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라콤브 감독이 이끄는 AS 모나코가 5경기 연속 무승(4무1패) 및 4경기 연속 0-0 무승부의 부진에서 벗어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역전에 성공했을때는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그라운드에 없었습니다.
모나코는 11일 오전 2시(이하 한국시간)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 리게 앙 31라운드 발랑시엔전에서 2-1의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37분 밀란 비세바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16분 네네의 프리킥으로 동점에 성공했고 후반 32분 무사 마주가 드리블 돌파에 이은 역전골을 넣으며 지난 2월 28일 볼로뉴전(1-0 승) 이후 42일 만에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모나코는 발랑시엔을 꺾고 리그 9위로 뛰어올라 중상위권 진입을 노리게 됐습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에서 4-2-3-1의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으나 골을 넣는데 실패했으며 1-1 상황이었던 후반 21분에 교체됐습니다. 후반 29분에는 발랑시엔의 19세 유망주인 남태희가 교체 투입했으나 박주영이 8분 전에 교체되는 바람에 프랑스리그에서의 한국인 선수 첫 맞대결이 무산 됐습니다. 남태희는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확보하지 못해 침묵을 지켰습니다.
모나코의 문제점은 아루나-알론소 부진 및 롱볼
우선, 모나코는 지난 4일 몽펠리에전과 대조적인 공격 분위기를 나타냈습니다. 몽펠리에전에서는 네네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면서 피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으나 무리한 슈팅과 지나친 볼 끌기를 일관하며 팀의 공격력을 끊었습니다. 여기에 아루나와 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무기력한 공격력을 펼쳤고 후방 옵션들이 롱볼을 띄우기에 급급하면서 박주영이 힘든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랑시엔전에서는 네네가 복귀하면서 공격력에 무게감이 실렸습니다.
모나코는 발랑시엔전에서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점유율 56-44(%), 슈팅 13-6(유효 슈팅 3-1, 개)를 기록해 상대팀보다 적극적인 골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팀 공격의 구심점인 네네가 왼쪽 측면 돌파를 통해 팀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면서 모나코가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죠.
하지만 네네의 활발함과는 달리 아루나-알론소가 공격 과정에서 활동 폭을 넓히지 못해 상대 더블 볼란치의 압박에 걸려들면서 박주영의 최전방 고립이 가중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네네도 전방 패스를 연결할 공간을 찾지 못해 상대 수비수의 견제를 달고 경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특히 아루나는 공격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공격 능력이 박주영-네네를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발랑시엔전을 비롯한 최근 경기에서 전진패스 연결이 소극적이며 빠른 타이밍에 의한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위협하기보다는 느린 타이밍의 패스를 일관하며 팀 공격 템포를 늦췄습니다. 그리고 좌우에 네네-알론소가 있다보니 횡패스 빈도가 많으며 박주영이 후방에서 많은 공격 기회를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루나가 최전방쪽으로 많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라콤브 감독의 주문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박주영과의 연계 플레이가 유기적이지 못한 원인이 됐습니다.
박주영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을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루나가 앞선으로 침투해서 박주영에게 공을 받아야 하는데 자기 공간에서 가만히 있습니다. 박주영에게 공을 받기 위해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뚫고 공간을 확보하는 선수는 네네 뿐입니다. 시즌 중반까지 박주영과 함께 척척맞는 호흡을 과시했던 알론소도 최근 모나코의 빈약한 득점력과 함께 폼이 떨어졌습니다. 아루나-알론소의 부진은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힘겹게 공격을 펼칠 수 밖에 없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공격수의 능력이 출중해도 미드필더가 뒷받침하지 못하면 킬러 본능을 되살리기 힘든 것이 축구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모나코는 롱볼에 의존하는 팀입니다. 후방 옵션이 공격 상황에서 공을 잡으면 무조건 전방쪽으로 공을 띄우기에 바쁩니다. 시즌 초반과 중반에도 롱볼을 여러차례 띄웠지만 최근에는 그 빈도가 더 높아진 느낌입니다. 그동안 롱볼을 올리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이것이 습관이 되었고 최근 득점력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던 원인도 이 때문입니다. 모나코가 롱볼을 올리면 상대 수비수들은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해 공을 따내는데 주력했는데 그 위치가 주로 박주영쪽 이었습니다. 박주영은 높은 점프를 이용해 헤딩으로 공을 따내는 횟수가 많았지만 그의 주위에는 상대 옵션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다보니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외롭게 공격을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폼이 점점 살아나는데다 순발력도 좋아지고 있지만 후방 옵션들의 미숙한 공격력 때문에 자신만의 장점을 꾸준히 살리는데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더욱이 원톱이기 때문에 최전방을 비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 4-4-2의 쉐도우를 맡았을 때는 미드필더들의 단조로운 경기 운영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활동 폭을 넓히며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감독이 바뀌면서 4-2-3-1의 원톱을 맡았기 때문에 지난 시즌처럼 공격을 주도하기가 어렵습니다. 네네가 페너트레이션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박주영이 전반전보다는 후반전에 움직임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전반전에 후방 옵션들의 꾸준한 지원을 받지 못해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흐름을 가져가지 못했고 이것이 누적이 되면서 후반전에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됐습니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서 부진했고 후반 21분에 교체 됐습니다. 팀이 1-1을 기록한 상황에서 교체된 것은 모나코가 후반들어 마주라는 또 다른 공격수를 투입한데다, 오는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컵 4강에서 랑스와 경기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의 교체가 있었습니다.
그런 박주영은 지난달 6일 스타드 렌전에서 부상 복귀한 5경기 모두 무득점에 빠진 상태입니다. 박주영의 골 침묵이 많은 축구팬들에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며 언론에서도 걱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원톱 및 타겟맨 부재에 시달리는 허정무호에게 있어 박주영의 부진은 반가운 현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속배경에는 모나코의 답답한 경기력이 박주영의 킬러 능력을 저하 시켰습니다. 특히 아루나-알론소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의 침체가 박주영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겼고 더 나아가 모나코의 4경기 연속 0-0 무승부를 부추겼습니다. 발랑시엔전에서는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경기 내용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박주영이 오는 랑스전에서 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대 골망을 흔들며 프랑스컵 결승 진출을 이끌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