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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 축구, 월드컵 4강에 집착하는 이유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그러나 4강을 목표로 내세운 오카다 감독의 의지와는 달리 한일 양국 축구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일본 대표팀이 경기력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 네덜란드-카메룬-덴마크 같은 까다로운 팀들과 16강 진출을 다투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 그럼에도 오카다 감독은 여전히 4강 진출을 염원하고 있다.

Q. 그거 들었어? 일본 축구의 남아공 월드컵 목표가 4강이래. 한국은 16강이 목표인데 일본의 4강 진출은 가능한 거야?
A. 진출 여부를 떠나서, 그 발언을 했던 오카다 감독이 4강 진출을 간절히 염원했나봐. 경제 대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일본 축구 실력치고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게 한일 양국 축구팬들의 반응이잖아. 일본이 지난 7일 세르비아 대표팀 2군과의 홈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할 때 "일본 대표는 월드컵 본선에서 3패로 참패할 것이다"는 일본 언론의 부정적 반응을 비롯해 축구팬들도 월드컵 행보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것은 일본 축구 전체가 4강 진출을 염원하기보다는 감독의 의지라고 보는 게 맞아.

Q. 그렇다면 오카다 감독의 4강 욕심은 근거 없는 자신감일까?
A. 그래도 대표팀의 수장이잖니. 리더가 4강 진출이라는 칼을 뽑았으면 선수들이 그 목표에 따라야 하는건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 일본 축구가 아시아 정상급 클래스로 발전했던 것은 유소년 및 성인 축구에 대한 인프라 강화 및 J리그의 가치 향상 같은 미래를 내다 본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일본은 "100년 이내에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가 되겠다"는 백년대계를 모토로 1993년 J리그를 출범했어. 자국 축구 실력 향상에 분주히 움직이더니 아시아 중위권 레벨에서 벗어나 2000-2004년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했지.

Q. 그건 오카다 감독 이야기와 다르지 않니? 너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A. 너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백년대계를 통해 일본 축구의 내실을 키웠고 그것이 축적이 되어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 그래서 오카다 감독이 4강 목표 발언을 한 것이지. 그런데 대표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랜 라이벌 관계였던 한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어.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잖아. 일본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지.

Q.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은 한국을 의식한 거였네.
A. 그렇지. 오카다 감독이 2007년 11월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는데 일본도 그에 맞는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고, 항상 "월드컵 4강에 진출하겠다"고 쏘아 붙였거든. 일본 축구가 80년대까지는 한국 축구의 벽을 넘지 못했고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에선에서는 한국전에서 1-0으로 이겼음에도 '도하의 기적' 희생양이 되고 말았잖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16강에 올랐는데 한국의 4강 신화에 가려졌고. 그래서 월드컵에서 한국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압박감에 있는 것 같아.

Q. 지난 2월에 한국에게 1-3으로 패했는데 4강은 무리이지 않을까?
A. 허정무 감독과 오카다 감독의 '경질 더비'로 유명했던 경기? 그거는 양 팀 모두 최정예 전력이 아니었잖아. 한국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두 달 남겨놓고 중국과 0-0으로 비겼고, 월드컵 1승 달성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잖아. 프랑스도 자국에서 열렸던 1998년 월드컵 우승 이전까지는 에메 자케 감독이 지도력 논란에 시달리며 현지 여론의 거센 경질 압박을 받았잖아. 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 "야구 몰라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앞날이 어찌될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말이야.

Q. 또 다른 이유라도?
A. 오카다 감독이 월드컵 4강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패스 게임이 최고이기 때문이지. 미드필더진을 통해 거치는 아기자기한 패싱력 만큼은 뛰어난 게 사실이잖아. 90년대 후반에 나카타가 오름세를 타면서부터 오노-나카무라-엔도-이나모토-하세베-겐코 등과 같은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대거 배출되었고. 아시아에서는 단연 정상급인데 문제는 그게 월드컵 본선에서 먹히느냐지. 아시아 레벨에서는 패싱력이 최고인데 세계 레벨의 강호에게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잖아.

