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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이 우승하기 위한 6가지 방법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을 달리며 축구팬들에게 '천하무적' 같은 팀으로 여겨졌습니다. 그 영광은 2004/05시즌 FA컵 우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우승 인연은 거기까지 입니다. 올 시즌을 포함 5시즌 연속 우승하지 못해 무관에 빠진 것이죠.

아스날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는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지난 17일 위건전에서 후반 35분까지 2-0으로 앞섰으나 10분 사이에 3골을 허용하면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아스날은 승점 71(22승5무8패)에 그쳐 선두 첼시(24승5무6패, 승점 77)와의 승점 격차를 6에서 더 이상 좁히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3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리그 우승은 어렵습니다. 그런 아스날이 다음 시즌에 무관의 악연을 끊고 우승하려면 6가지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형 골키퍼 영입 절실

아스날은 골키퍼 알무니아-파비안스키의 불안한 선방으로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알무니아는 지난달 28일 버밍엄 시티전과 지난 15일 토트넘전에서의 치명적인 실점에서 드러난 것 처럼 공과 선수의 배치를 한 눈에 파악하는 시야가 좁으며 공의 궤적을 빠르게 잡지 못해 다이빙 자세가 불안합니다. 반사신경은 좋은 선수지만 시야에 대한 고질적인 약점이 있어 안정적인 자세에 의한 선방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파비안스키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지난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과 위건전 3실점에서 드러난 것 처럼 아스날의 주전 골키퍼로 기용하기에는 기량이 부족합니다. 위건전 첫번째 실점은 반사 신경 부족 및 민첩성 부족으로 다이빙 자세가 불안했고 두번째 실점은 점프해서 공중볼을 잡는 상황에서 손이 공 뒷쪽에 제대로 닿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실점은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 슈팅 궤적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스날이 우승하려면 체흐-판 데르 사르-레이나-고메즈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형 골키퍼가 절실합니다.

갈라스의 대체자를 영입해야 한다

아스날은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영건의 팀'으로 유명하지만 적어도 센터백은 아니었습니다. 36세의 캠벨, 33세의 갈라스-실베스트레가 포진했기 때문입니다. 캠벨은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실베스트레는 아스날의 클래스에 맞는 수비력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25세의 베르마엘렌이 수비진을 든든히 버티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팀의 수비를 잡아 줄 아우라가 부족합니다. 그럴 수록 경험있는 센터백의 능수능란한 수비 대처가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갈라스가 그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갈라스가 내년이면 34세가 되는데다 많은 경기를 소화할 체력이 안되기 때문에 '갈라스의 대체자'가 아스날에 필요합니다.

물론 아스날에는 23세 센터백인 요한 주루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루는 몇달 동안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팀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센터백은 경기에 꾸준하여 실전 감각을 키워야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적시에 차단하고, 악착같은 몸싸움과 적극성을 통해 실점 위기를 막을 능력이 필요합니다. 주루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이러한 문제를 이겨내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시즌에 캠벨-갈라스-실베스트레 같은 노장들을 믿고 가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갈라스의 대체자를 영입해 수비 라인의 내실을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

파브레가스의 눈이 필요한 나스리

나스리는 아스날의 왼쪽 윙 포워드지만 본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입니다. 모드리치-크란차르 같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측면으로 전환한 것과 똑같은 사례죠. 아스날에서는 파브레가스가 결장하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전방을 활용한 전진패스보다는 횡패스에 의존하는 공격을 펼칩니다. 이것은 상대팀이 수비 전열을 가다듬어 아스날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 작전을 펼입니다. 그래서 나스리는 중앙으로 전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옆쪽으로 공을 돌리는데 급급했고 좌우 윙 포워드들이 나스리쪽으로 간격을 좁히면서 활동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파브레가스는 상대 중원의 압박을 얼마든지 뚫어낼 수 있는 역량이 출중합니다. 넓은 시야와 원터치 패스, 박스 안쪽으로 과감히 치고드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중원의 뒷 공간을 노리며 직접 골을 넣거나 2차 공격을 전개하는 자신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스리-판 페르시-아르샤빈(벤트너, 월컷) 같은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이 부지런하기 때문에 상대 중원 및 수비벽을 간파하며 다득점을 양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파브레가스의 존재 여부에 따라 공격력이 좌우되는 팀 컬러를 지녔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는 파브레가스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기 위해 그의 대안인 나스리가 발전해야 합니다. 나스리에게 파브레가스의 눈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DDS에 대한 무한 신뢰? 홀딩맨 영입을 검토해야

