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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꺾은' 첼시, EPL 우승 유력하다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향방이 첼시에게 유리해졌습니다. 첼시는 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에서 조 콜, 디디에 드록바의 골로 2-1의 승리를 거두고 리그 단독 1위로 올라섰습니다. 승점 74(23승5무5패)를 올린 첼시는 각각 72(23승3무7패) 71(22승5무6패)를 기록중인 맨유와 아스날을 제치고 선두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에 한발짝 다가섰습니다.

첼시는 앞으로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기면 2005/06시즌 이후 4시즌 만에 리그 우승 트로피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남은 5경기에서의 행보에 따라 우승 여부가 결정됩니다. 첼시는 13일 볼턴과의 홈 경기, 17일 토트넘 원정, 25일 스토크 시티와의 홈 경기, 다음달 1일 리버풀 원정, 9일 위건과의 홈 경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홈에서는 볼턴-스토크 시티-위건 같은 약체들과의 대결이 남아있어 승리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무리뉴 체제 시절부터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기 때문에 세 경기에서의 전망이 밝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걱정은 토트넘-리버풀 원정입니다. 두 팀이 리그 4위 진입 및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기 위해 잔여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첼시가 어려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첼시도 리그 우승을 위해 두 팀 원정 경기에서 사력을 다하겠지만 두 팀의 저항을 이겨낼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최근 에버턴-맨시티 같은 중상위권 팀들에게 패했기 때문에 두 경기에서의 결과가 우승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첼시는 기복이 심했습니다. 중상위권 및 중위권, 약팀과의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무승부와 패배가 적지 않았죠. 특히 원정 경기에서 이 같은 면모가 두드러졌습니다. 첼시가 홈에서 14승1무1패의 막강함을 발휘했으나 원정에서 9승4무4패로 무승부와 패배 횟수가 많았던 것은 이겨야 할 경기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홈에서의 유일한 패배가 맨시티전 이었고 지난달 22일 블랙번 원정에서 1-1로 비겼던 것이 그 예죠.

그럼에도 첼시의 향후 전망이 밝은 이유는 빠듯한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의 약점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인터 밀란에 의해 탈락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과도한 경기 출전으로 체력 저하에 시달렸던 주축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으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대비할 수 있었고 맨유와의 체력전에서 우세를 점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후반전에 타이트한 압박을 펼치며 맨유의 공세를 막아냈던 것은 선수들의 에너지가 충만했기 때문입니다.

공격력도 물이 올랐습니다. 지난달 25일 포츠머스전 5-0, 지난 3일 애스턴 빌라전 7-1, 10일 맨유전 2-1 승리를 통해 3경기에서 14골을 몰아쳤습니다. 비록 맨유전에서 드록바의 골이 명백한 오프사이드였고 포츠머스-애스턴 빌라와 달리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후반 초반부터 잠그기를 시도하며 리드를 굳혔던 요인을 감안해야 합니다. 특히 프랭크 램퍼드는 애스턴 빌라전 4골을 비롯 3경기에서 총 5골을 넣었고 플로랑 말루다와 드록바도 3경기에서 4골을 뽑았습니다.

니콜라 아넬카의 득점력은 침묵을 지켰지만, 아넬카를 활용한 변칙 공격 전술이 첼시가 맨유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아넬카는 맨유전에서 3톱의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으나 첼시가 후방에서 공격을 전개하면 직접 2선으로 내려가 공을 잡으며 팀 공격을 조율했습니다. 이 상황에서의 첼시 공격 전술은 말루다-조 콜을 최전방으로 두고 아넬카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형태였죠. 아넬카는 적극적인 후방 가담에 이른 빠른 볼 배급으로 맨유의 중원을 흔들며 첼시가 전반전에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습니다.

이 같은 경기 운영은 애스턴 빌라전에서 7골을 엮어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첼시가 아넬카를 밑으로 내리는 이유는 윙 포워드, 미드필더 및 지르코프의 위치를 최전방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입니다. 최전방에 많은 공격 숫자를 두며 골 기회를 엮어내는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통해 상대 수비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경기운영을 유도합니다. 여기에 아넬카가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을 흔들었으니 애스턴 빌라와 맨유의 수비 밸런스가 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애스턴 빌라는 두 차례의 페널티킥까지 헌납해 스스로 대량 득점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첼시의 공격 전술 변화는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골 넣는 공격 축구를 앞세워 승리하는 밑바탕이 될 것 입니다. 그동안 첼시의 공격은 다이아몬드 형태를 통해 램퍼드-발라크 같은 인사이드 미드필더들의 기동력을 강점으로 삼거나, 드록바의 골에 의존하는 모습이 강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상대팀의 수비에 읽히면서 레벨이 낮은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넬카 위치를 밑으로 끌어 내리고 다른 공격 옵션을 윗쪽으로 끌어올린 것, 지르코프의 오버래핑을 강화한 첼시의 공격 전술은 단조로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 밀란전과 맨시티전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첼시의 패배를 부추긴 존 테리의 폼도 이제는 정상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히카르두 카르발류가 4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첼시 수비에 위기가 따를 것으로 보였지만, 테리가 원래의 폼을 되찾아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마크하며 첼시의 후방 수비가 견고하고 강해졌습니다. 알렉스와의 끈끈한 호흡을 통해 상대 공격수의 발을 묶거나 후방 공격 루트를 사전에 차단하는 테리의 듬직한 수비력은 첼시의 리그 우승에 적지 않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첼시의 우승이 유력한 또 하나의 이유는 우승 경쟁을 펼치는 맨유와 아스날의 현재 행보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팀의 에이스인 웨인 루니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부상을 당해 각각 2~4주 결장, 시즌 아웃 되면서 맨유와 아스날의 전력이 약화 됐습니다. 더욱이 두 팀은 챔피언스리그 8강 1~2차전 일정을 소화하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길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맨유와 아스날이 에이스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첼시의 우승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