 여름 1800만 파운드(약 310억원)의 거액 이적료로 맨유에 입성했으나 날이 갈수록 폼이 떨어지고 부진을 거듭한 끝에 중앙 미드필더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그래서 지난 시즌 왼쪽 윙어를 겸했으나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해 맨유 전력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하지만 안데르손과 더불어 맨유의 먹튀로 꼽혔던 나니가 팀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팀의 주력 선수로 거듭났다는 점, 퍼거슨 감독이 다음 시즌에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방출 가능성보다는 잔류쪽에 무게감이 쏠립니다.
4. 네마냐 비디치(29세, 포지션 : 센터백)
베르바토프-포스터의 방출이 유력한 현실속에서, 비디치의 방출 가능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캐릭-포스터-나니와 함께 현지 언론이 작성한 살생부 명단에 포함되면서 맨유에서의 미래가 위태롭습니다. 당시 살생부 보도가 나왔던 이유는 훈련 도중 마케다-웰백 같은 영건들에게 거친 태클을 범해 분위기를 악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잦은 부상 여파로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였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커팅 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고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에 대한 커버 플레이가 늦습니다.
또한 비디치는 에반스와의 공존이 어렵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파이터 성향의 센터백이기 때문이죠. 비디치와 더불어 경기력 저하에 부상까지 시달리는 퍼디난드가 테크니션 성향의 센터백이자 리더십이 넘치는 선수임을 상기하면 비디치와 에반스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맨유는 비디치-에반스 조합을 몇차례 운용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비디치(에반스)-퍼디난드 같은 스타일 성향이 다른 조합이 이상적입니다. 여기에 스몰링까지 합류할 예정인데다 오른쪽 풀백과 센터백을 겸하는 브라운이 있다는 점에서, 비디치가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점이 올해 여름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지만요.
5. 마이클 캐릭(29세, 포지션 : 중앙 미드필더)
사실, 캐릭은 맨유 중원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스콜스-플래처와 더불어 맨유 중원의 버팀목으로 활약했던 선수였기 때문이죠. 스콜스가 올해 36세로써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다, 안데르손의 성장 속도가 멈춘 것, 깁슨의 공격력이 덜 여물어진 것, 하그리브스가 20개월의 무릎 부상 때문에 실전 감각이 저하되었다는 점에서 캐릭의 존재감이 맨유에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경기력이 떨어진데다 자신의 장점이었던 송곳같은 패싱력까지 살아나지 못한 끝에 결국 주전에서 밀렸습니다. 올 시즌 막판 스콜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킨 것은 다름 아닌 부진 때문입니다.
이러한 캐릭의 내림세는 맨유 중원의 불안 요소로 꼽힙니다. 캐릭은 수비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에게 뒷 공간을 쉽게 내주면서 실점 위기를 자초한 것을 비롯 위치선정 불안으로 팀의 밸런스를 깨뜨린 문제점이 있습니다. 활동 범위를 넓히지 못하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적극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현지 언론의 살생부 명단에 포함되었고, 최근 토트넘의 모드리치와 트레이드 될 것 이라는 루머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안데르손-깁슨 같은 경기력 발전 가능성이 의심되는 영건들을 믿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있는 만큼, 캐릭이 잔류할 가능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6. 오언 하그리브스(29세, 포지션 : 중앙 미드필더-풀백-윙어)
하그리브스는 지난 3일 선덜랜드 원정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해 20개월만의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무릎 부상 초기였던 2008년 가을에 현지 언론으로부터 맨유 방출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팀에서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해 11월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아 20개월의 재활 및 회복에 매달리는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비록 잦은 부상으로 맨유 전력에 꾸준한 공헌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다음 시즌 맨유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투쟁적인 멀티 플레이어임을 상기하면 잔류 가능성이 큽니다.
7(?). 박지성(29세, 포지션 : 윙어-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은 지난 6일 오전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 저녁에는 크라시치와의 CSKA 모스크바 트레이드설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면서 맨유를 떠날 것으로 보이지만 선수 본인은 원하지 않습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맨유에 대한 강한 애착을 공개적으로 표현할 만큼 팀에 잔류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맨유 전력에서도 박지성은 여전히 필요한 선수입니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루니의 파트너로서 박지성이 제격인 것, 맨유의 측면 옵션이 얇은 것, 맨유의 역습을 주도하는 능력이 출중한 것 등의 이유로 여전히 팀 전력에 필요합니다.
이미 맨유는 박지성의 뮌헨 이적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관련 소식이 보도되자마자 이적설을 부인한 것은, 박지성이 맨유에 필요한 선수이자 다른 팀에 보낼 의지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CSKA 모스크바 트레이드설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에서는 맨유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뮌헨 이적설-모스크바 트레이드설에 대한 보도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지난해 5월 맨유 방출설, 6월에는 AC밀란 이적설에 휩싸였으나 여전히 맨유에 잔류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지 언론의 이적-방출-트레이드 관련 소식들 중에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뮌헨 이적설과 모스크바 트레이드설은 꾸준하게 보도되지 않으면 단순 루머로 간주해야 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방출 가능성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