아스날 중원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DDS'입니다. 디아비(D)-데니우손(D)-송 빌롱(S)으로 짜인 이름 첫 자의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DDS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이유는 세 명 모두 중원에서 불안한 폼을 일관하며 팀 전력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요한 고비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송 빌롱의 포텐이 터지면서 마이클 에시엔(첼시)에 버금가는 홀딩맨으로 성장했지만(세밀함에서는 송 빌롱이 부족하지만)  문제는 송 빌롱이 부상으로 빠진 최근입니다. 디아비-데니우손이 송 빌롱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서 바르셀로나-토트넘-위건에게 패했습니다.

디아비는 '포스트 비에라'로 불릴 만큼 활발한 운동 신경을 앞세운 압박을 자랑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뒷 공간을 자주 내주는 약점이 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는 송 빌롱이 후방에서 커버하기 때문에 뒷 공간에 대한 약점이 없는데, 송 빌롱 자리로 내려가면 그 문제가 심각합니다. 데니우손은 고질적인 활동 폭 부족에 느슨한 압박을 일관하며 강팀 및 다크호스와의 경기에서 무너지는 모습이 잦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두 선수를 다음 시즌에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홀딩맨으로 믿고 쓰기에는 아스날 중원이 불안합니다. 지금까지는 벵거 감독이 DDS를 무한 신뢰했지만 이제는 이들과 공존하거나 아니면 경쟁할 홀딩맨의 영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월컷, 아스날판 메시로 성장해야 한다

아스날은 아르샤빈-나스리-월컷-로시츠키-벤트너-에부에-에두아르두 같은 윙 포워드로 쓸 수 있는 자원들이 즐비합니다. 어찌보면 아스날의 강점 요소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측면이 아스날의 약점으로 지적된 곳입니다. 호날두-메시-리베리-로번처럼 측면에서 파괴적인 공격 본능을 꾸준히 내뿜을 옵션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전급인 아르샤빈-나스리의 이름값은 화려하지만 올 시즌에는 강력한 임펙트가 부족한데다 전형적인 측면 옵션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월컷의 꾸준하지 못했던 성장입니다.

벵거 감독은 지난해 10월 18일 에버턴전을 앞두고 "월컷은 같은 시기의 리오넬 메시보다 더 뛰어나다. 장차 그를 넘어설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월컷이 자신보다 2세 많은 메시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월컷은 벵거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전력 이탈이 잦았고 실전 경험이 들쑥날쑥하면서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최근에도 경기의 흐름을 읽는 상황 판단 흐름이 매끄럽지 못해 팀 공격력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그런 월컷은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빠른발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폼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아스날판 메시'로 성장해야 합니다.

유리몸 악령에서 벗어나야 할 판 페르시

판 페르시는 아스날의 레전드인 베르캄프의 후계자로 꼽히는 선수입니다.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인데다 박스 안에서 골을 넣는 스타일을 즐기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판 페르시가 베르캄프의 전성기 시절 포스를 재현하기에는 '유리몸'으로 오명받는 잦은 부상이 문제였습니다. 부상으로 아스날 전력에서 이탈하는 빈도가 잦으면서 팀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아스날의 승점 획득에 어려움을 안겨줬습니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 11월 14일 A매치 이탈리아전에서 발목을 다친 이후 5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으며, 그 사이 아스날은 5시즌 연속 무관이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지금의 아스날 전력에서 판 페르시의 무게감이 높은 이유는 연계 플레이 및 박스 안에서의 강력한 임펙트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 페르시는 3톱의 중앙 공격수로서 후방 옵션과의 간격을 좁혀 상대 압박을 덜어주면서 2차 공격을 시도하거나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영민한 공격력을 펼칩니다. 그래서 부상 이전까지 리그 11경기에서 7골 7도움의 가공할 공격력을 펼쳤습니다. 만약 부상 당하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다면 팀에 무수한 득점을 안겼을지 모릅니니다. 기복이 심한 벤트너, 피지컬 열세를 이기지 못해 제로톱의 한계를 안긴 아르샤빈보다는 판 페르시가 중앙 공격수로서 믿음직합니다. 판 페르시가 유리몸 악령에서 벗어나야 아스날이 우승의 희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