Q. 그러고 보니 나카타가 예전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대표팀에 없잖아. 에이스였던 나카무라도 부진하던데.
A. 그게 일본의 고민이야. 나카타는 4년 전에 은퇴했지. 그래서 나카무라가 에이스 역할을 부여받았는데 스페인에서 극심하게 부진하면서 결국 J리그로 돌아왔고 전성기 시절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졌어. 혼다-하세베-모리모토 같은 유럽파들이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대표팀에서 최대화되지 못하고 있어. 세계적인 강호들과 견줄만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지 않은데다 고질적으로 피지컬이 취약해. 좌우 풀백들이 뒷공간을 자주 침투당하는 문제점도 있고. 특출난 킬러가 없는 단점은 일본에게 절망적이야. 세밀한 패싱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 풍부하더라도 공격수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골 넣기가 힘들거든. 최근에는 나카자와의 노쇠화가 두드러졌더라고.

Q. 나카자와? 일본 걸 그룹 모닝구 무스메 전 리더(나카자와 유코) 말하는 거니?
A. 지금 축구 얘기하는데 남의 나라 연예계 이야기는 왜 나오는 거니. 타이거 JK 헤어스타일과 비슷한 센터백(나카자와 유지)이 한 명 있거든.(나는 타이거 JK팬) 한국이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직면한 것처럼 일본도 같은 고민에 빠졌어. 나카자와가 예전보다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문전 침투를 하는 상대팀 선수를 계속 놓치거든. 한국전에서도 이동국-이승렬-김보경 같은 공격 옵션과의 스피드 경합에서 밀렸고. 그래서 툴리우의 커버 플레이 부담이 늘어났는데 무리한 공격 가담을 시도하는 성향이라 팀의 수비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커.

Q. 수비가 안 되면 월드컵에서 힘들 텐데.
A. 맞아. 수비가 강한 팀들이 단기전에서 좋은 결과 거두는 게 축구니까. 그런데 일본은 고질적으로 공격수 역량이 약한데다 수비 불안까지 겹쳤어. 문제는 일본 센터백들이 발이 느린 단점을 안고 있어서 나카자와를 대체할 옵션이 마땅치 않아. 일본 입장에서 걱정스러운 건, 나카자와가 네덜란드의 로빈 판 페르시, 카메룬의 사뮈엘 에토, 덴마크의 니클라스 벤트너 같은 유럽 톱클래스 공격수들과 상대한다는 것이지. 특히 벤트너는 최근에 물이 올랐잖아.

Q. 그럼 월드컵 4강은 힘들다는 거네.
A. 일본의 현실적인 목표는 16강 진출이야. 네덜란드-카메룬-덴마크와 같은 조인데 일본이 세 나라보다 전력 적으로 취약하잖아. 16강 진출부터 달성하면서 4강을 위해 차근차근 전진하는 것이 순리인데, 오카다 감독의 4강 발언이 현실적이지 못하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일본 축구 전설의 1군'으로 알려진 일본의 유명 축구 만화 < 캡틴 츠바사(한국 제목 : 날아라 캡틴) > 의 라인업이라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지만 그건 허구성이 강하잖아. 그리고...

Q. 그리고 뭐 ?
A. Daum 검색창에 '야나기사와 후지산 대폭발슛'이라고 찾아봐. 관련 동영상이 있을 텐데 신칸센 대탈선슛(이것도 야나기사와), 청계천 대범람슛(박주영) 13억 인민좌절슛(덩팡저우) 런던 대공황슛(베컴) 같은 전설의(?) 슛 동영상이 있어. 일본 축구 하니까 막연히 야나기사와 후지산 대폭발 슛이 떠오르더라. 아마 내 머릿속에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글은 Daum 스포츠 남아공 월드컵 특집 매거진에 실렸으며 Daum측의 허락을 받고 게재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