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vs테베즈, 미리보는 남아공 월드컵

 

그야말로 미리보는 남아공 월드컵입니다. 오는 6월 남아공에서 조국의 선전을 이끌겠다는 각오로 무장된 두 명의 선수가 월드컵에 앞서 프리미어리그에서 격돌을 벌일 예정입니다. 그것도 맨체스터 더비에서 말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와 '아르헨티나 특급' 카를로스 테베즈(26,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의 맞대결은 맨유와 맨시티의 지역 라이벌전을 빛내는 또 하나의 매치업입니다. 두 선수는 오는 17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경기를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입니다. 맨유의 선두 첼시 추격, 맨시티의 리그 4위 수성 여부가 두 선수의 대결에서 서로 맞물리게 됐습니다.

우선, 맨유와 맨시티는 이번 라이벌전을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승점 73(23승4무7패)로 2위를 기록중인 맨유는 맨시티전 승리시 승점 77(24승5무5패)인 첼시를 승점 1 차이로 추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전에서 승점 3을 얻지 못하면 첼시의 리그 우승이 유력해지는 상황입니다. 맨시티는 승점 62(17승11무5패)로 4위를 기록중인데 5위 토트넘(승점 61, 18승7무8패)과의 승점 차이가 1입니다. 맨유전에서 승리하면 토트넘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올 시즌 전적에서는 맨유가 2승1패로 앞섰습니다. 지난해 9월 20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오언의 극적인 결승골로 4-3의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난 1월 칼링컵 4강 2경기에서는 양팀이 1승1패로 서로 물고 늘리는 경기를 펼친 끝에 루니가 4강 2차전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었고 맨유가 통합 스코어에서 앞서면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칼링컵 1차전이 열렸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패했다는 것이 맨유 입장에서 다소 찜찜합니다.

맨유는 맨시티전에서 4-2-3-1을 쓸 것이며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가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인데다 베르바토프가 최근 경기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루니 원톱 체제가 유력합니다. 좌우 윙어에는 나니-발렌시아의 배치가 예상되며 공격형 미드필더에 박지성이 포진합니다. 특히 루니와 박지성은 서로 호흡이 맞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나니-발렌시아까지 가세하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의 몸 상태가 부상 이전 수준이라면, 맨시티 박스 안에서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을 펼치려면 원톱으로 출전할 루니의 움직임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난 3일 첼시전에서는 원톱인 베르바토프와 호흡을 맞췄으나, 베르바토프가 박지성이 전방 패스를 연결할 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맨유의 공격 마무리가 어긋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중앙에서 빠른 타이밍에 의한 정확한 전진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루니가 공을 받을 수 있는 움직임에 능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AC밀란과의 2경기와 리버풀전에서 박지성-루니로 이어지는 공격 패턴이 승리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만큼 맨시티전에서의 철벽 플레이가 기대됩니다.

이러한 공격 연결이 중요한 이유는 4-2-3-1의 단점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4-2-3-1은 원톱이 고립되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 유지 및 유기적인 패스 연결이 중요합니다. 박지성이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맨시티전에서는 배리-데 용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의 견고한 압박을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AC밀란전에서 피를로-네스타 사이의 종 간격을 파고들었고 리버풀전에서 루카스-마스체라노의 뒷 공간을 침투하며 맨유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던 만큼 맨시티의 중원을 간파할지 주목됩니다.

반면 테베즈는 최근 3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해 맨시티의 리그 4위 진입을 이끌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위건전 해트트릭, 지난 3일 번리전 1골 2도움, 11일 버밍엄 시티전 2골을 넣었는데 맨시티는 3경기에서 총 14골을 퍼부으며 모두 승리했습니다. 특히 테베즈는 위건전에서 후반 27분 부터 12분 동안 3골을 몰아넣는 파괴력을 과시했습니다. 최근 3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팀들이 모두 약팀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약팀과의 경기에서 물 오른 공격력을 과시하며 맨유전 골에 대한 자신감을 쌓은 것은 테베즈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테베즈는 지난 1월 맨유와의 칼링컵 2경기에서 3골을 넣었습니다. 홈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는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원정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1골 넣었으나 팀은 1-3으로 패하여 탈락했습니다. 당시 2경기에서는 맨유 수비진에 비디치가 없었기 때문에 상대의 불안한 수비 집중력을 틈타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맨유전에서는 비디치와 상대해야 하는 버거움이 따릅니다. 얼마전 현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력을 인정하는 프리미어리그 수비수 3명 중에 한 명으로 비디치를 꼽을 만큼(그 외에 에버턴 디스탱, 토트넘 도슨) 그를 뚫어내기 힘들다는 것을 본인도 알 것 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투톱 파트너인 아데바요르가 아스날 시절이었던 2007/08시즌과 2008/09시즌 맨유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테베즈에게 맨유전 승리에 대한 책임감이 따르는 요인입니다. 테베즈는 지난 시즌까지 맨유 소속으로 뛰었기 때문에 비디치-퍼디난드 조합의 약점을 알고 있는 만큼, 맨시티의 맨유전 승리에 있어 중요한 역할과 위치에 있는 선수입니다. 맨시티가 지난 1월 칼링컵에서 맨유와 2차례 맞붙어 팀의 3골을 모두 테베즈가 책임졌음을 상기하면, 맨유와의 이번 대결에서는 테베즈의 골 여부에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와 맨시티의 승리 여부에 중요한 열쇠를 잡고 있는 박지성과 테베즈는 오는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선수들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 절친으로 유명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동지에서 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2개월 뒤에 남아공에서 조국의 선전을 놓고 격돌해야 하는 만큼, 어느 선수가 기선 제압에 성공하여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할지 기대됩니다.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두 선수의 대결이 '미리보는 남아공 월드컵'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