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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퍼거슨 감독의 실수가 빚어낸 첼시전 패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라이벌 첼시에 패하여 프리미어리그 4연패 달성의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맨유는 3일 오후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첼시전에서 1-2로 패했습니다. 전반 20분 조 콜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34분 디디에 드록바에게 추가골을 내줬습니다. 후반 36분에는 페데리코 마케다가 추격골을 넣었지만 경기의 흐름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결국 맨유는 첼시에게 리그 선두를 내주며 앞으로의 우승 행보가 험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맨유의 결정적인 패인은 웨인 루니의 부상 공백입니다. 4-2-3-1의 원톱으로 출전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최전방에서 테리-알렉스로 짜인 첼시의 센터백에 막히면서 박지성의 전진패스를 받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더욱이 최전방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아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여 측면 옵션들과 공격을 전개했던 것은, 박지성의 공격 패턴이 횡적인 방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베르바토프의 미흡한 공격력을 안고 갔던 맨유는 경기 내내 첼시의 수비에 제압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퍼거슨 감독의 판단력입니다. 선발 구성 및 교체 작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물론 루니의 공백은 맨유에서 어느 누구도 대체 불가능하며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강팀과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전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논외하더라도 퍼거슨 감독의 문제점은 첼시전 패배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폴 스콜스의 선발 기용이 실패작 입니다. 스콜스는 지난달 31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전에 풀타임 출전한데다 후반전에 체력 저하로 상대팀의 중앙 공세에 밀리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첼시전에서도 선발 투입하면서 램퍼드-데쿠에게 뒷 공간을 간파당하는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만약 마이클 캐릭이 선발 출전했다면 첼시의 오른쪽 공세를 막아내는데 주력했지만, 최근들어 활동폭이 좁아진 스콜스의 문제점은 첼시전에서 노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리 네빌의 선발 기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네빌은 빠른 주력과 폭발적인 드리블을 주무기로 하는 상대팀의 왼쪽 윙어에 고질적으로 약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퍼거슨 감독은 지난 뮌헨전에서 프랑크 리베리에게 농락당한 네빌을 또 다시 기용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첼시에는 맨유전 이전까지 최근 두 경기에서 4골 넣은것을 비롯 탄력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플로랑 말루다의 공격을 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루다의 매치업 상대는 네빌이 아닌 하파엘 이었어야 했습니다.

결국 네빌은 경기 초반부터 불안한 수비력을 일관하며 말루다의 공격에 뚫리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말루다는 경기 초반 네빌과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한 뒤, 맨유 측면 수비의 느슨한 압박을 이용해 전반 20분 발렌시아-플래처를 제치고 과감히 문전으로 침투하여 조 콜의 선제골을 엮어냈습니다. 또한 네빌은 첼시전에서 7개의 부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습니다. 하파엘이었다면 부정확한 공격 연결보다는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유리 지르코프를 공략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의 결정적인 실책은 후반 26분 교체 작전 이었습니다. 박지성-스콜스를 빼고 마케다-나니를 투입한 것이 문제였죠. 특히 맨유의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좋은 폼을 발휘했던 박지성을 빼면서 맨유가 주도하던 경기의 흐름이 어느새 첼시의 우세로 역전됐습니다. 박지성이 빠지면서 어느 누구도 공격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 첼시가 그 약점을 파고들었고 이것이 드록바의 골 원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후반 26분 교체가 맨유의 첫번째 교체였습니다. 베르바토프가 경기 초반부터 첼시의 압박에 막혀 고전했음을 상기하면 퍼거슨 감독에게 좀 더 빠른 과감한 결단이 요구됐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후반 26분까지 기존 선수들의 공격력을 믿으며 어느 누구도 투입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후반전에는 포백의 전방 수비를 주문하여 공수의 간격을 좁혔지만 베르바토프 부진에 따른 공격 마무리 부족을 이기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루이스 나니를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했다면 이날 경기의 양상이 달랐을지 모를 일입니다. 나니의 교체 투입은 맨유가 왼쪽 공격을 통해 공격의 활기를 띄우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나니의 공격력이 발동이 걸린 타이밍은 드록바의 골 이후부터 였습니다. 첼시가 후반들어 잠그기 작전을 펼치면서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쳤음을 상기하면 나니의 투입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지난 뮌헨전에서 치명적인 교체 실수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퍼거슨 감독의 문제점이 아쉽습니다.