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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메시 맹활약-호날두 부진, 엇갈린 희비 왜?

 

축구 천재들의 희비가 엇갈렸던 경기였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23,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를 압도하는 공격력을 과시하며 팀의 승리와 프리메라리가 1위를 견인했습니다.

바르사는 11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09/10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 라이벌 레알 원정에서 2-0의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30분 메시가 사비 이니에스타와의 2대1 패스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11분에는 페드로가 하프라인에서 레알 진영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사비의 전방 패스를 받아 왼발로 레알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로써 바르사는 승점 80(25승5무1패)을 기록해 레알을 제치고 프리메라리가 단독 선두로 뛰어올라 더블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레알과의 최근 4경기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둔데다 레알에게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첫 홈 경기 패배의 충격을 안겼습니다. 반면 '메시의 라이벌' 호날두는 무기력한 공격력을 거듭하며 메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포지션 전환, 메시 '좋은 예'vs 호날두 '나쁜 예'

바르사는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며 레알을 상대했습니다. 전반전에 60-40(%)로 앞섰고 경기 종료 후에는 58-42의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이것은 미드필더진과 포백과의 간격을 좁히고 공을 돌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는데 레알의 공격 라인을 윗쪽으로 쏠리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실제로 레알은 공격 옵션들이 바르사 진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협력 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바르사가 원하는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런 바르사의 전술은 라스가 선발 라인업에 빠진 레알의 단점을 노리기 위해 공격과 수비 사이의 밸런스를 끊은 뒤 사비-메시(또는 페드로)로 이어지는 공격의 유기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사비-케이타로 짜인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상대팀의 중앙 미드필더인 가고-알론소의 뒷 공간 침투를 노렸고 그 과정에서 공격진과 원활한 볼 배급을 주고 받았습니다. 실제로 바르사의 공격 옵션들은 전반 25분까지 자기 영역에서만 움직이다가 그 이후부터 사비의 패스를 통해 전방을 두드리면서 레알 진영을 위협했고 메시의 선제골 과정이 대표적 예 였습니다.

특히 메시를 최전방 공격수로 놓은 것이 바르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메시는 즐라탄을 대신해서 스리톱의 중앙을 맡았는데 최전방 위주의 경기 운영을 나타내면서 때로는 사비의 위치에 따라 후방으로 내려오며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나타냈습니다. 메시-사비는 서로 호흡이 잘 맞는데다, 사비가 메시의 위치를 빠르게 캐치하여 공을 배급하는 성향에 몸이 베였기 때문에 중앙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메시의 중앙 이동은 주중 아스날전에서 무려 4골을 작렬할 수 있었고 레알 원정에서 결승골을 넣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또한 메시의 중앙 이동은 레알의 왼쪽 풀백인 아르벨로아의 견제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에서 뛰었던 아르벨로아는 리버풀 시절에 메시를 봉쇄한 경험이 있었으며 레알로 이적한 올 시즌에는 마르셀루보다 더 나은 수비력을 발휘하며 왼쪽 풀백 주전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최근 레알의 12연승을 견인하며 폼이 올라왔기 때문에 메시가 고립 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시의 중앙 이동이 명분을 얻었고 오른쪽 풀백이었던 알베스가 메시의 원래 자리였던 오른쪽 윙 포워드로 올라왔습니다.

메시와 더불어 알베스의 포지션 전환도 바르사가 레알 원정에서 승리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알베스는 아르벨로아를 측면으로 가둬놓는 움직임을 유도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최전방에서 메시-페드로와 함께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펼치기보다는 두 선수의 공격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죠. 알베스가 레알 원정에서 공격수를 맡았지만 본래 수비수이기 때문에 수비적인 역할에 강할 것이라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판단이 섰고 그것이 실전에서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바르사의 오른쪽 풀백은 알베스를 대신해서 푸욜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막스웰-밀리토-피케가 포진해 레알의 투톱인 호날두-이과인을 견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푸욜의 오버래핑을 살리면서 막스웰-밀리토-피케가 상대 공격수를 봉쇄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 앞에 부스케츠가 가고-알론소의 전방 패스 공간을 미리 선점하여 호날두-이과인의 최전방 고립을 유도했습니다. 여기에 케이타가 판 데 바르트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면서 바르사가 특유의 짜임새 수비를 앞세워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반면 레알은 호날두를 공격수로 놓은 것이 바르사전 패배의 지름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호날두는 경기 초반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한데다 마르셀루와의 볼 배급을 통해 바르사의 골문을 두드리는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쪽으로 쏠리는 공격 패턴은 바르사의 압박 강도를 조이게하고 이과인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습니다. 측면보다 압박을 더 많이 받는 중앙에서는 페너트레이션을 끌고가기 힘들기 때문에 공격 옵션 입장에서 상대 압박을 이겨내기 힘든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호날두의 폼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메시의 선제골 이후 오른쪽 윙어로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호날두는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익숙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힘들게 경기를 운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중앙에서는 측면보다 더욱 강도높은 압박을 받기 때문에 빠른 드리블 돌파를 통한 활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이 같은 문제점은 친정팀 맨유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런데 페예그리니 감독은 레알의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날두를 공격수로 놓는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호날두의 습성을 라이벌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공교롭게도 호날두는 맨유 소속이었던 지난해 5월 바르사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를 맡았으나 부진하고 말았습니다.

페에그리니 감독의 또 다른 전술 미스는 판 데 바르트의 오른쪽 윙어 기용 이었습니다. 호날두를 공격수로 놓다보니 판 데 바르트를 오른쪽 윙어로 둘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판 데 바르트는 막스웰과 케이타의 협력 수비에 막혀 공격 과정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메시 선제골 이후에는 레알이 4-2-3-1로 전환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으나 이번에는 부스케츠의 압박에 막혀 팀 공격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레알 공격은 마르셀루와 호날두가 포진하던 좌우 날개쪽에 쏠리는 단조로움이 나타났고 호날두의 폼이 서서히 떨어졌습니다. 후반 24분에는 판 데 바르트가 빠지고 라울이 교체 투입했지만 0-2로 뒤진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후반 18분 막스웰을 빼고 이니에스타를 투입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상대의 추격 기세를 무너뜨렸습니다. 바르사와 레알, 메시와 호날두의 활약상이 서로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