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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에게 느껴지는 메시의 2인자 기운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화두는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불리는 선수들의 맞대결 이었습니다. 리오넬 메시(23,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가 프리메라리가 No.1을 굳건히 버티는 가운데 각각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 No.1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 카카 히카르두(28, 이상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가 스페인으로 건너와 메시와 대립각 구도를 세우게 됐죠. 프리메라리가에서 진정한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셈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카카가 축구 천재들의 대결에서 밀렸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지난해 11월 바르사전에서 스포츠 헤르니아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지더니 레알 팬들에게 야유 받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세리에A를 평정하던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진데다 상대팀의 견고한 압박을 받으면 활동 반경을 잃어버리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레알이 호날두의 공격력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레알의 호날두vs바르사의 메시' 구도가 성립됩니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 No.1은 여전히 메시입니다. 메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7경기 26골, 챔피언스리그 9경기 8골로 두 대회 득점 선두(총 34골)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 두 대회에서 32골을 넣은 것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특히 올해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뛴 20경기에서는 22골을 넣으며 1경기 당 1골 이상을 기록하는 경이적인 파괴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런 메시의 활약속에 바르사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고 프리메라리가 선두 레알과 나란히 승점 77을 기록해(골득실에 뒤져 2위) 2009년 6관왕의 영광을 이어갈 태세입니다.

그런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득점 선두(27경기 26골)를 달리며 21경기 18골로 4위를 기록중인 호날두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레알이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한데다 호날두가 리옹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음을 상기하면, 지금까지는 메시가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사의 우승을 이끄는 골을 터뜨린 메시는 그 날 경기에서 부진했던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었고, 올 시즌에도 호날두보다 더 경이적인 화력을 퍼부었습니다.

물론 호날두는 지난해 9월 말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고 리그 득점 랭킹 10위권 안에 포함된 선수들 중에서 출전 횟수가 가장 적습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의 16강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는 점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합니다. 팀의 성적이 곧 에이스의 가치를 의미하기 때문이죠. 카카-호날두-메시가 각각 2007-2008-2009년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소속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호날두와 메시의 소속팀인 레알과 바르사는 서로 다른 컨셉을 지녔습니다. 레알이 스타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팀이라면 바르사는 개인 전술보다 팀 전술을 중요시하며 조직적인 짜임새를 강조합니다. 호날두는 개인의 힘으로 상대 수비를 파괴하며 페너트레이션을 주도해 레알의 컨셉에 가장 잘 맞는 선수로 부각되었고 메시는 철저한 팀 플레이속에서 상대 수비의 틈이 생기면 그 공간으로 파고들어 골을 넣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호날두와 메시가 소속팀의 컨셉 차이에 의해 스타일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는 것이 바로 성적입니다. 호날두의 레알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좌절했던 이유는 개인의 실력에 의존하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레알을 상대하는 팀의 입장에서는 특정 선수에 대한 견제를 철저히하는 작전을 들고 나오며 견고한 수비망을 펼칩니다. 레알과 호날두를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굴복시켰던 리옹이 그런 예 입니다. 아무리 레알이 호날두가 주도하는 페너트레이션에 의존하더라도 상대팀의 수비에 막히면 답이 없어집니다. 맨유가 루니의 부상 여파로 챔피언스리그 탈락 및 프리미어리그 2위로 추락한 사례처럼 개인 공격력에 의존하는 팀은 엄연한 한계가 따릅니다.

반면 바르사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 형태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패턴과 선수들의 짜임새 넘치는 호흡, 그리고 공격 옵션들의 창의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지난 7일에는 메시가 아스날을 상대로 무려 4골을 퍼부었습니다.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이타적인 경기력이 바르사의 팀 플레이와 부합되면서 자신의 화력을 끌어 올렸습니다. 굳이 메시가 해결하지 않더라도 즐라탄, 페드로, 이니에스타 같은 또 다른 해결사들이 있다는 점은 바르사의 또 다른 강점입니다. 그래서 바르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 할 수 밖에 없었고 메시에 대한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난 7일 아스날전은 메시의 전성시대가 앞으로 계속 될 것임을 말해줬던 경기였습니다. 메시는 잉글랜드의 거함인 아스날을 상대로 4골을 넣었고 대회 통산 8골을 기록해 7골로 득점 랭킹 1위를 달리던 호날두를 제쳤습니다. 단순히 기록뿐만 아니라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앞세워 상대 수비의 견제에 아랑곳 않았던 활약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항상 꾸준했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렇다할 부상에 시달리지 않은 내구성 및 꾸준함이 있었기에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지켰고 지단-호나우두에 이은 축구황제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러한 메시의 오름세가 바르사의 연이은 우승을 이어지면 호날두의 이미지를 '메시의 2인자'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은 지난 1월 22일 남아공을 방문해 KBS와 인터뷰를 가지며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다. 호날두는 2인자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호날두를 메시의 2인자라고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흔들림 없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 바르사에서 뛴 20경기에서 22골을 넣으며 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다는 점은 레알의 16강 징크스를 깨지 못한 호날두와 대조됩니다. 호날두에게 메시의 2인자 기운이 감돌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오는 6월에 열릴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호날두와 메시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포르투갈은 월드컵에 우승한 적이 없었던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두 번이나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포르투갈은 브라질-코트디부아르-북한과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 됐습니다. 물론 아르헨티나도 '전략가의 향기가 없는' 마라도나 감독의 무능함이 변수가 되겠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큽니다. 호날두와 메시는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축구황제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지만, 현재까지는 아르헨티나에 무게감이 쏠립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메시의 2인자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되면 선수 개인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호날두도 메시와 더불어 축구 황제로 거듭날 수 있는 자질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맨유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2007/08시즌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는 호날두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메시의 독주보다는 '호날두vs메시'를 통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단vs호나우두'를 능가하는 경쟁 구도를 부각시켜야 합니다. 지단과 호나우두는 소속팀이 같았기 때문에(레알) 대표팀에서 맞대결을 펼쳤지만, 호날두와 메시는 유럽 최고의 라이벌 관계인 레알-바르사의 대립 관계에 얽힌 선수들입니다.

호날두가 메시의 2인자가 아님을 보여주려면 오는 11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서 열리는 바르사와의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 경기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오는 주말에 열리는 레알과 바르사의 경기는 호날두와 메시의 진검승부를 가리는 경기로서 '호날두의 No.1 추격vs메시의 No.1 수성'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 됐습니다. 과연 호날두는 메시의 2인자가 아님을 보여줄지, 메시는 호날두를 자신의 2인자로 부각시킬지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이 산티아구 베르나베우에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