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았던 존재는 리오넬 메시(23,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 였습니다. 메시는 바르사 역사에 길이남을 6관왕 달성을 이끌며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 같은 권위 있는 개인상을 독식하며 최고의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메시의 시대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시가 아스날전에서 세계 최고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메시는 7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캄프 누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아스날전에서 무려 4골을 넣으며 팀의 4-1 승리 및 바르사의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전반 21분과 37분, 42분에 상대 골망을 가르며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후반 43분에 추가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에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집념을 발휘했습니다.
무엇보다 메시는 아스날에게 선제골을 내준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동점골을 넣으며 자신의 클래스를 발휘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아스날에게 선제골을 허용한지 3분이 지났던 전반 21분, 아스날 골문 안쪽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4명의 상대 선수에게 둘러 쌓이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 같으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활동 방향 및 무게중심을 잃거나 볼 키핑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겠지만 메시는 달랐습니다.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려던 것이 상대 수비에게 걸렸으나 다시 공을 잡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작렬했습니다.
이러한 메시의 골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어느 위치에서든, 상대팀이 압박을 하든 슈팅 타이밍이 주어지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는 메시의 신출귀몰 같은 아우라는 아스날 수비수들이 좀처럼 막기 힘들었습니다. 그 이후 아스날 수비수들은 메시의 클래스에 넋이 나갔는지 상대 공격 옵션들에게 번번이 뒷 공간을 허용하며 급속도로 무너졌습니다. 상대의 위기를 틈탄 메시는 전반 37분 자신의 문전 침투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와의 1:1 상황을 유도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메시의 진가가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90분 동안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반 37분 역전골을 넣었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골을 넣기 위해 상대 문전을 덤볐습니다. 전반 42분 케이타가 후방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아 상대 문전 정면까지 드리블 돌파를 하며 왼발 로빙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갈랐습니다. 그리고 후반 43분에는 문전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개인기로 농락한 뒤 왼발로 골을 넣으며 자신의 4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런 메시의 아스날전 4골은 '세계 최고의 선수' 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 봉착했지만 여전히 일취월장한 클래스를 뽐내며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습니다. 메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27경기 26골, 챔피언스리그 9경기 8골로 두 대회 득점 선두(총 34골)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총 32골)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셈입니다.
근래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던 보석들의 특징은 1년 단위로 지구촌 축구계를 빛냈습니다. 2007년의 카카, 2008년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09년의 메시가 그런 형태였죠. 그래서 올해는 메시가 아닌 루니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오른발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메시가 2년 연속 No.1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틈이 생겼습니다. 아스날전 4골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쐐기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포스가 올 시즌에 그대로 이어지면서 거의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는 꾸준함이 돋보였으니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라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골을 넣었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메시의 강점은 팀 플레이입니다. 골을 위해 무리한 공격작업을 벌이기 보다는 철저한 팀 플레이를 통해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상대 문전을 위협하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팀 플레이를 펼치고도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테크니션과 차원이 다른 레벨을 지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시의 특징은 공을 끌기보다는 공을 잡자마자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을 통해 상대 문전을 파고들며 강력한 슈팅을 내뿜습니다. 공을 잡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의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 공간으로 파고들어 골을 넣는 것이죠. 물론 상대팀도 메시의 습성을 알고 있겠지만, 속도-기술-판단력-볼 키핑-슈팅이 모두 뛰어난 메시를 봉쇄하기에는 버거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메시는 다른 테크니션들 처럼 공을 끌지 않아도 팀 플레이를 하면서 충분히 자기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메시는 아스날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내가 넣은 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르사의 승리"라며 자신의 4골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메시가 자신의 기록보다는 바르사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헌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바르사 유스 출신으로서 10대 후반의 나이에 일찌감치 세계 축구를 빛낼 영건으로 주목받았던 메시는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고 올해는 No.1 수성을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메시의 또 다른 과제는 남아공 월드컵입니다. 조국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며 지단-호나우두에 이은 '새로운 축구 황제'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와 B조 본선에서 맞붙을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메시의 부진과 마라도나 감독의 전술적인 패착을 기대하는 분위기이지만, 메시는 진정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월드컵에서 절치부심할 것입니다. 유럽 축구를 2년 연속 정복한 지금의 기세가 월드컵에서 그대로 이어지면 당대 최고의 축구 영웅으로 불릴 수 있는 결과물을 얻게 됩니다. 세계 축구 No.1 수성을 향한 메시의 전성시대가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